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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 '섬뜩한 아름다움' 성병희의 '아무도 모른다'

2016.06.20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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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성병희, '아무도 모른다',130cm*162cm. 캔버스에 아크릴. 2015. 2016-06-17

전시장에 들어서면 깜짝 놀란다. 보는 순간 '헉' 비명이 튀어나온다. 질끈 눈이 절로 감길 정도로 충격적이다.

수술복 차림에 눈이 시뻘건 여자가 양 팔에 갓난 아이 둘을 안고 심장을 꿰매고 있다. 피는 뚝뚝 떨어지고 팔이 잘린 아이 옆으로 뇌, 혈관, 내장이 둥둥 떠다닌다. 심장이 빠지고 내장이 파열된 또 다른 아기들은 점점 가라앉고 있다. 반면 넥타이를 맨 멀쩡한 신사의 머리통은 잘려나간 채 귓속엔 개미들이 득실거린다.

기괴하고 섬뜩하지만 놀라움속에도 자꾸만 그림을 들여다보게된다. 처음 마주했을 때 놀람과는 달리, 부패된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듯해서다.

‘아무도 모른다’라는 제목을 단 성병희 작가(47)의 그림이다.

사회 부조리를 꼬집고 아픔을 담아낸 것이라고 했다. “진실을 이야기 하고, 약자들이 소리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권력을 가진 이들의 귓속은 벌레만 가득하죠. 엄마는 할 수 없이 자신의 심장을 꺼내놓고 아이들을 직접 수술하는 겁니다. 엄마니까요.”

작업은 어둠과 고통에서 출발했다. 어릴 적부터 인생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왜 살아야 하지? 내 존재 이유가 뭘까? 나 같은 애는 왜 태어났을까? 없어도 되지 않을까?’ 끝없이 질문하고 고뇌했다. 답을 찾기위해 수많은 책을 탐독했다.

“카프카의 작품을 읽었을 때 다행히 위안을 얻었어요. ‘나처럼 힘든 사람이 또 있구나,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하면서요. 지독한 아픔을 누군가는 글로 표출하고, 저는 그림으로 발산하는 거죠.”

수술하는 엄마 대신 아이가 캔버스 한가운데 자리잡은 ‘강요된 기억의 파편’은 같은 주제를 아이의 시각에서 다뤘다. 모든 게 폐허가 되고 상처와 순수성이 죽거나 다친 채로 뒤범벅되어 있다. 작가는 필사적으로 고통을 극복하고 회복하려는 아이의 노력을 산소호흡기로 표현했지만, 정작 아이는 그 호흡기를 쓰지 않은 채 슬픈 눈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성병희, 'Scent of Bowie'(보위의 자취), 45.5x38cm, acryl on canvas 2016-06-17

혹자는 이 작품을 보고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기도 한다.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사회적 사건과 연결해 재구성하고 비유와 상징을 더한다.

“가장 무서운 건 자신들이 행하는 것이 폭력인지도 모른 채 행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아간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피해는 계속되고 약자들의 고통은 줄지 않는 거라 생각합니다. 약자이기에 억울하게 받은 상처는 스스로 치유하며 살든가 혹은 삶을 포기하게 만들기까지 하죠.”


작가는 아프다고 소리만 치진 않는다. 부패와 부조리를 비꼬는 동시에 가해자들에게 경고하고 고문을 가하기도 한다. ‘(근시안적 오류) 교정장치’라는 작품에서다. 시력 조절기구, 턱 교정기구, 뇌와 관련된 기구를 사용해서 그들의 사고와 태도를 바로잡고자 한다.

작가는 “세상을 똑바로 보고 판단하고 살아가라 말해주고 싶다”며 “강제적으로라도 제대로 보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그렸다”고 말했다. 결코 눈을 감을 수도 없게 만든 교정기가 잔인해 보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당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가슴 한 구석이 찡해올 뿐이다.

그는 사회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나의 고통과 타인의 아픔을 함께 어루만지며 캔버스 위에 토로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대학 때부터 줄곧 ‘사람’을 그리면서 탐구하는 작가는 “제 작업에서 사람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엔 현대 록의 상징이자 예술의 아이콘인 데이빗 보위(David Bowie)를 그렸다. 그림은 오는 8월 26일부터 아트스페이스 호서에서 열리는 ‘데이빗보위’전시에서 볼 수 있다. 성 작가는 “그의 예술세계를 재해석하며 삶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공허함을 붉은 개미떼로 표현했다”며 “보위가 음악으로 남긴 예술의 자취를 따라가는 대중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작가 성병희= △홍익대학교 서양학과 졸업(1990)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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