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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부활한 천경자 '미인도'위작 논란에 재감정 요구 ‘봇물’

2015.11.04

[머니투데이]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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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고(故) 천경자 화백이 본인의 작품이 아니라며 소장 중인 국립현대미술관에 돌려줄 것을 요구한 '미인도'. 천 화백의 타계와 함께 위작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천 화백 위작 논란]"내가 위조했다" 위조범, "위작으로 본다" 수사검사 등 양심선언 쏟아져.

1991년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잠잠했던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킨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국가가 압류한 미술품 가운데 천 화백의 미인도가 있었고, 이를 소장하게 된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입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전시와 함께 프린트해 팔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천 화백은 당시 한 동네 목욕탕에 자신의 그림이 걸려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러 갔다가 분노에 차서 돌아왔다. 그는 "이 작품은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 위작"이라며 해당 작품을 전시하고 프린트를 판매한 미술관 측에 작품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청했다.

미술관이 이에 한국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협회는 작가의 주장과 달리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천 화백은 "자식 못 알아보는 어미가 어디에 있느냐"는 말로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미술계에서는 '예순이 넘은 천 화백이 노망이 들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위작 논란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1998년 자신의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채 한국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미국 뉴욕의 큰딸 집에 마련된 병상에서 남은 생애를 보냈다.

그런데 지난 10월 18일 알려진 천 화백의 타계 소식을 듣고 사건에 얽혀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과거를 뒤집는 발언을 하기 시작하면서 미인도 진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95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고서화 전문위조 혐의로 검거된 권춘식(68)씨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미인도는 내가 그렸다"며 양심선언을 한 것.

검거 당시 권씨를 수사하고 진술서를 받았던 전직 검사인 최순용 변호사(행복마루법률사무소)도 최근 강연 자리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천 화백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작가가 가짜라고 하는데도 국립현대미술관이 진짜라고 주장한 배경을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재감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월 3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천 화백의 추도제에서 만난 유가족도 "논란이 된 미인도는 위작이 맞기 때문에 다시 학술적으로 파헤쳐 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그림을 그린 기법이나 특징이 전혀 다른데 사용한 물감이 같다는 이유로 미술계가 천 화백을 고립시켰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미인도'는 현재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위작 논란이 발생한 1991년 이후엔 단 한 번도 전시장에 나와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재감정 가능성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국회에서 통보가 오거나 유가족이 요청을 해오는 등 상황이 발생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며 "그 전에 미술관 측이 나서 재감정을 기관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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