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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당신이 소중한 만큼 동물들도 소중합니다"

2017.04.06

[뉴스1]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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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장호성의 개인전인 'PUBLIC ANIMALS' 포스터. (사진 갤러리 바로그림 제공) © News1

[인터뷰]'퍼블릭 애니멀스' 개인전 열고 있는 사진작가 장호성


반려견을 모델로 한 독특한 휴대폰 케이스를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혹시나 알 수도 있겠다. 바로 동물 사진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름을 알린 사진작가 장호성이다.

지난 1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태명빌딩 지하2층 갤러리 바로그림에서는 '퍼블릭 애니멀스(PUBLIC ANIMALS)'를 타이틀로 장호성 사진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장 작가의 사진에는 반려동물도 많지만 주로 유기동물들이 등장한다. 유기동물의 사진을 찍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갤러리 바로그림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다른 소재도 많을 텐데 동물 초상사진을 찍는 이유는?

▶ 어릴 때부터 유난히 동물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그 동물 좋아하는 애'라고 불릴 정도였다. 처음 동물을 대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12년 대학을 다니던 때였다. 수업 과제로 뭘 찍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평소 좋아하는 동물을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초상 사진으로 찍어보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통해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사설 동물보호단체 '애신동산'을 알게 됐다. 애신동산에서 올린 유기동물 사진은 다른 곳보다도 훨씬 힘들어보였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그곳을 찾았다. 막상 도착해보니 눈으로 직접 본 현장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고 열악했다.

처음 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하니 자기가 필요해서 찾아왔다가 다시 안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달가워하질 않았다. 그 말에 화가 나서 몇 번 나가다 안 나갔다. 그런데 계속 그 곳에 있는 유기동물이 생각났다. 몇 달 동안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았다. 고민을 끝내고 집 앞 개천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흰색 배경 천을 설치하고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들에게 부탁해 개들을 찍기 시작했다.

촬영한 사진은 반려견 주인에게 이메일로 보내주고 한 유명 커뮤니티 카페에도 올렸다. 나한테 반려동물 사진을 찍으러 오면 얼마를 주던 상관없으니 받은 돈을 애신동산에 기부하겠다는 글을 함께 올렸다. 그 과정에서 애신동산에서 연락이 왔고 그렇게 유기동물들 사진을 찍게 됐다.

애신동산에서 찍은 유기견의 모습과 사진작가 정호성의 글. © News1

- 기획전 제목이 특이하다. 왜 '퍼블릭 애니멀스'인가?

▶ 내가 하는 사진 작업은 크게 3가지 종류다. 하나는 애신동산의 유기견이고 다음은 반려동물의 초상사진, 마지막은 길거리에서 만난 동물들을 촬영하는 것이다. '퍼블릭 애니멀스'는 이 중에서 길거리에서 만난 동물들을 의미한다.

지난 2월에 대만에서 이 길거리에서 만난 개, 비둘기, 고양이 등을 소재로 사진전을 열었는데 그 때 제목이 '퍼블리 애니멀스'였다. 어감도 좋았지만 내가 하는 작업 모두를 아우르는 느낌이 들어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공공의 동물들'이란 우리 모두가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소중하게 대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도 사람 때문에 힘든 세상 속에 사는 동물이 많지 않나.

- 유기동물에 대한 전시를 꾸준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이 몇 번째인지?

▶ 크고 작은 걸 다 합하면 이번이 13번째 전시다. 공식적인 갤러리 타이틀로는 아마 5,6번째가 될 것이다. 2014년 3월에 첫 전시를 카페에서 했는데 어느 날 한 대학 교수님이 내 전시를 보고 마음에 든다고 프로젝트를 제안하셨다. 본인을 포함해 제자들과 초대작가가 함께 개를 주제로 드로잉, 조각, 설치미술, 디자인 등의 전시를 하는데 사진을 함께 전시하면 어떻겠냐고. 그래서 인사동 갤러리에서 열린 프로젝트 전시회도 참여했었다.

- 작품 중에 흑백사진이 많은 것 같다.

▶ 원래는 흑백사진만 찍었다. 사진 속 동물들의 감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는데 흑백사진은 천천히 깊게 다가오는 감정 표현이 잘 된다고 생각했다.

- 가장 인상적이거나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이 있는지.

▶ 촬영한 동물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하는데 최근 대만에서 찍은 반려견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대만 전시회에서 관람객들 중 뽑아서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를 했었는데 20대 자매가 나이든 반려견을 데리고 왔었다. 올해 열네살이 된 '리너스'란 이름의 이 리트리버는 이미 배 부분 종양이 확연히 보일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그 자매에게 리너스의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줬는데 답장이 왔다. 리너스가 이렇게 잘생긴지 처음 알았다고. 반려견의 그간 몰랐던 다른 점을 본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에 스스로도 뿌듯했지만 한동안 잊고 있던 내가 왜 동물 사진을 찍는지에 대한 이유를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혹시라도 살다가 반려동물을 버리고 싶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보면 혹시라도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초심을 (리너스가) 상기 시켜준 셈이다.

대판 타이베이에서 진행한 사진 전시회에서 촬영했던 '리너스'. (사진 장호성 작가 제공) © News1

-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 특별하게 한 가지를 콕 집기는 어려운데 사진을 봤을 때 이 친구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유기동물과 입장을 바꿔 버려진다는 게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해보면 그들이 얼마나 나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 보호하고 돌봐줘야 할 존재라는 것을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비단 동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약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내가 찍은 사진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변화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당신이 소중한 만큼 동물들도 소중하다는 것을.

장호성 작가의 개인 전시회는 이달 14일까지다. 전시된 작품은 종이액자로 제작해 판매된다. 제작비를 제외한 판매 수익금은 애신동산에 기부된다.

2016년 장호성 작가가 대만에서 촬영한 길거리에서 만난 고양이의 모습. (사진 장호성 작가 제공) © News1

ihavethe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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