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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우리나라 보물,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몸값' 못따라 가네

2016.03.21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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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1210호'청량산 괘불탱'.

국내 작품 낙찰가 Top 10 근·현대 작품 석권…서양문화 선호·서구화된 주거환경 등이 고미술품 시세 제약

국가 지정 보물도 근대 거장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힘들다. 퇴계 이황, 우암 송시열, 겸재 정선의 글과 그림이 엮인 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보물 제 585호)은 물론 높이가 약 10m인 청량산괘불탱(淸凉山掛佛·보물 제 1210호)도 경매 낙찰가 기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작품을 밑돈 것.

◇단일 작품 낙찰가 1~3위 김환기 등 근대 거장이 석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국내 작가 작품 기준, 경매 낙찰가 상위 10위권 작품에서 근·현대 작품이 8점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1~3위는 근대 작가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작품이다.

국내 작가 작품 낙찰가 1위는 지난해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31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48억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점화(點畵) ‘19-Ⅶ-71 #209’다. 2위는 박수근의 '빨래터'로 4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3위는 이중섭의 '황소'로 35억6000만원에 팔렸다.

조선 영조 1년(1725년) 조성된 '청량산괘불탱'은 지난해 3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역대 국내 고미술품 낙찰가 1위지만 국내 작가 작품 기준 4위에 그친다.

퇴우이선생진적첩의 낙찰가는 34억원이다. 고미술품 낙찰가 2위, 국내 작가 작품 기준 5위다. 퇴우이선생진적첩은 1000원짜리 화폐 도안인 정선의 '계상정거도'뿐 아니라 이황의 친필저술 '회암서절요서', 송시열의 발문 등이 엮인 총 16면의 서화첩이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다시 김환기가 3점, 박수근이 1점을 올려놨다. 이와 함께 유일한 현대 작가, 이우환의 그림 1점도 포함됐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이우환은 서양화 작가들로 분류된다.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국내 경매업체의 경매 출품작 낙찰가 1위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판화,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로 100억원 가까운 가격에 팔렸다.

◇서양 문화 선호·서구화된 주거 환경이 고미술품에 제약

서양인이나 서양화 작가로 분류되는 한국인 작가가 경매시장의 주인공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서양 문화에 대한 선망이 고미술품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시켰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 교수는 "고미술품의 시세가 근대 서양화 거장의 작품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우리 문화에 대한 선호보다 서양문화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환경의 서구화로 고미술품이 실내 배치에 잘 맞지 않는다는 인식도 고미술품에 대한 선호를 상대적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환기 화백의 1971년작 전면 점화 '19-Ⅶ-71 #209'.

김현희 서울옥션 홍보마케팅팀 총괄은 "한국은 전통적으로 동양화가 강세인 시장이었지만 주거 환경의 변화, 미술시장 경향의 변화와 맞물려 2000년대 들면서 근현대 서양화에 대한 선호가 크게 높아졌다"며 "중국은 한국과 달리 현대화보다 오히려 고미술, 중국화를 시장에서 존중하고 있다"고 했다. 김 총괄은 그러나 "좋은 고미술품을 발굴하고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홍경한 미술 평론가는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과 같은 근대 작가들의 작품은 미술사적 가치와 미학적 가치가 이미 검증된 데다 대중들이 흥미로워하는 신화화된 작가의 스토리 등도 얽혀있다"며 "많은 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서구문화예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한국미술보다 이미 익숙한 서구미술에 대한 반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홍 평론가는 "문화재는 국외 반출에 대한 법적 제약 등으로 협소한 국내용 시장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고미술품 시세 상승을 제한시키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우리 문화재의 낙찰가가 낮은 것이 곧 우리 문화의 가치가 낮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미술 시장 관계자는 "고미술품 매물이 줄어드는 것은 이후 시세가 발전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정연대 작품들의 매물 고갈에 직면해 주요 박물관이나 기관들이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을 만큼 물량이 현대와 비교해 극히 한정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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