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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임흥순 작가, "청춘에게 영화 '위로공단'을"

2015.08.13

[뉴스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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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로공단'으로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작가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우리 시대를 관통해 살아갈 청춘들과 '위로공단'을 나누고 싶습니다. 앞선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임흥순 작가(46)는 오는 13일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한국 작가 가운데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의 개봉을 앞두고 "남을 밟고 성공을 위해 가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길에서 일해 온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힘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공동체 안에 있는 따뜻한 정서와 감수성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지난 10일 서울시 동작구 아트나인 시네마에서 만난 임 작가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일본 국립신미술관이 개최하는 '아티스트 파일'전을 포함해 전시회 5곳에 참여 중이었고 '인문예술잡지 F'에 '김경숙과의 낯선 대화'를 기고했다.

'김경숙과의 낯선 대화'는 임 작가가 영화 '위로공단'를 촬영하면서 마음 속에 새긴 말을 정리한 글이다. 김경숙은 영화 주인공 중의 한 명이며 1979년 YH사건 때 강제해산 도중에 옥상에서 추락사한 여공이다. 임 작가는 김 씨의 무덤에 찾아가 가상의 대화를 나눈 내용을 글로 썼다.

영화 '위로공단'에는 김경숙 씨를 비롯해 21명의 한국, 아시아 여성 노동자가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인터뷰는 연상되는 이미지와 접합된다. YH사건에 가담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연극 <여공 70> 무대와 연결되고, 노동운동가 김진숙이 20대에 겪은 고문 이야기는 독산동 우시장의 도축 장면으로 이어진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반도체 해고 노동자들은 가발을 만드는 여공이나 마네킹과 병치된다. 공장의 먼지와 소리 때문에 괴롭다는 호소를 듣고 눈을 가린 채 옥상에 서 있는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영화 '위로공단'은 오는 13일부터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을 비롯해 전국 15개 상영관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영화 '위로공단'으로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작가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다음은 임흥순 작가와의 1문1답과 영화 '위로공단'의 주요 이미지다.


▶ 근황은?
- 지난달 29일 일본 국립신미술관이 개최하는 '아티스트 파일'전을 올렸다. 이번 전시를 포함해 5곳에 참여 중이다. '인문예술잡지 F'에 '김경숙과의 낯선 대화'를 기고했다. 이 글은 영화 '위로공단'을 촬영하면서 마음속에 새긴 말을 정리한 것이다. 무덤에 찾아가 그녀와 가상으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 영화 '위로공단'은 김경숙 씨와 어떤 관련이?
- 김경숙 씨는 1979년 YH사건 때 강제해산 도중에 옥상에서 추락사한 여공이다. 영화에는 김경숙 씨의 동료들이 나와 증언한다. 'YH 사건'은 70년대 국대 최대 가발수출업체인 와이에이치 무역 여성 근로자들이 회사폐업조치에 항의하여 야당인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시위를 벌인 사건이다. YH사건에 가담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연극 <여공 70> 무대와 연결된다.


▶ 영화가 YH사건만 다뤘나?
- 아니다. 영화 '위로공단'에는 김경숙 씨를 비롯해 21명의 한국, 아시아 여성 노동자가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노동운동가 김진숙이 20대에 겪은 고문 이야기는 독산동 우시장의 도축 장면으로 이어진다.

또한, 항암치료를 받는 삼성반도체 해고 노동자들은 가발을 만드는 여공이나 마네킹과 병치 된다. 공장의 먼지와 소리 때문에 괴롭다는 호소를 듣고 눈을 가린 채 옥상에 서 있는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증언으로 이뤄지는 다큐멘터리는 일반적으로 감독의 해설로 진행하는데 다 뺐다. 왜냐하면, 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어떤 예술가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 '위로공단'에 시적 영상이 풍부한데 언제 착상했나?
▶ 인터뷰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이미지를 떠올렸다. 나는 그것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의 내면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자연의 풍경이 되기도 하고 얼굴을 가린 연인이 되기도 했다. 봉제공장에서 일할 때 먼지와 소음이 숨쉬기 힘들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염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삶을 위해 일하는 공장이 죽음의 공간 같이 느껴졌다.


- '위로공단'이 낯설다는 평가에 대해선?
▶ 동의한다. 인물 없는 풍경을 오래도록 비추는가 하면,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담은 장면이 영화 곳곳에 배치했다. 극단적인 클로즈업도 썼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거리두기'다.

또한, 편하고 익숙한 형식에 길든다는 건 '수동적'이라는 뜻이다. 그 속에서 각자의 특이성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개인들만 남는다. 낯선 것이 두려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쾌감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낯설겠지만 이런 것이 예술가의 치기나 오만은 아니다. 언뜻 서사와 무관해 보이는 풍경에 카메라가 머무르는 것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주목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 '위로공단'에서 주안점은?
▶ 사람에 대한 애정, 사랑이 사람을 만들어간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환경이나 주변에 대해 몰이해가 자리잡고, 죽은 자에 대한 예의나 애도도 사라져버렸다. 노동자뿐 아니라 곤충이든 자연이든, 우리가 하찮게 지나쳐버린 것들을 바라보는 감수성과 감각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요한 것들을 일러주는 건 교육이 아닌, 예술의 역할이다. 우리가 놓치고 사는 작은 것들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 작가의 가족사도 영화에 녹아 있나?
▶가난했으니까 평범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봉제공장 시다로 40년간 살아오셨다. 어머니는 3년 전 대상포진으로 건강이 악화돼 일을 그만두셨다.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공사장 인부였다. 말수가 적으셔서 많이 소통하지 못했다.
형은 트럭 운전수, 형수는 보험설계사로 일하신다. 여동생은 백화점 의류 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판매원으로 일했다.

나만 대학에 가고 예술가가 됐다. 가족 모두 내 선택을 지지하고 물질적·정신적인 도움을 주었다. 성격은 10대 때 만들어진다. 어머니, 여동생, 형수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그게 지금까지 내 성격으로 남았다.

- 미술작가인가? 영화감독인가?
▶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예술의 역할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질서, 규제, 통념을 해체하는 것이다. 미술과 영화라는 장르를 해체하고 확장하는 게 나의 작업이다. 하나의 사례가 되고 싶다.

- 미술과 영화 중 무엇을 먼저 했나?
▶군대 제대 후 경원대(현 가천대) 회화과 학부에 입학했다.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전통매체인 회화 작업에 집중했다. 대학에 기자재로 8mm 소니캠코더가 들어왔다. 그게 영화와의 첫 만남이다. 캠코더로 형과 내가 부모로부터 분가하는 이사 장면을 찍었다. 영상 매체의 가능성을 그때 깨달았다.

대학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경원대 미대에서 세례를 받았다. 정통이 없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교수님들이 자유롭게... 막 키웠다.(웃음)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네가 왜 이것을 하고 싶나'를 물었다.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 작업의 또다른 원천이다.

- 친분이 두터운 예술가는?
▶ 요새는 자주 못 만나지만 조습, 김상돈, 고승욱, 옥정호 작가랑 술을 많이 마셨다. 영화는 김민경 피디다. 이분 없으면 나는 작업을 못한다.

-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우리 시대를 관통해 살아갈 청춘들과 '위로공단'을 나누고 싶다. 앞선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영화 '위로공단'의 한 장면 (사진제공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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