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무명 미술가들도 밥 굶지말고 그릴 수 있도록 돕겠다"

2016.09.28

[뉴스1] 박정환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유상덕 송은문화재단 이사장 겸 삼탄 회장(57) © News1

[인터뷰] 유상덕 송은문화재단 이사장 겸 삼탄 회장 ①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은 제가 아니라 송은문화재단이 받은 상이라고 믿습니다. 재단은 선친이신 고(故) 유성연 회장(1917~1999)께서 자신의 호(號)에서 이름을 따와 1989년에 세웠습니다. 숨은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처럼 재단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조용하고 한결같이 젊은 미술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25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수상자인 유상덕 송은문화재단 이사장 겸 삼탄 회장(57)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무명의 30~40대 미술가들이 밥 굶지말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자고 하셨던 아버지의 진실한 애정과 헌신이 빛바래지 않도록 노력했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에 앞서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 이사장은 부친인 선대 회장과 송은문화재단 직원들에게 수상의 모든 공을 돌렸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은 전 세계적으로 문화예술 후원자나 단체에 주는 유일한 상으로 1992년 제정됐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미국의 록펠러재단, 영화배우 청룽 등이 받았다.

유상덕 이사장은 국내에서는 12번째 수상자다. 고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정희자 선재아트센터 관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앞서 이 상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부친에 이어 1999년부터 송은문화재단을 이끌며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육성하는 등 한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2001년 '송은미술대상'을 제정했고, 2010년 송은아트스페이스를 설립해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선대 회장에 이어 1999년부터 재단을 운영

송은문화재단의 설립자인 고 유성연 회장은 함경남도 함주 출신으로 어린 시절 꿈인 화가의 길을 포기하고, 고(故) 이장균 회장과 함께 석탄·연탄 제조기업인 삼천리를 1955년 창업한 기업인이다.

유상덕 이사장은 "아버지께선 미술을 대단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인 제게 미술을 전공하라고 권할 정도였다"라고 회상했다. "아버님은 1917년 함남 삼평면 부흥리에서 2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나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으셨습니다. 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일본 유학을 준비했으나 태평양전쟁의 영향으로 꿈을 포기해야 했지요. 해방 이후 사업을 시작해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했고, 사업이 안정되자 당신께서 못 다 이룬 꿈을 젊은 화가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신하셨습니다."

고 유 선대회장이 화가의 꿈 대신에 설립한 삼천리그룹은 현재 유상덕 이사장과 이만득 회장이 대(代)를 이어 61년째 동업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삼탄을 기반으로 자원개발 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이 회장은 ㈜삼천리를 중심으로 도시가스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삼탄은 1960~1970년대 국내 석탄사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삼척탄좌가 전신이다. 강원 정선에서 무연탄을 채굴해 판매하던 유성연 삼탄 선대 회장은 석탄산업의 위기를 예감하고 '무모한 도전'이란 평가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파시르 광산에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었다. 20년이 지나 이 광산의 유연탄 매장량은 13억 톤에 달하는 '노다지'로 탈바꿈해 단일 탄광으로 세계 5위에 들고 있다.

두 집안은 투자 비율이 다르더라도 수익은 절반씩 나누고 모든 계열사 주식을 절반씩 갖는 등의 동업 원칙을 61년 동안 지키고 있다. 특히, ㈜삼탄이 2010년 계열사 지분 조정을 위해 삼천리 주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두 창업가문의 주식 수를 63만6621주로 똑같이 맞추기 위해 1주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유상덕 이사장은 1999년부터 송은문화재단을 이끌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2001년 제정된 '송은미술대상'이 대표적이다. 이 상은 유망한 젊은 미술작가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매년 공모와 공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재단과 인연이 없는 미술작가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공모전 방식인 송은미술대상을 만들었다"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초기엔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심사를 했다"고 했다.

"당시 국내 공모전이 공정성 논란에 쉽게 시달렸습니다.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30여 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후보명단을 만들었습니다. 심사일자를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직전에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공모작의 채점을 부탁했습니다. 위원들의 일정상 절반 정도만 공모전 심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다른 심사위원의 신원을 모르게 심사 시간을 겹치지 않게 배정했습니다."(2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art@


편집자주: ㈜삼탄은 연간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 유연탄광인 인도네시아 파시르 광산을 보유한 에너지 기업이다. 유상덕 삼탄 회장은 기업 경영에 관한 모든 인터뷰를 고사하며, 겸직하고 있는 송은문화재단의 주요 행사 때만 외부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어 '은둔의 석탄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유 회장이 1999년부터 송은문화재단을 이끌며 한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5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받았다. 이에 유 회장과의 인터뷰를 2회에 나눠 올린다.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