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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천경자 유족 "미인도 위작" vs 미술계 "감정결과 못 믿어"

2016.11.07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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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위작 논란 중인 '미인도' © News1

프랑스 감정단 사실상 위작 결론…권춘식 "내가 그린 것 아닌 진품"
유족 측 "국립현대미술관에 감정결과 유출…수사 공정성 의심"

25년째 '위작 논란'을 이어온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 대해 진위 감정을 맡았던 프랑스 감정팀이 '위작' 의견을 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등 미술계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피고소인'인 국립현대미술관에 프랑스 감정팀의 감정 결과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양측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검찰에 의뢰를 받고 '미인도' 감정에 참여했던 국내 미술계 인사들 대부분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더 증폭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했던 권춘식 씨 역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 아닌 천 화백의 진품"이라며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번복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 관계자 6명을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천 화백이 생전에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품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프랑스 감정팀을 비롯한 여러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위작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감정팀 "진품 확률 0.0002%" vs 국립현대미술관 "신빙성 떨어져"

4일 천 화백 유족 등에 따르면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팀은 미인도 감정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유족과 검찰 측에 제출했다. 감정팀은 미인도를 촬영해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비교 분석한 결과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위작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오후 국립현대미술관은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프랑스 감정단이 도출했다는 감정 결과는 종합적인 검증 등을 통한 결론이 아니라 부분적 내용에 불과한 것"이라며 "현재 검찰 뿐만 아니라 대검찰청의 과학 분석팀, 미술전문가 등에 의해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고소인인 천 화백 유족 측이 감정 비용을 부담하고 선정한 프랑스 감정단의 자료가 보도되었는 바, 국립현대미술관은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프랑스 감정단은 '미인도'를 이 작품의 국립현대미술관 입수 연도인 1980년 4월보다 나중에 그려진 1981년 작 '장미와 여인'을 보고 그렸다는 결론을 냄으로써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 법률대리인단이 지난 4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을 검찰에 고소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족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학예실장 등 관계자 6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천 화백 유족 측 "피고소인에 감정결과 알렸다" 반발

천 화백 유족 측은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낸 보도자료를 다시 반박했다. 특히 미술관 측이 '프랑스 감정단이 미인도가 장미의 여인을 보고 그렸다는 결론을 낸 것이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천 화백 유족 측은 "검찰이 미술관에 감정보고서를 유출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정희 씨의 법률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감정 보고서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검찰이 미술관 측과 공조하고 있다는 것이며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검찰이 감정보고서를 유출하지 말라고 해서 우리는 언론에 유출하지도, 보도자료를 내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검찰이 피고소인에게 의견을 받겠다는 이유로 보고서를 유출했다"며 "이는 피고소인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스럽고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전체 감정 보고서를 전달받은 것은 아니고 다만 검찰 쪽에서 프랑스 감정단의 감정 결과 내용 중 의문이 있는 부분을 미술관 측에 알려왔고 의견을 물었다"며 "우리 뿐만 아니라 감정 내용에서 의심가는 부분은 다른 전문가들에게도 물어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감정단은 천 화백 유족 측이 비용을 대고 데려 온 감정단이며, 이들의 감정 결과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참고 사항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술관 측은 프랑스팀 감정 결과에 대해 앞으로 추가 분석 의견을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를 찾은 관객이 검찰 압수 후 다시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미술계 "프랑스 감정단의 감정이 객관적일지 의문"

프랑스 감정팀과는 달리 검찰 감정에 참여했던 국내 감정 전문가들은 대부분 '진품' 판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감정에 참여한 국내 한 감정 전문가는 "검찰 안목감정에 10여명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분들 대부분 '진품' 사인을 하고 나왔다더라"며 "나도 며칠 전 참고인 조사를 받고 왔는데, 실물을 본 결과 진품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문가는 "프랑스팀처럼 단층 촬영을 통한 감정은 물감의 레이어(Layer)가 있는 유화를 감정할 때 적용하는 것이지 천 화백의 수채화에는 적용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미인도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던 권 모씨는 "그동안 여러 번 내가 그렸다, 안 그렸다라고 번복하긴 했지만 이번엔 확실하다. 내가 그린 것이 아닌 천 화백의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미술계에서도 프랑스 감정단의 감정 결과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서성록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회장은 이번 감정 결과에 대해 "유족 측에서 원하는 감정단에 직접 비용을 대서 감정 의뢰를 하고 나온 결과가 과연 합리적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프랑스 감정단이 천 화백 작품을 잘 이해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 감정 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우리 미술계에는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검찰 측으로부터 감정 의뢰를 받았지만 안 한다고 했다"며 "천 화백 유족 측이 자신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문제 삼을 수 있어서 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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