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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민중미술 60년 '흰색으로 그려낸 삶의 그늘·시대 어둠'

2017.05.17

[머니투데이]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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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민중미술 작가로 꼽히는 손장섭 작가는 17일부터 6월 18일까지 학고재갤러리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린 작품 '사월의 함성' 앞에 선 손장섭 작가.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17일부터 학고재갤러리서 손장섭 작가 개인전…'민중의 삶' 목격자인 '나무' 연작 선보여

작가 손장섭의 '나무' 연작을 보고 있노라면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초상화처럼 나무가 전면에 등장하는 데다 사람과 집 등 나무 이외의 요소는 비대칭적으로 조그맣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손장섭 특유의 '흰색'을 사용한 나뭇가지들은 오묘하면서도 신비로운 기운을 풍긴다.

대표적인 민중미술 작가로 꼽히는 손장섭 작가가 17일부터 6월 18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손장섭: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를 연다. 2000년대에 제작한 '신목'(神木)시리즈와 풍경화를 중점적으로 조명하는 한편 고등학생 때인 1960년대 작품과 역사화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다. 60여 년의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인생의 작품을 한 곳에 모은 회고전 성격을 띤다.

최근 학고재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태어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만난 사람들, 우리 시대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손 작가는 민중미술을 이끈 대표 그룹 '현실과 발언' 창립 회원이자 민족미술인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에게 예술은 삶과 역사를 기록하는 창과 같다.

"매일 같이 투쟁하며 사는게 인생이고 그게 곧 역사 아닙니까. 그 삶의 단면들을 안 그릴 수가 없었어요."

자연 풍경을 화폭에 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자연은 곧 민중의 삶이 전개되는 터전이자 역사가 배어있는 환경이다. 그가 독도, 울릉도, 백령도 등의 섬부터 금강산, 설악산, 북한산 등 산까지 전국의 산하를 다니는 이유다. 부인과 함께 전국 곳곳의 고목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용문사 은행나무, 속리산 정이품송, 울릉도 향나무, 영월 은행나무 등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나무는 민중의 삶을 오롯이 담은 역사의 목격자이자 증인으로 등장한다.

손장섭은 전국 곳곳의 오래된 나무를 찾아 다니며 화폭에 담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꼽히는 울릉도 향나무를 그린 작품 앞에 선 손장섭 작가/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손장섭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흰색'이다. 유홍준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아련한 은회색"이 어려있어 "멀리서 보아도 손장섭의 그림은 금방 알아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작가는 수채화에 흰색을 쓴다고 어릴 때부터 많이 혼났다고 했다. 물의 농도를 조절해 투명하게 그려야 하는 수채화에서 흰색을 쓰는 것은 '금기'에 가깝기 때문.

"당시엔 선생님이 흰색 물감을 싹 걷어가곤 했는데 그거 버리기가 아까워서 쓰기 시작했어요. 질감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좋아 널리 사용하게 됐죠." 그는 흰색에서 자연의 신성함과 민족의 순수성을 느낀다고 했다. 손 작가의 수채화가 차분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건 이 흰색의 덕이 크다.

'천막촌', '답십리 굴다리', '달동네에서 아파트로', '우리가 보고 의식한 것들' 등 그의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분단, 산업화, 민주화 등을 겪은 한국 근현대사와 고스란히 맥을 같이 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사월의 함성'.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린 작품으로 어린 나이부터 민중에 주목해 온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는 "4·19혁명 당시 거리에서 만난 시위대에 강한 인상을 받아 서울역 대합실에서 바로 스케치를 했다"고 했다. 격렬한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 작품은 민중미술이 무르익는 1980년대 이전, 태동기를 보여준다.

그는 작품 곳곳에 벙거지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을 조그맣게 그려넣기도 한다. 작가 자신 역시 역사의 목격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담아낸 것. "미술이 아름다움만 표현하는게 아니잖아요. (작품에서) 일정한 교훈이나 사회적인 모순점을 발견할 수도 있죠. 그런 옳고 그름을 비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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