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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도깨비 호랑이 춤…'민중미술' 대표작가 오윤의 작품세계

2016.06.18

[뉴스1] 박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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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도깨비, 1985, 목판, 54.5x36cm (이하 가나아트센터 제공)

가나아트 '오윤의 30주기 회고전' 오는 24일부터 8월7일까지 개최.

우리나라 '민중미술'의 대표적 작가 중 한 사람인 오윤(1946~1986). 그는 1960년대 대학가 문화운동과 1980년대 민중미술 부흥시기에 활동했다. '갯마을'로 유명한 현대문학의 대표적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 시기 많은 작가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에서 예술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윤은 토속적인 주제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향방을 모색했다. 그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전통적 주제들을 재해석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오윤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최초의 현실비판을 보여준 미술단체 ‘현실동인’과 한국 민중미술의 중심이 된 단체 ‘현실과 발언’에서 활동 하면서 민중미술 운동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그는 1960년대 중반부터 현실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흑백판화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색과 단순하면서도 힘이 있는 선을 도입하며 작업을 발전시켜 나갔다.

특히 이 시기에 '입체주의'나 멕시코 미술의 영향 아래 탈춤과 같은 한국의 전통적 주제와 소재를 차용하여 조형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오윤의 초기작은 민족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목판화가 주 매체였는데 '대지' 시리즈와 같은 농촌의 삶이나 자연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이미지, 그리고 '노동의 새벽' 시리즈와 같이 고달픈 노동에 시달리는 빈민층의 모습을 반영한 주제가 많다.

또 민담이나 설화를 소재로 한 주제 역시 종종 등장한다. 기존 미술계의 주류를 형성하던 '모더니즘'의 틀에서 벗어나, 순수 회화 매체뿐만 아니라 계간지와 월간지의 표지화와 삽화, 그리고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포스터와 걸개그림 등 당대 시대 상황과 맞물리는 풍부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작가가 가진 사회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마케팅-지옥도 1, 1980, 캔버스에 혼합재료, 162x131cm

회화에서도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옥이나 전통 놀이에 빗대어 풍자하는 등 마치 민담이나 설화와 같은 서사를 갖춘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예술로서의 예술보다 민중과 함께 숨 쉬고 그들의 삶에 좀 더 밀착된 새로운 형식의 회화를 추구하고자 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미술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오윤은 군사정권하의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고통받거나 소외당하는 평범한 민중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기 시작했다. 이 시기 그의 그림은 단순하고 조각과 같은 형태를 통해 무뚝뚝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갖추기 시작했으며,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는 동시에 민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감성을 담은 그의 표현은 오윤만의 독자적인 특성으로 자리잡았다.

오윤의 작품이 현실비판을 중심으로 '리얼리즘'이라는 시각에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는 단지 비판에만 머무르지 않고 ‘민중의식’이나 ‘한’과 같은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정신과 정서를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특히 힘과 역동성이 두드러지는 오윤 만의 독보적인 예술세계는 그가 활용한 다양한 미술 매체를 통해 구현되곤 한다. 그는 크레파스, 색연필, 모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드로잉(소묘)부터 흙 작업과 '테라코타'(구운 토기), 유화작업, 그리고 그가 가장 많이 활용한 목판화까지 다양한 미술적 시도를 했다.

달과 호랑이, 1973-1975, 종이에 먹선, 채색, 26.1x19.3cm

강한 선의 처리와 단순하게 끊어지는 면,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형상들은 보통사람들의 꾸밈없는 모습이나, 호랑이, 도깨비와 같이 토속적인 이미지를 상징하는 형상들, 불상과 같은 전통 소재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소재와 재료들, 그리고 여러 색과 형태들은 하나의 화면에서 서로 부딪치고 어우러지면서 그의 화면은 더욱 강렬한 역동성을 가지게 된다.

