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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노숙인의 포장마차 예술품되다…유목연 작가의 '소통예술'

2016.08.17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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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주에서 유목연의 포장마차 작품인 '목연포차'를 찾은 관객들. /사진제공=유목연

[작가&작가] <11> "유목민의 삶 실천하는 예술가" 평가…퍼포먼스·설치 등으로 단절된 관계 회복에 초점


“직장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집도 나왔어요. 친구들과 연락도 끊겼지요. 그 이후 고립된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강박적으로 생겨난 것이 작업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현대미술가 유목연(38)은 생계로 시작한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나눠 주는 일을 예술 작품화했다.

그는 전북도립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전북 전주시에서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포장마차 ‘목연포차’를 운영하고 있다. 목연포차를 찾아오는 손님에게 국수를 무료로 준다. 그 전에는 프랑스 파리에도 그의 포장마차가 들어섰다. 2015년 삼성문화재단이 1년에 한 명 선정하는 프랑스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입주작가로 선정되면서다. 파리에서도 1년간 꾸준히 새벽에 일어났다. 직접 만든 포장마차에서 육수를 우려내고 국수를 삶기 위해서다. 삶은 국수를 현지 노숙인에게 나눠줬다.

그는 개인적 사정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10년쯤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헝가리 등지에서 파리로 찾아든 이들은 프랑스어나 영어 모두 소통이 어렵고 자신을 드러내기 꺼렸습니다. 국수 한 그릇을 주고 ‘당신의 별명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식으로 말을 건 적도 있지요.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낯선 이들과 이야기를 두런두런 주고받고, 잠깐이나마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는 점에서 저에겐 뜻깊은 일입니다.”

유목연(오른쪽)이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관객에게 마사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목연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그 다음 몸’ 전에서는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1~5시에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마사지도 해주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작가로부터 마사지를 받은 후기나 기념사진 등이 올라오고 있다.

그는 퍼포먼스, 설치, 사진,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단절된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일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미술가 고재욱(33)은 그에 대해 “진정한 유목민적 삶을 실천하는 예술가”라고 말했다.

‘단순한 삶’을 지향한다는 그는 간소한 짐만을 챙겨 찜질방에서 산다. 찜질방 실내 TV 앞에서 만난 손님들과 소소한 잡담부터 사연이 묻어난 긴 얘기를 주고받으며 ‘일시적 가족’처럼 지낸다고 했다. 그는 오는 9월 7일 두산갤러리 개인전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소통을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간’이 작품에 흐르는 이야기입니다. 공간 안에 벤치를 설치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그 공간 안에 배역을 설정한 인물들을 미리 배치하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일이지요.”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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