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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원성원 작가 "권력 쫓는 공직자들, 얼음기둥으로 표현했죠"

2017.05.12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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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얼음기둥(The Ice Pillars of Government Officers), 2017, c-print, 120x200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News1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 '타인의 풍경'전

하얗고 깨끗한 얼음 들판을 고고한 자태의 학이 거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솟아오른 얼음기둥이 하늘에 맞닿으며 날카롭고 견고한 덩어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덩어리는 뿌연 연무 속으로 이내 존재를 감춘다. 원성원 작가의 사진 꼴라주 작품 '공직자의 얼음기둥'이다. 새 정권 내각의 '파격 인선'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가운데, 공직자를 소재로 한 작품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수천 장의 사진 층위들이 서사가 있는 하나의 장면을 이루는 이른바 '평면 위의 사진 설치', 사진 꼴라주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 원성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타인의 풍경'이라는 주제의 전시에서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언론인, 금융인, 교수, 약사, 연구원, IT전문가 등 전문직 종사자들을 소재로 서사가 있는 평면 작업을 선보였다.

이날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공직자의 얼음기둥'에 대해 "얼음처럼 투명하고 청렴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어느 순간 권력에 대한 탐욕을 쫓는 현실을 얼음기둥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인의 바다(The Sea of Journalists), 2017, c-print, 178x197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News1

'언론인의 바다'는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서사를 담은 작품이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단단한 바위 위에 올라가 넓게 관망하는 '펭귄'도 보이고, 배에 올라타 파도에 몸을 실은 '하이에나'들도 보인다. 원 작가는 "이 작품을 마무리할 즈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며 "얼마나 역동적으로 작업에 임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약사의 실험나무'는 고목에 갖은 약재들이 매달려 있고 고목의 가지 끝에서는 그 약재들이 만들어 낸 한방울의 '정수'가 병들고 연약한 새 앞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모습을 그렸다.

약사의 실험나무(The Experimental Trees of Pharmacists), 2017, c-print, 178x142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News1

중앙대학교에서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와 쾰른미디어예술대학에서 수학한 작가가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게 된 건 건강 때문이었다. 전문직 이야기를 작품의 소재로 삼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나이 들어가며 몸이 여기저기 망가졌어요. 갑상선도 떼어내고 배에는 수술로 꿰맨 흔적들도 많죠. 허리 디스크는 지금도 깨져 있는 상태고요. 더 이상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카메라를 들게 됐어요. 사진만 있으면 어떤 이야기이든 할 수 있으니까요."

작가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스스로를 '약자'라고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주위의 친구들, 특히 사회 통념상 '성공한 사람'으로 불리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부럽지 않았는데, 약자가 되고 나니 잘 사는 사람들, 그들의 돈이, 성공이, 풍요로운 삶과 보장된 노후가 부러웠다"고 했다.

교수의 바람들판(The Windy Fields of Professors), 2017, c-print, 120 x 200 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News1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할 수 없어 사진을 선택했지만, 원 작가의 작업은 여전히 노동집약적이다. 모든 이미지들을 현장에서 직접 촬영하는 것은 물론, 하나의 평면 작업을 위해 수천 장의 사진을 겹친다. 작품 7개를 완성하는 데에도 총 3년이 소요됐다고 한다. 화면 속 손바닥만한 면적의 건초 더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60여 장의 사진들이 겹쳐 효과를 냈다. 이 때문에 전체 화면 속 이미지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마치 하나의 이미지처럼 풍부한 입체감을 갖고 있다.

금융인의 돌산(The Quarries of Financiers), 2017, c-print, 222x178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News1

작가는 '선망의 직업'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인간사회의 한 풍경을 사실적으로 펼쳐보이면서도, 그 안의 서사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쪽에 가깝다. "나도 저런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어떨까, 나 또한 그러한 권력을 탐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는 6월25일까지.

연구원의 선인장(The Cactuses of Researchers), 2017, c-print, 120x200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News1

IT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The Water-grass Network of IT Specialists), 2017, c-print, 178 x297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 News1

원성원 작가. © News1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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