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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한지에 스며든 나무 사진...김중만 '상처난 거리'

2018.11.01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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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 한미사진미술관에서 3일부터 전시
2008년부터 촬영 뚝방길 나무 작품 35점 공개

【서울=뉴시스】 WALKING HUMAIST, 2008 ⓒ김중만 KIM Jungman

"사진의 힘은 멈춰 서서 계속 보게 하는 데서 나온다"(롤랑 바르트)

메케한 냄새와 먼지 때문에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제자리를 지켜온 나무를 통해 치유하고 변화하는 관계를 사진으로 담아낸 김중만 사진전이 열린다.

한미사진미술관은 김중만 사진전 '상처 난 거리'전을 3일 개막한다. 작가가 2008년부터 촬영해온 뚝방길의 나무 35점을 공개한다. 대형 한지에 프린트해 수묵화처럼 보인다.

한지에 스며든 사진처럼 10년간 작업한 나무는 스침과 스밈의 나비효과다.

김중만은 어느날, 인적 드문 길에서 망가지고 고통 받아 지친 나무를 만났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다녀가고 새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그곳은 아무도 모르는 인적 드문 곳이었다. 그는 나무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나무와 거리 두기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상처 난 거리’의 나무를 마주한 그날부터 지켜보기를 4년이 지나서야 카메라를 꺼내 들어 나무를 담았다."

외로움에 지친 마음과 나무의 상처가 사진가의 그것과 동일시되는 그 날, 지나가던 새가 나무에 앉아 힘찬 날개 짓을 시작했다.

【서울=뉴시스】CAN YOU HEAR THE WIND BLOW, 2009 ⓒ김중만 KIM Jungman

나무는 스스로를 드러냈고 바람은 나무를 단단하게 견디도록 더욱 세차게 불었다. 그렇게 거센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져스스로 회복되고 치유되어 가듯 생명을 사진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았던 존재가 오랜 기다림과 위로로 전혀 다른 존재로서 의미를 갖게 된 것,

나무는 지나간 아픔과 숨겨진 상처를 이겨내고 비로소 고요한 존재로서 김중만이 촬영해온 수많은 사람 들처럼 화면 가득 당당하게 자리한다. 도시에 버려진 풍경 속에서 드러나는 상처의 고통 과 애잔함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강한 이끌림이 김중만의 사진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다.

상업사진가에서 사진작가로 변신한 그의 작품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그는 2006년 돌연 상업 사진작가로서의 유명세와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한 채 한국의 가장 유명한 모델, 음악가, 배우와 여배우들의 사진을 찍는 것을 중단하고 한국의 지역으로 렌즈를 돌렸다. 예술성과 상업성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게 하는 한국 사진계의 이분법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온 김중만의 작품들이 지닌 가치는 최근에서야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1954년 철원에서 출생한 사진가 김중만은 사진에 반해 사진으로 평생을 보냈다. 빌린 카메라의 뷰 파인더로 세상 을 보았고, 필름 살 돈이 없어 텅 빈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러댔고, 삶은 누구도 예측 하기 어려운 날의 연속이었지만 지금까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10대 시절 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에 파견된 외과 의사 아버지를 따라 한국을 떠났다. 1974년 부터 1977년까지 프랑스 니스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 예술 학교 빌라 아르송에 재학하며 사진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발견했다.

1979년 아를 국제 사진축제에서 권위 있는 최우수 젊은 사진가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프랑스에서 가장 젊은 사진 작가 8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리처드 아베돈, 헬무트 뉴튼, 사라 문, 허브 리츠와 같은 당대 상업 사진가들 의 영향을 받아 1980~1990년대 아시아 상업사진의 창조를 자신의 길로 삼았다. 이후 2000년 korea.com에서 33인의 한국 문화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으며 올해의 패션 사진가상을 수상했다.

【서울=뉴시스】 ⓒ김중만 KIM Jungman

국제적인 사진작가로도 부상했다. 2013년 파라마운트 픽쳐 스튜디오가 미국 로스 앤젤레스에서 개최한 파리 포토 행사에서 그의 사진을 샌디에고 사진미술관이 구입하면서 화제가 됐다. 2010년 5번째 마로 상, 2015년 로펠러 재단에서 수여하는 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칼하트의 살로미와 에드윈 페, 아쿠오 에너지의 패트릭 루카스, 말레이시아의 니콜 팅 얍 등 뉴욕, 로스앤젤레스, 홍콩, 상하이 등 전 세계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2019년 2월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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