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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박찬경 작가 "朴정권 계속될줄 알았는데…세상 환해졌다"

2017.05.26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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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작가가 25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안녕 安寧 farewell '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7월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박찬경 작가가 국내에서 5년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총 12 점의 신작들을 국제갤러리 2관에서 선보인다. 2017.5.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5년만에 국제갤러리 개인전…'시민의 숲' 등 신작 공개

'폴 시냑은 루브르박물관을 불태우고 싶다고 했다. 2008년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되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 과정에서 4명의 노동자가 화재로 숨졌다'.

미국 팝아트 거장 에드 루샤의 1960년대 작품 '불에 탄 LA카운티미술관'(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n Fire) 밑에 박찬경 작가(52)가 적어놓은 글이다. 동·서양 미술가들의 작품 판형들을 자신이 쓴 글과 함께 벽면에 설치한 작품 '작은 미술사'(2014/2017)다. 에드 루샤와 함께 민중미술가 오윤, 신학철 등의 작품이 나열돼 있다.

이는 작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식민적' 미술사를 다시 쓰려는 시도로 읽힌다. 동서양 미술사를 구분하고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대신, 동서고금의 주요 미술작품들을 주관적인 방식으로 재배열했다. 그러면서 "미술사를 각자 쓰자. 허술하고 문제가 있고 미약하지만 그것을 정설로 제시하는 게 아닌 주관적이고 이단적인 형태로 각자 쓰는 게 재미있는 미술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이를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의 불행이 기인한,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식민적인 문화와 '근대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박찬경 작가가 25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안녕 安寧 farewell '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7월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박찬경 작가가 국내에서 5년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총 12여 점의 신작들을 국제갤러리 2관에서 선보인다. 2017.5.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분단, 무속신앙 등을 주제로 작업하는 박찬경 작가의 개인전이 '안녕 安寧 Farewell'이라는 주제로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2관에서 개최된다. 전시 제목에서 구 시대를 떠나 보내는 작별의 '안녕'과 새 시대를 맞이하는 '안녕'의 중의적 의미가 읽힌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5년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지난해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 먼저 선보였던 3채널 영상 작품 '시민의 숲'을 비롯해 조각, 설치 등 신작 12점을 선보인다.

평론가로 먼저 활동했던 박찬경이 1997년 서울 금호갤러리에서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미술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째다. 그간 '세트'(2000), '파워통로'(2004), '비행'(2005), '신도안'(2008), '그날'(2011), '갈림길'(2012), '만신'(2013) 같은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시민의 숲(Citizens Forest) 한 장면, 2016 (국제갤러리 제공) © News1

이번 전시 대표작은 '시민의 숲'이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이름없이 스러져간 이 땅의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민중화가 오윤의 미완성 그림 '원귀도'와 김수영의 시 '거대한 뿌리'(1964)에서 착안했다. 동학농민운동, 한국전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반복된 비극으로 희생되고 위로받지 못한 영혼들을 애도하는 '숲 속 의식'이 약 27분짜리 영상 속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을 위해 '삐삐롱스타킹'의 멤버인 권병준 씨가 음악 작업을 협업했다. 진도 상여노래 등 귀에 익은 듯한 소리가 뒤섞여 세월호 참사의 원혼들을 달래는 듯한 '씻김굿'에 어우러진다. '시민의 숲'은 6월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되는 '아트바젤'의 전시 하이라이트 부문 '언리미티트'(Unlimited)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25일 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찬경 작가는 "전시 준비를 할 때만 해도 박근혜 정권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세상이 너무 환해지니 제 작품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갖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하고, 누군가는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하죠. 개인적인 면에서는 전자의 태도가 좋지만,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는 후자의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가질 때 희망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승가사 가는 길 한 장면. 멀티채널 사진 슬라이드 연속 상영. (국제갤러리 제공) © News1

전시장 2층에는 서로 마주보는 화면 사이로 막걸리 상이 차려졌다. '시민의 숲'의 배경이 된 북한산 승가사 가는 길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한 신작 '승가사 가는 길'이 제사상 같은 술상을 가운데 두고 연속으로 상영된다. 이 밖에도 점집에서 혼을 부르는 도구로 쓰이는 원형의 금속 무구인 '명두'(明圖)를 이용한 오브제 작업 등을 전시했다. 작가는 "혼(魂)을 불러내는 도구이자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상징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밝은 별1, 김상돈과 협업, 명두·자작나무 판에 단청, 44×66.6㎝, 2017 (국제갤러리 제공) © News1

박찬경 작가는 198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세마(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의 예술감독을 맡으며 기획자로도 활동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런던 이니바(2015), 아뜰리에 에르메스(2008, 2012), 쌈지스페이스(2005) 등이 있고, 독일HKW(2017), 타이베이 비엔날레(2016),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2016), 아트선재센터(2013), 광주비엔날레(2006), 프랑크푸르트 쿤스트페어라인(2005), 암스테르담 드 아펠 아트센터(2003) 등 그룹전에 참여했다.

2004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하고, 형인 영화감독 박찬욱과 공동 연출을 맡은 '파란만장'으로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다. 전시는 7월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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