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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또 완판'··· 미술시장 때아닌 '全의 전쟁'

2013.12.20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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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 현장에서 김현희 경매사(가운데)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작품이 유찰됐을 때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결국엔 100% 낙찰됐고, 2007년 이후 이렇게 신바람 나는 경매는 처음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서울옥션 김현희 경매사)

지난 18일 오후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 현장. 초반부터 속도를 내며 '후끈'하게 달아오른 분위기는 100% 낙찰을 기대할만 했다. 그런데 46번 출품작인 데이비드 살르의 아크릴 작품 '무제'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다음 작품 경매로 넘어갔다. 이날 경매를 맡은 김현희 경매사(32)는 의연하게 마지막 121번 작품까지 경매를 진행했고,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작품 더 남았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유찰된 작품을 재경매 부쳤다. 1800만 원에 시작한 경매는 2000만 원에 낙찰, 결국 '전두환 미술품'은 지난 11일 K옥션의 '전재국 컬렉션 경매'에 이어 다시 한 번 '100%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00% 낙찰, '전두환家 미술품'의 위력=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경매는 약 2시간 30분간 쉼 없이 진행됐다. 치열한 경합현장의 중심에 있던 김 경매사의 말은 때론 주문과도 같았다. "이 작품 팔리겠습니다" "후회 없으십니까?" "시간 조금 더 드려야겠죠?" "마음의 결정을 해주십시오" 등은 긴장감 속에 응찰자의 마음과 패들(번호가 적힌 팻말)을 움직이게 했다.

이번 경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검찰이 전 대통령 집안에서 압류한 미술품을 경매사를 통해 출품한 것. K옥션과 서울옥션 두 곳에서 진행된 특별 경매는 각각 80점, 121점씩 모두 201점이 출품됐고 100% 낙찰되어 새 주인을 만났다. 낙찰 총액은 K옥션이 25억7000만원, 서울옥션이 27억7000만원으로 총 53억4000만원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무얼까=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거실에 걸려있는 모습이 보도사진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전해진 바 있는 이대원 화백(1921~2005)의 '농원'이 18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최고가인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전 대통령이 오랜 시간 소중하게 아꼈다는 이 그림은 파주의 과수원 주변 풍경을 그린 것으로 계절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이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됐다. 언뜻 보라와 녹색이 주를 이루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겹겹이 칠한 붓질 속에 자연의 온갖 오묘한 빛깔과 섭리가 녹아있다. 단순히 멈춰진 풍경이 아니기에 그림 앞에 섰을 때 바람소리, 음악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대원 '농원' 캔버스에 유채, 90×194cm, 1987 /사진제공=서울옥션

김환기, 24-VIII-65 South East, 캔버스에 유채, 178×127cm, 1965, 5억5000만원에 낙찰 /사진제공=K옥션

두 번째로 비싸게 팔린 작품은 K옥션에서 경매된 김환기의 유화 작품 '24-VIII-65 South East'로 5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추정가는 4억5000만원에서 최고 8억 원까지 예상했으나, 4억 원에 시작된 경매는 5000만 원씩 호가해 세 번의 경합 끝에 현장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남동풍'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김환기의 차갑고 맑은 느낌의 다른 작품 '30-VIII-65 북서풍'에 비해 따스한 색채가 훈기를 느끼게 한다. 물감을 얇게 발라 올라가면서 밑바탕의 색채가 비쳐 보이도록 채색했는데, 이런 방법은 그가 존경했던 러시아 출신의 미국 현대미술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1950년대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합을 예상했던 작품 치고는 순식간에 경합이 끝나 현장 참석자들 사이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경매 현장= 미술시장은 특히 변덕스럽다. 트렌드와 개인 취향, 당일 현장 분위기에 따라서도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 큰 인기를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라도 마침 동일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여러 명 모이면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경매현장의 묘미다. 이번 경매에서도 그렇게 화제가 된 작품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국씨의 결혼을 축하하며 서산대사의 시를 써서 선물한 붓글씨가 대표적이다. 200만 원에 시작해 치열한 경합이 이루어졌고 무려 10배가 넘는 2300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 순간 현장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함께 터져 나왔다. 오치균의 '가을정류장'도 1억 원에 시작해 2억2000만원까지 경합이 벌어지다 낙찰됐다.

전 전 대통령의 붓글씨 '고진감래(苦盡甘來)' 역시 추정가는 100~200만 원선이었으나 1100만 원에 팔려 눈길을 끌었다. 80만 원에 시작된 경매는 전화와 현장 손님의 경합 끝에 1000만 원에서 멈췄다가 전화응찰자에게 1100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정말로 고생 끝에 낙이 온 걸까. 미술계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춤했던 미술시장에 이처럼 활기를 불어넣어줄지 누가 알았겠냐"며 이번 경매를 계기로 미술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했다. 낙찰액은 경매 수수료를 제외하고 전액 국고로 환수된다. K옥션과 서울옥션은 내년 초 2차 경매를 통해 나머지 미술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왼쪽)김대중, 서산대사시, 47x35.5cm, 1992. (오른쪽) 전두환, 고진감래, 91x63.2cm, 1975 /사진=K옥션

지난 18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경매' 현장. 300여명이 참여했고 취재 열기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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