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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로큰롤 듣다 현대미술에 빠진 마리 관장 "스토리텔링부터 다지자"

2016.05.09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대담=신혜선문화부장, 정리=김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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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역사의 국립현대박물관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처음 외국인이 선임됐다.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인물. 대학 때 전공은 철학과 교육학이지만 사회인이 된 후 그의 전공은 현대미술이 됐다. 다양한 국제 미술 조직과 국제미술전시 경험이 있는 그는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자유의 정신을 높이 산다. /사진=이기범 기자

[머투초대석]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韓미술, 해외에 알릴 좋은 기회"


외국인으로 처음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끌게 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의 대학 전공은 ‘철학’이다. 철학이라는 단어 앞에 멈춘 건 전적으로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철학전공자가 미술관장을?

하지만 그는 전문가 맞다. “학창 시절 미술에 심취했다는 얘기”보다 객관적인 것은 그의 이력이다.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을 지내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부터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장을 역임했고, 베니스 비엔날레 스페인관 큐레이터(2005년), 네덜란드 비톄 데 비트(현대미술센터) 예술감독(1996~2001) 등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지녔다.

첫 직장 ‘화랑’ 얘기를 물으니, 단 3개월 근무했다고 짧게 말한다. 혹시 미술을 직접 할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느냐 물었다. 이번엔 아예 두 손으로 엑스자 표시를 지으며 단호하게 “노우”(No)를 외친다. 미술에 대한 인연은 어떻게 맺어진 걸까.

“미술에 열중했는데 철학 전공으로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는 농담까지 하며 웃는 그의 입에서 “로큰롤”이란 단어가 나왔다. “로큰롤?” “1980년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공동체와 긴밀한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 바로 ‘로큰롤’이다. 현대미술은 돈 같은 가치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고 자유를 얘기한다는 점에서 ‘로큰롤’과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영국 록밴드로 포스터펑크 음악으로 유명한 ‘조이디 비전’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설명이 곁들여진 그의 답이다. 이런 얘기가 없었다면 ‘직접 미술을 하는 행위에는 눈곱만큼 관심이 없었는데도 미술에 열중했다’는 그의 말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뻔 했다.

현대 미술과 로큰롤을 관통하는 가치를 들으니 “세계 시장에 한국 미술 수출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게 ‘스토리 텔링’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이해됐다. 소규모 음악 밴드가 추구하는 가치만큼이나 한국 현대 미술의 다양한 개성을 살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관에서 만난 그는 “한국 미술이 전 세계에 그 존재를 알릴 좋은 기회를 맞았다”며 웃었다.

- 지난해 12월이니 취임 4개월 정도가 지나는군요. 스페인에서 한국행을 결심한 당시와 실제 체감한 가장 큰 차이가 있을 거 같은데요.

▶ 막연한 상상만 했죠. ‘한국이 세계 미술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짧지만 직접 겪으며 든 생각은 한국은 이미 세계 미술사조에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가진 성장 잠재력과 작가들을 알게 됐으니까요. 지금은 전 세계 미술 시스템에 한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모국에서 한국 미술을 접한 기회가 있었나요.
▶ 스페인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니까요. 제 기억으론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작가를 만났습니다. 이 한국 작가들이 아방가르드적인 문화를 한국에서 선도한 장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미술이 한국을 바라본 이유도 이들 덕이죠.

호감 있는 한국 현대 미술 작가가 누구인지 물었지만 이름은 듣지 못했다. “매우 많아서 밤까지 계속 언급만 하다가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그는 “일을 하며 취향에 치중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특정 작가를 언급하는 데 대한 부담을 대신했다. 그는 “머리와 마음 모두 함께 하는 전시를 하려고 하고 있고, 그중에서는 마음보다 머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전시를 하려 한다”며 객관성을 재차 강조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사진=이기범 기자

- 올해 밝힌 미술관 운영 목표를 보면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한다’, ‘한국 미술시스템을 세계화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주시지요.

▶ 가장 중요한 관점은 전시 프로그램입니다. 세계 미술 시스템에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데 이는 전시를 통해서입니다. 독창성, 과학적인 근거, 모험성, 혁신성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대중에 제공하는 공공 프로그램, 출판 등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고 차별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기관이지만 세상이 우리를 바라본다는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판단하는 외부가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해야 하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관람객이 있다는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구성원에도 이를 위한 ‘자극’이 필요합니다.

한국 미술 시스템을 세계화하기 위해선 ‘수출입’ 틀에 사로잡혀있는 전통적인 우리 방식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세계 무대에서 토론하고 대화하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한국에 있는 많은 재능을 가진 분, 동시대 우수한 재능 가진 분을 (세계에) 연결하고 연계시켜주는 것이겠죠. 이는 지속적인 사업이 돼야 합니다.

놀랍게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지금까지 우리 현대미술가의 도록을 해외 출판이나 해외 서점을 통해 공급한 적이 없었다. 마리 관장은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도록을 세계 유수의 미술 서점에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는 “한국 미술을 평가할 수 있는 스토리 텔링, 즉 한국 미술 내러티브를 전 세계적인 플랫폼에 소개할 것”이라며 그 구체적인 방법은 전시, 출판, 토론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더불어 기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확장해 비평가, 큐레이터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전반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ISP(인디펜던트 스터디 프로그램 : 독립 교육 프로그램)를 강화해 학예뿐 아니라 비평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바꿀 예정이다.

-‘구성원에 대한 자극’은 어떤 의미인지요. 태어나고 자라나며 경험한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도 외국인 관장으로 한국인 구성원들과 의사소통도 어려울 텐데.

▶ 직원들은 다른 문화 배경에서 온 새 관장인 저에 대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데 드는 시간은 처음보다 훨씬 빨리, 문화적인 차이도 거의 안 보이게 줄어들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노력의 결과죠. 새로운 절차, 배움을 위한 새로운 과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년 전 서울관 개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의 외형이 급격히 성장했는데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국립현대미술관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를 계량하는 방안이 있나요. 세운 목표를 수치화한다면요.

▶ 양적인 표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전시 프로그램은 제가 오기 전 결정된 것이라 그 선에서 최상의 질을 제공할 것입니다. 저는 2017, 2018년 전시를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임기 이후인 2019, 2020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대형 미술관은 (계획의) 지속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관장으로 보는 가장 큰 목표는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을 만드는 것인데 다른 미술관이 그렇듯 장기적인 관점으로 하고자 합니다.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가장 오래된 정례전이자 가장 훌륭한 신예 발굴 프로그램인 ‘젊은 모색전’이 2년째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관장이 오기 전 결정된 것이지만 복안이 있는지요.

▶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 콘텐츠이고 역사를 자랑하는 전시인 만큼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내실을 다질 계획입니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범위를 국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과의 시너지를 유도하는 방안 등 종합방안을 검토중입니다.

-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올해로 35년째입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 결론을 내리기 위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셨습니다. 일부에선 입장이 바뀔 수(위작으로)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데요.

▶ 충실히 그리고 꼼꼼하게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관련인들에게 현재 소송이 제기된 사안이며 아직 결정을 내리기 위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위작 문제는 조심스럽습니다. 경제적인 이해관계도 많이 얽히고설킨 문제이죠. 세계적으로 미술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시점인데 전문가들이 입장을 빨리 공개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마리 관장은 수장고에 있는 위작 논란이 있는 천 화백의 ‘미인도’를 봤다고 말했다. 소감을 물으니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논란은 굉장히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천경자도 그렇고 기관도 그렇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논란이라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빨리 이 논란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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