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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서승원 화백이 47년째 천착하는 그림…신기루 같은 '동시성'

2017.05.16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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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승원, 동시성(Simultaneity) 16-518, 162x130.3cm, Acrylic on canvas, 2016

■ 노화랑서 회고전 같은 개인전, 17일 개막

'동시성(Simultaneity)'.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정확한 뜻이 애매해 찾아봤다.

세계미술용어사전에 따르면 19세기의 물리학자 쉬브렐의 ‘색채 동시 대비의 법칙’을 근거로 들로네(1885~1941)가 자기 미학의 근거로 삼은 개념이다. 아폴리네르(1880~1918)의 설명에 따르면, 쉬브렐의 법칙은 ‘만일 어떤 단순색이 그 본색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그 색은 대기 속으로 사산(四散)하여 스펙트럼의 온갖 색을 낳는다’는 것이다. 인상주의는 이 쉬브렐의 법칙을 본능적으로 화면에 적용한 셈인데, 들로네는 그것을 하나의 구성 원리로까지 높임으로써 아폴리네르의 이른바 오르피슴 회화를 낳았다.

100년도 넘은 이 '동시성'의 개념을 이어온 우리나라 화가가 있다.

'동시성'을 타이틀로 1970년 서울 신문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47년째 '동시성'을 천착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서승원, 동시성(Simultaneity) 73-14, 162x130cm, Oil on canvas, 1973

화단에서 '알려지지 않은 권위자'로 알려진 서승원 화백(75·홍익대 명예교수)다.

그의 '동시성'은 겹침과 잔잔함의 미학이다. 칠한듯 만듯, 그린듯 만듯한 그림같지 않은 그림처럼 보인다.

미술평론가 서성록도 "뭔가를 떠올릴 듯하다가 이제 종적을 감춰버리는 신기루와 같다"고 했고,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자연 관조를 통한 심상적 풍경’으로 불렀다.

어떤 틀을 갖고 있지도 않고, 분명한 색상을 띠지도, 무언가를 나타내지도 않지만 '부드러움'이 관통한다. "마치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화면에 그렇게 떠 있다."

【서울=뉴시스】서승원, 동시성(Simultaneity) 80-627, 162x130, Oil on canvas

도대체 무엇을 그린것일까.

“달빛이 드리운 창호지 문이나 집안 곳곳에 놓여있던 도자기를 보면서 색감에 대해 영감을 받았고, 다락방 문풍지에 해마다 바꿔 걸어주던 민화를 보고 수없이 따라 그리면서 놀았습니다. 항상 우리 얼, 우리 정신이 무엇인지 대해 고민했습니다.”

1960년대에 홍익대 회화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서화백은 순수한 조형언어들로 직조된 추상회화에 매료되었다. 선배 세대가 미술을 색채의 과잉과 감정의 폭주로 이해했다면, 서승원은 이지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조형의 간결성이었다. 작가는 일체의 이미지를 기본적인 어휘로 통합시키며 네모꼴과 색채로 이루어진 도시적이면서도 정갈한 화면을 펼쳐보였다. 1962년 창립된 '오리진'에 참여한 이후 반세기 동안 추상회화를 고수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서승원 화백

'동시성'을 주제로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성실했고 스타일에 있어선 고집스러우리만치 철저한 일관성을 보였다. 반면 40년을 넘기면서 동시성은 세월과 시간만큼 닮은듯 다르게 변화했다.

초기에 해당하는 색 분할의 시기(1960~1969)에서 출발하여 평면의 시기(1970~1989), 주정적인 시기(1990~1999)를 거쳐 근래의 관조적 시기(2000년대 이후)에서는 기하학적인 형태가 완전히 소멸한 시기로 볼 수 있다.

미술평론가 서성록은 "60년대와 70,80년대까지 순수 추상의 내재율을 중시하였다면, 90년대의 주정적인 시기는 화면을 지탱해오던 구축적인 구조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고 매스로서의 색과 간략한 필선이 화면을 배회하는 시기"라며 "터치를 남기고 필선을 그었다는 것은 그가 그림으로 회귀했다는 뜻이며, 이 시기 이례적으로 신체의 호흡을 남겼다는 점은 주체의 적극적 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중하게 개인의 감흥을 용인하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각진 네모에서 뭉게구름같은 형태로 변한 그림은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면으로 서정적인 여운의 자락이 짙게 감겨있다.

【서울=뉴시스】서승원,동시성(Simultaneity) 17-218, 162x130.3cm, Acrylic on canvas, 2017

“모서리를 없애고, 색채도 저녁 노을같은 부드러운 빛의 표현으로 대체하였다"는 서 화백의 작품은 추억의 자산이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유년시절 창호지문, 완잔 문양의 문창살이 있는 한옥에서 성장했는데 바로 여기서 예술적인 영감을 얻었고, 근작에선 창호지 문에 대한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다.

아스라한 경험에서 비롯된 풍경을 담아낸 그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

서성록 미술평론가는 "한국미술에 미리 계산된 작위적인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천진스러움’이 숨 쉬고 있음을 서승원의 작품에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면서 "사람이 의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심(私心)을 버리고 자연과 호흡을 맞추어 이루어 만든, 유니크한 아름다움의 세계"라고 평했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의 있다' 는 말처럼, 심적인 자유로움을 누리는 작가에서 나온 작품은 온화한 감정적 정서가 녹아있다.

“예전엔 차고 날카롭단 소리도 많이 듣고 그래서인지 청색도 즐겨 쓰곤 했는데 나이가 드니 점점 욕심을 버리게 되고 요즘엔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로 가는가를 많이 생각해요. 예술이 작가의 정신이고 삶이니까 그게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고 반영되는 것이지요”

오리진 창립 멤버로 한국 단색화를 개척하며 평생 추상작업에 매달려온 서화백의 회고전같은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은 17일부터 197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동시성' 유화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6월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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