특히 '원귀도'나 '도깨비' 시리즈는 비극적인 현실의 모습을 표현함과 동시에 신명 나는 칼춤 등을 묘사하면서 무속적인 표현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당시 민중의 애환과 한을 조형적인 방법을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일종의 샤머니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판화만의 특징인 흑백의 이미지, 목판 위에 칼로 날렵하게 새겨진 조각적인 형태, 그리고 원색의 강렬한 채색의 조화는 마치 전통 무속신앙에서 드러난 형태와 오방색, 또는 탱화에서 볼 수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냄으로써 민족적 상처에 대한 액막이로서의 화면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오윤은 대중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도상을 통해 미술과 사회의 소통을 꾀하고 동시에 전통적인 가치들을 지키고자 했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는 한국적인 정취를 단번에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지나온 현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우리의 모습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한바탕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처럼 우리 민족의 정서를 유쾌하면서도 신랄하게 노래하고 있다.

가나아트센터는 한국의 현실사회를 비판하고 이를 민족성이 담긴 모습으로 표현해낸 '민중미술의 대표 작가' 오윤의 30주기 회고전을 오는 24일부터 8월7일까지 개최한다. 개막 행사는 오윤 선생의 기일에 맞춰 오는 7월4일 오후 5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일생의 작업을 250여점의 작품과 만난다. 생전 오윤과 막역한 사이였던 미술사학자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옥, 가족, 춤, 인물, 그리고 조각과 초기 드로잉, 마지막으로 오윤의 작업을 보여주는 영상자료까지 오윤 작업의 전반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윤 교수는 개막행사일 오후 3시 공개좌담회를 진행하며, 미술사학자 유홍준 선생이 7월9일 특강을 연다.

특히 생전에 제작했던 판화들과 함께 학창시절 오경환 등과 함께 여행하고 어울리며 그리곤 했던 작은 스케치북의 드로잉과 같은 소중한 미공개 자료들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는 오윤의 삶과 작품세계를 두루 살펴봄으로써 한국 민중미술의 요체인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이해하고, 토착 문화의 현장을 섭렵하던 한 미술가의 생애와 그가 머물렀던 당대의 맥락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기회다.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오윤 회고전 기자간담회을 열고 있다.© News1

윤범모 교수는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오윤이 세상을 떠난 지 한 세대인 30년이 흘렀다"며 "1979년 '현실과 발언'에서 만나 오랜 세월 고락을 나눈 가까운 형님이었다"고 회고했다.

윤 교수는 "'현실과 발언'은 학교와 성향에 관계없는 작가들의 동인모임이었다"며 "대부분 도시적 성향이었으나 오 작가는 토속적인 성향을 보였다"며 "오랫동안 다양한 미술매체 실험과 토론을 통해 작가로서 성장해 갔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판화미술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데도, 오윤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목판화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오윤 목판화 작품은 민중운동의 영향으로 여러 작품을 찍어내는 '에디션'이 없어 이번 전시에선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생전 판화 작품만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70년대 초기 드로잉 작품을 통해 오윤이 젊은 시절 예술세계를 이뤄가는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그의 특징인 힘찬 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윤 예술 세계의 진면목이 대중화되고 세계화되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윤 교수는 또 '오윤의 작품이 중국의 항일 목판화 운동과 유사하다'는 질문에는 "당시 시대상으로 볼 때 중국 판화작품을 접하기 어려웠다"며 "중국과는 좀 다른 성격의 작품 세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오윤 작가의 유족 가운데 막내 여동생인 오영아씨와 김익구씨 부부, 두 아들인 상묵·상업씨도 참석해 오 작가와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오윤 작품에서 춤추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동래학춤으로 이름을 떨쳤던 외조부 김기조 선생과 외삼촌 김희영의 영향으로 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전시 주요 작품의 이미지다.

춤추는 남자, 1970-1975, 종이에 먹선, 채색, 26.5x19.3cm

도깨비, 1985, 광목에 채색, 판화, 132.6x244cm

칼노래, 연도미상, 광목에 목판화, 채색, 47x31.6cm

호랑이, 1973-1976, 종이에 먹선, 채색, 26.3x18.1cm

여인누드, 1969-1971, 종이에 먹선, 채색, 25.2x35cm

여인두상, 1975, 테라코타, 25x20x17cm

전시장 내 전시된 작품의 이모저모. 박창욱 기자 © News1

박창욱 기자(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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