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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 조각가 음정수 “인생은 건축과 닮아"

2016.05.09

[뉴시스] 이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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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Build life-man1_wood,steel_46x46x180(cm)_2014 16-05-06

【서울=뉴시스】이언주의 문화칼럼리스트 = “어제와 오늘은 비슷하지만 조금씩은 달라지고 있죠.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인생사가 기록되는 거 아닐까요?"

조각가 음정수 작가(41)는 나무와 철을 주재료로 쌓아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우리 삶도 차곡차곡 쌓아서 완공하는 건축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지는 불과 3년 남짓한 늦깎이 작가다.

공대생이었다, 미대생이 됐고,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어린시절 미술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미술공부 하는 걸 반대"했다. "결국 기숙사 학교인 공주 한일고등학교를 거쳐 이과라는 이유만으로 대학은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했었다.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휴학을 하고 미대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부모님 몰래 미술학원을 다니느라 용돈을 아껴가며 학원비를 마련했고, 같이 학원 다니는 학생들 영어 수학 과외를 하기도 했다."

어렵게 홍대 조소과에 입학했고 졸업했지만, 다시 방향이 틀어졌다. 동영상을 촬영 편집하는 회사를 창업했고, 유기농 상점까지 운영했지만 마음은 미술에 있었다.

【서울=뉴시스】조각가 음정수. 16-05-06

“세월은 흐르고, 더 이상 늦으면 안되겠다 싶었어요. 나중에 분명히 후회하겠더라고요.”

그렇게 '미술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골조를 세우고 나무와 벽돌을 쌓아가며 건물을 짓는 작업처럼 그에게 조각은 삶을 다듬는 작업이자 인생사를 써내려 가는 과정이다.

허투루된 시간은 없다. 치밀함이 무기다. 조각 조각이 맞물린 그의 작업은 공학적인 계산이 바탕이됐다. 컴퓨터로 설계하고 레이저커팅기를 사용해 완성한다.

나무를 자르고 철을 이어 붙이고, 때론 시멘트를 바르면서 자신과 타인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탑을 쌓은 육면체의 나무 조각은 현대인의 초상이다. 불에 그을려 있기도 하고, 고개를 푹 떨군 채 서있기도 한다. 헬멧을 뒤집어 쓴 듯 빽빽한 철제 프레임 안에 갇힌 모습은 스트레스에 짓눌린 우리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인간 내면의 복잡한 이야기를 수직과 수평을 기본으로 단순화시켜 건축물에 투영한 모습은 친숙하게 다가온다. 나무 도막을 쌓아 올린 모습은 마치 보드게임 ‘젠가’ 같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키 만한 작품을 보고 “레고다!”라고 신이 나서 소리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Build life-girl3_wood,acrylic_34x32x98(cm)_2015 16-05-06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작품이 언뜻 떠오르기도 하지만 친근하게 다가서는 그의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열정이 넘치는 그는 진지하다. “늦게 시작한 만큼 열정적인 작업을 통해 제가 ‘입체’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고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새 작업도 준비중이다. "올 겨울에 선보이는 개인전에서는 거품 낀 인생, 남자와 여자,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나무와 철, 시멘트, 조명 등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전통가옥의 재료인 한지도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인생과 역사를 담는 작업인 만큼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email protected]

◆ 작가 음정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2004)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수료(2013) △아트1(http://art1.com)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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