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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엄마 어디 가보고 싶었어?"…사진작가 박진영의 사모곡

2017.04.11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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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영_엄마의창_이즈반도 2016

■'치매 엄마'가 보고 싶었던 여행지 담아
'엄마의 창'展 아트스페이스J 11일 개막


사진과를 졸업한 놈이 카메라 팔아먹고 섬을 떠돌며 바다낚시를 다닐 때,엄마는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다. "저 놈이 언젠가 다시 카메라를 잡을 터"이니 필름 값을 댈 요량이었다. 엄마는 의외로 숨겨진 역량(?)을 발휘해서 필름 값은 물론 대학원 등록금도 아버지 몰래 대주었다. 간혹 큰 계약을 하면 시상이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다니는 걸 즐겼다. 재벌의 보험회사에서 시상을 받아 호주를 다녀 온 적도 있다. 대략 20년 전의 일이다.

엄마가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치매환자다.집을 찾아오지 못하고,손을 씻다 반지를 잃어버리고 10분 주기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정말 힘든 건 자신은 멀쩡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중견사진작가 박진영(46)은 병원에 있는 엄마를 보고 가는 날이면 전철안에서 울고 만다. "왜 건강한 나를 병원에 가두어 두냐"는 엄마의 황망한 질문과 침묵과 언쟁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진영_엄마의창_플로리다 2016

엄마가 병원생활을 하면서 '효도'를 생각했다. 엄마에게 용돈을 드리고, 맛난 걸 사드리고, 짧은 여행을 같이 해도 엄마는 힘들어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엄마의 기억을 더듬을 대화였습니다. 거창하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조명을 설치해서 인터뷰를 하는게 아니라, 침대에 앉아 족발을 먹으며 둘이서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어디가 가장 가고 싶었는지, 무엇을 가장 보고 싶었는지, 누가 가장 보고싶은지…"

엄마는 몇 번이나 '후로리다'를 말했다. "아마 미국의 플로리다였을 겁니다. 달력에서 보았던 바닷가 사진이 팜비치인지 마이애미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난 3년간 엄마가 말한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미국,중국,멕시코,핀란드… 길에서 먹고 자는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즐거운 촬영이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엄마의 창'을 주제로 11일부터 경기 분당 사진전문갤러리 아트스페이스 J에서 사진전을 펼친다.

【서울=뉴시스】박진영_엄마의창_아오모리

10년전 한국을 훌쩍 떠나 일본으로 갔던 그가 5년전 '후쿠시마 시리즈'를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그는 파노라마 카메라와 대형카메라로 도시풍경과 사건현장을 누비며 20~30대를 보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새로운 시도와 모색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사진 스타작가로 부상했다.

치매걸린 엄마가 건강했을때 가보고 싶었던 곳을 직접 찾아가 담아온 사진은 '창문'처럼 연출됐다.

"이 사진들은 전시가 끝나면 엄마의 병실에 걸 예정입니다. 창문없는 병실에 창문을 만들겁니다. 효도 없던 인생에서 내가 엄마를 위해 할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보험설계사를 하시며 나을 응원했던 사진의 길이 이니까요." 전시는 5월 25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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