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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뿔난 문화예술인들…"정치검열, 더 교묘하고 교활해졌다"

2016.11.10

[머니투데이]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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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박원순 "블랙리스트 예술인 지원할 것"

"'블랙리스트'는 영어인데 한국말로 해석하면 '돈 주면 안되는 애들 이름'인거죠. 그들(정부)이 보기에 문화예술인들은 돈에 너무 굶주려 있고 (그러다 보니) 돈줄을 풀거나 조이는 방식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노순택 사진작가)

9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선 예술계 정치검열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신현식 '앙상블 시나위' 대표, 연상호 영화감독, 노순택 사진작가, 한창훈 소설가, 김미도 연극평론가 등은 이날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경험과 의견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이들은 실제로 검열 논란을 겪거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당사자다.

지난달 공개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2015년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서명 문화인 594명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 △2012년 대선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 등 모두 9473명에 이른다.

최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관주 제1차관이 청와대 근무시절 해당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실무자란 의혹이 제기돼 문화예술인들의 공분을 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지난해) 검열사태 파문 이후 검열을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교묘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검열이 이뤄져왔다"며 "(지원대상 선정 시) 심의위원도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심의위원으로 (정하고) 문제 일으킬만한 사람들을 배제하면서 하고 있다. 문예위(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심의위원 자체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심의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립국악원 검열사태를 겪은 신현식 대표는 "(지난해 일로)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정말 회의감 많이 느꼈다"며 "재야에서 공연하는 사람들, 제도권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들이 굉장히 상처입은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악계는 사제지간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어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할 때 자기검열에 빠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예술가들이 연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검열 논란이 인 부산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한 연상호 감독은 "'블랙리스트'는 공공연히 떠돌던 얘기였는데 결국 사실로 밝혀진 것"이라며 "(리스트가) 작성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기 때문에 바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예술인은 시대의 변화에 누구보다 예민한 촉감, 촉수를 갖고 있는 분들이고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저항이 예술의 본질적 덕목"이라며 "그걸 억압하고 탄압하면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심지어 경제도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또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창조경제'를 하면 잘 할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작가와 작품을 서울시가 받아들이고 그 사업을 지원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한창훈 소설가는 "국가 조직이 엉터리로 돌아갈 때 지방자치단체가 제일 좋은 점이 독립성을 가지고 좋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좋은 모델을 가지고 (중앙정부에) 보여주고 이런 식으로 하는 거라고 학습시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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