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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전위예술계 원로 김구림, 비난과 조소의 세월은 가고…

2016.03.21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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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작가. /사진=김지훈 기자 [email protected]

국립현대미술관에 불 지른 팔순 전위 예술가, 김구림

"46년전 내가 언덕에 불을 질르는 퍼포먼스를 했을 때는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았다. "

국내 원로 전위 예술가인 김구림(80)이 지난 1970년 서울 뚝섬 살곶이다리 부근 언덕을 불태우며 벌였던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회고하며 남긴 말이다. '현상에서 흔적으로'는 국내 최초의 대지미술로도 평가받는다. 대지미술은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사조로, 자연을 무대로 그 생성과 소멸을 표현하는 미술의 한 갈래다.

김구림은 1970년 불을 붙였던 당시를 쓸쓸히 되돌아봤다. 그의 전위적인 시도는 당기 평가가 아닌 비난의 대상이었다.

김구림 작가가 18일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조각장에 잔디를 태워 남긴 흔적.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그는 "이 작품뿐 아니라 당시 모든 작품에 대한 비난과 조소를 받으며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남이 안 하는 걸 하자는 관점에서 아방가르드(전위예술)를 추구했고,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서서히 나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조각장에서 46년만에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재현했다. 이날 약 400여명의 관객이 팔순의 전위예술가를 보기 위해 과천관을 찾았다. 그는 "굶는 걸 밥먹듯하는 것을 참아가면서 먼저 외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는데 지금은 나이 팔순이 되어 나를 알아주는 것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이번 퍼포먼스를 위해 과천관 야외조각장 잔디에 고랑을 파 8m짜리 삼각형 윤곽 4개를 만들었다. 성냥으로 삼각형 윤곽 안에 불을 붙이자 파놓은 도랑 위 잔디풀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오후 1시 10분부터 시작된 퍼포먼스는 약 30분간 이어졌다.

당초 예상했던 1시간보다 빨리 불이 붙어 잔디가 타들어 갔다. 불길은 낮게 일었지만 빠르게 풀을 태웠다. 김구림은 그러나 46년 전 퍼포먼스와 비교하면 오히려 불길이 낮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는 바람이 거셌고 불을 붙인 면적도 넓어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었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과천관 야외조각장에 그대로 남겨진다. 새싹이 돋고 자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차이는 점차 흐려지는 과정이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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