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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시장이 자초한 미술시장 정부 개입…"반대만 하기도 그렇고…"

2016.06.10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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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우환의 화풍을 묘사한 위작으로 공식 발표한 K 옥션 출품작 '점으로부터'.

문체부 '유통업 허가등록신고제도' 등 검토 소식에 '난감'… 감평원·한국고미술협회 공신력 최대 위기 봉착.

국내 미술 유통 시장의 자율성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더불어 국내 유일한 현대 미술품 감정 기구인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감평원)이나 고미술품 감정 기구인 한국고미술협회 등 민감 감정 기구의 공신력도 곤두박질 상황이다. 위작 불안이 팽배해지면서 민간 기구의 감정 능력은 물론 시장 자정능력에 대한 회의가 일자 정부가 규제의 칼을 뺄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 시장은 정부 개입에 대해 내키지 않은 눈치지만 ‘시장이 자초한 규제’라는 점에서 선뜻 반발하기도 힘들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정책 포인트는 미술 시장의 거래 투명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미술시장활성화법’(가칭) 제정을 비롯해 건전한 미술품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유통업 허가등록 신고제도’를 비롯해 ‘공인 감정제도’, ‘등록거래 이력제도’의 법제화 또는 관련 정책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이다.
유통업 허가등록 신고제도는 위작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미술 시장에서 음성적으로 활동 중인 개인 딜러 거래를 규제하자는 취지다. 즉, 정부가 정한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춘 화랑이나 개인만이 미술품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공인 감정제도는 정부가 공인 감정 자격 제도를 마련해 미술품 감정 전문기관을 지정하거나 아예 직접 운영하는 형식이다. 사실상 민간 기구의 미술 감정이 무력화되는 셈이다.

국내 미술품 거래는 대부분 화랑이나 경매회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런 경매회사 지분 대부분을 대형 화랑이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대형 화랑, 경매회사와 작가가 모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교차 검증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욱이 감평원 역시 상업 화랑 연합체인 화랑협회 소속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감정과 판매 주체가 같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어왔다. 실제 주요 화랑과 경매회사가 밀착돼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찰이 지난주 발표한 이우환 위작 13점 가운데는 K옥션에서 지난해 출품돼 약 5억원에 낙찰된 작품도 포함됐다. K옥션은 국내 주요 화랑인 ‘현대 화랑’이 사실상 가족 경영을 하는 업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화랑협회장 출신인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의 장남 도현순은 K옥션 전무로 재직중이며, 남편 도진규 전 한국산업증권 부사장 등과 함께 이 회사의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했다.

문체부는 대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9일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어 7월 토론회를 거쳐 8월경 관련 법 제정을 포함한 정책 방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2006년, 2008년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미술품 유통 관련 정책을 수립하려 했지만, 미술계는 각종 제도 도입보다 시장 자율에 맡겨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하지만 위작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화랑협회, 옥션 관계자 등과 사전에 만남을 가졌으나 제도 도입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갤러리 대표 A씨는 “공인 감정제도를 계기로 보다 짚 높은 감정사들이 양성된다면 위작 근절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나서 거래 이력을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대책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가 미술품을 소장한 애호가 중에서는 소장품을 밖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많고, 개인 대 개인 간 거래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아 반감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안을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어떤 제도든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볼 것”이라고 밝혔다.

평론가 A 씨는 “정부가 나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장 자율성이 후퇴한다는 뜻이지만, 그간 시장 관계자들이 제대로 위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에 현 상황이 빚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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