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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단독]'김종숙 작품, 황인기 작품 표절 아니다' 법원 판결

2016.02.2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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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2015년 1월 26일자 뉴시스에 보도된 황인기 교수와 김종숙 작가의 표절 논란 기사.

"두 작가의 작품들이 구분 될수 있음을 확인하였는바, 원고(김종숙)와 피고(황인기)가 옛 그림에 크리스탈을 부착하는 작업을 언제 시작하여는지는 불문하고, 원고의 작업은 피고의 작업과는 별개의 독창성을 지난 것으로, 피고(황인기)의 독창성을 도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서양화가 김종숙(47)이 지난 1년간 서양화가 황인기(65·성균관대 교수)를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 결과, 법원은 김종숙 작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9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피고(황인기)는 '원고(김종숙)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문에는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표절'문제에 대해서 "원고(김종숙)가 피고(황인기)의 작품방법의 독창성을 도용하였다는 피고(황인기)의 표현은 진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황인기 교수가 “김종숙씨가 내 작품을 표절했다. 작품 해석은 물론 같은 재료와 방법론을 구사했다”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 기사화되면서 시작됐다.(뉴시스 2015년 1월25일 보도)

당시 신한갤러리에서 전시를 앞둔 상황에서 기사를 접한 김종숙 작가는 “표절이 절대 아니다"며 형사와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김종숙 작가는 "개인전을 열고 있는데 계속되는 황 교수의 전시방해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업무방해와 손해배상으로 시작된 재판은, 재판장에서 양측의 작품을 가져다 놓고 검증하며 '표절 검증'까지 이어졌다.

업무방해로 진행된 재판은 결국 '표절이 아니다'라는 판결도 받아냈다. 이는 국내 미술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대부분 합의로 끝나는 일이었다. 그동안 '표절 논란'은 법원까지 진행된 적은 극히 적었고, 재판에서 "피고(황인기)의 독창성을 도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판결문은 처음이다.

판결문에는 원고(김종숙)와 피고(황인기)의 작품의 차이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되어있다. "김종숙은 일명 '크리스탈 페인팅'이라는 작품 방식을 통하여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하고, 귀한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 부착하는 소재로 크리스탈, 진주, 오팔등으 인조 보석 또는 보석만을 사용한다"고 해석했다. 또 황인기의 작품에 대해서는 "일명 '디지털 산수화'라는 작품 방식을 통하여 전통과 자연의 모습을 현대의 언어로 어떻게 표현할지, 그 공존하는 모습을 어떠한지를 보여줌. 그 일환으로 옛 그림에 크리스탈 뿐만 아니라 레고블럭, 리벳 등을부착하여 동일한 방법으로 작업했다."

판사는 "원고(김종숙)와 피고(황인기)의 작품은 일견 보기에 같은 옛 그림위에 크리스탈이 부착되어 있다는 것 점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나, 동일한 옛 그림을 차용하는 것 자체는 독창성을 가질 수 없고, 크리스탈을 부착하는 것 역시 작품에 오브제를 부착, 표현하는 방법은 현대 미술에서 매우 흔한 표현방법이며, 크리스탈 역시 미술 작가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까지 익숙하고 보편적인 표현수단이라는 점에서 위 두 가지 만으로 원고, 피고 각 작품들의 독창성을 논할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업무방해와 명예훼손도 인정했다. 황인기 교수는 당시 작가 김종숙이 전시를 여는 신한갤러리에 "자신의 2008년 작품과 작품의 컨셉이 일치하다"며 "내가 그동안 제작한 작품과 원고의 크리스탈 재료로 한 작품을 미술계에 공개하여 표절 여부를 묻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반 언론에 공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 이러한 표절행위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고 메일을 보내 (김종숙)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신한갤러리는 김종숙 작가의 개인전을 1월 26일부터 개최했다. 전시는 3월 19일까지였다. 전시가 이어지자 황 교수는 3월 1일 다시 신한갤러리 큐레이터에게 메일을 보내 "전시를 취소하는 결단을 보였더라면 김종숙에게는 반성의 기회가 됐을 것입니다. 유감입니다"라고 전했다.

이 메일에서 황 교수는 작가에게 모욕적인 발언도 썼다. 메일에 따르면 "...유력 미술전문 저널 편집장은 "깜이 아닌 사람은 잊으시라"고 권하는군요. 어느 시립미술관장은 "이런 한심한 일이 앞으로 또 벌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하더군요. (중간생략) 이런 3류의 감성과 3류의 정신과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 학위를 수여하는 기관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고 지도교수라는 사람은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묻고 싶네요."

김종숙 'ARTIFICIAL LANDSCAPE-White Material'(140×140㎝, 캔버스에 혼합재료,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 2011) 2015-01-25


이와관련, 판사는 "위와 같은 표현은 원고(김종숙)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내용에 해당하므로,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판결했다. '크리스탈 페인팅' 작가로 알려진 김종숙은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취득했다.

김종숙 작가는 "1년간 재판을 진행하느랴 몸무게가 10kg이 빠졌다"면서 "작업만 하다 날벼락을 맞아 법률 용어도 모른채 거짓과 싸워야했다"고 토로했다.

형사와 민사를 동시에 진행하던 김 작가는 지지부진 하던 재판이 답답하고 억울해 장승수 변호사를 찾아갔다고 했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며 막노동을 하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화제가 된 장승수씨가 변호사가 됐다는 뉴스가 기억났다. 막연히 '정의로운 변호사'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때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난 장 변호사는 "형사소송이 옥천경찰서로 이관된 사건이다. 힘들겠다"며 거절했다. 옥천은 황인기 교수의 고향이자 거주지다.

이런 상황속에서 김종숙 작가는 "모두가 이번 사건은 힘들다. 암선고 받은 사람처럼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내치지 말라. 미술계에 억울한 한 사람을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김 작가를 장 변호사가 받아들이면서 소송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형사소송에서 업무방해가 인정된 황인기 교수에게 벌금 300만원이 처분됐다. 이후 민사소송에서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이 성립된다'며 '황인기는 김종숙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문이 내려졌다.

한편, 이 판결에 대해 황인기 교수는 "납득이 안된다. 재판과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항소를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표절이 아니다'라는 판결에 대해서도 황 교수는 "표절입니다"라며 이전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종숙 작가는 “‘크리스털 페인팅’이라는 장르는 작업과정과 콘셉트 면에서 황 교수의 ‘디지털 산수’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판결문에 나온 것처럼 황인기 교수는 자신에게 편중되고 매몰된 관점에서만 표절문제를 바라보는데, 다른 작가의 창작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창작성이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절로 시작한 이 사건은 미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명 '원로 작가'와 '젊은 작가'의 싸움으로 '모두가 젊은 작가'가 지는 게임이라고 전망했었다. 이미 황인기 교수는 미술시장에서 '디지털 산수'작가로 유명세를 구축했다. 이후 미술시장에 나온 김종숙 작가의 소재(이미지)와 재료(크리스털)의 유사성은 있다. 하지만 김종숙의 '크리스털 페인팅'은 2005년부터 제작해왔고, 스왈로브스키의 공식후원작가로서 모든 작품은 크리스털로만 작업한다. 작품의 차별화가 생명인 작가들에게 '표절'은 주홍글씨같은 낙인이다.

결국 '표절은 아니다'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김종숙 작가는 "1년전 인터넷에 '김종숙은 표절작가'라는 낙인이 찍혀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김종숙 작가와 황인기 교수는 소송을 진행하기전 직접 만난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작가 대 작가'로 이야기하자는 김종숙작가와 달리 황인기 교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후 둘은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만나 작품에 대해 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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