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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화외교는 연애랑 비슷해요" 외교관이 된 큐레이터

2017.06.13

[머니투데이]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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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외교부 문화외교국 문화교류협력과장. /사진=이기범 기자

[the300][피플]선승혜 외교부 문화외교국 문화교류협력과장

"한국 사람들이 주로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하는 질문 중에 매우 재밌는 게 하나 있대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죠. 남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그냥 말하면 돼요."

선승혜 외교부 문화외교국 문화교류협력과장은 ‘고상한’ 이력의 소유자다. 전직 미술관 큐레이터, 미학자, 문화 칼럼니스트 등의 경력이 주는 선입견이다. 직접 만나면 ‘고상함’보다 ‘젊은 문화 감각’에 놀란다. '문화외교'하면 고려청자와 한정식, 국악을 떠올리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가볍게 깨준다. 그는 스마트폰, 카톡, 분식, K-팝 등 한국의 일상 문화를 키워드로 뽑는다.

"솔직한 게 좋아요. 외국 사람들 오면 평소 가지도 않는 한식당에 갈 필요가 있나요. 듣지도 않는 국악을 알려줄 필요는 더 없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말하면 그게 호소력 있어요."

과거 문화 외교가 한국 알리기에 급급했다면 현재는 ‘함께 공감하는’ 게 문화 외교의 핵심이라고 선 과장은 말한다. 아티스트에서 외교관으로 변신한 지 1년2개월 남짓. 선 과장은 "10년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미학과 석사를 마치고 일본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미국 클리브랜드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한국문화를 알렸다. 성균관대에서 강의하면서 새로운 세대에 눈떴다. "21세기의 존재들에게 고려청자를 보여주는 설명 방식은 바꿔야겠더라고요." 이후 현대시립미술관에서 최첨단 미디어 감성도 접했다. 그러다 외교부의 경력개방형 공모로 인생이 뒤바뀌었다.

그의 업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지원부터 K팝 월드페스티벌, 스포츠외교, 차세대와 문화외교, 국민공공외교 등 방대하다. 5000점에 달하는 소장 미술품을 통한 재외공관 문화전시장화 사업과 모란도와 언해본, 한복 옷감을 활용한 행사용 병풍 제작은 그가 새롭게 시작한 것들이다.

특히 선 과장의 관심은 '민간'이다. "재외공관 관저나 만찬장보다 일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민원실이 중요해요." 그는 지난해 주모로코 대사관을 서당방처럼 꾸몄다. 모로코에서 흔한 사막과 우리의 바다, 모래의 성질로 만들어진 고려청자 각각의 사진을 엮어 작품도 전시했다. 몽골 대사관엔 '반구대 암각화'를 전시했다. 상대국과 우리의 문화를 접목시킨 아이디어다. 우리 전래동화 '의좋은 형제들'을 현지 언어로 번역해 대사관에 비치하기도 했다.

이밖에 아시아 26개국 청년들이 '4차 산업혁명과 아시아 소프트파워'를 대화하는 모임, '한중 빙상축제'도 계획 중이다. 네팔의 음악교육을 지원하는 한국 음악가들과 탄자니아에 한국동화를 번역해 보급하는 '쿠시마마팀' 등 다양한 공공외교를 지원하고 있다. "문화외교 패러다임이 완전 바뀌었어요. 정부는 판만 깔아주고 지원해주고 내용엔 관여하지 말아야죠."

그는 외교부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문화권을 접하며 인생관이 변했다. "제가 알고 있는 나라는 중국, 일본, 미국이었을 뿐이고 유럽은 영국이거나 프랑스, 독일이었죠." 세계관이 확장되며 '우리 문화'를 더 사랑하게 됐단다.

"문화외교는 연애랑 비슷해요. 나를 사랑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랑스럽게 행동하는 거죠. 상대의 좋은 점을 같이 좋아해주며 서로의 문화가 밍글링되는(어우러지는) 게 문화외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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