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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두렵도록 압도한 류인의 조각…'경계와 사이'

2016.05.12

[뉴시스] 유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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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류인 '작명미상'(305×157×170(h)㎝, Wood, FRP, 1997) 16-05-11

날카롭고 두꺼운 나사가 척수를 관통하고 있다. 하반신은 절단돼 있고 얼굴은 반 이상이 사라졌다.

결핵과 간경화 등으로 요절한 조각가 류인(1956~1999)의 작품 ‘살해동기’의 모습이다. 1987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히게 한 오대양 집단 변사사건을 접하고 제작한 작품이다.

이병변 삼각형 형태의 두 다리 사이에 찢어 발린 나무와 구멍뚫린 가마솥이 상반신을 대신한 ‘황색해류Ⅱ’, 나무의 뿌리가 하반신을 이루고 상반신은 흙으로 빚어진 인간 형태의 조각 등 그의 작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치 않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형상을 분절하거나 왜곡한 그의 조각은 비극으로 끝난 한 편의 대서사시를 연상케 한다.

1980년대에는 자신을 둘러싼 틀과 사회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인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했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자전적이고 개인적인 인체에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체를 형상화했다.

작품은 흙에서 시작하지만 그 경계에는 철근과 돌, 시멘트, 하수고 뚜껑 등 다양한 오브제를 동원한다.

【서울=뉴시스】류인 '살해동기'(45×26.5×172(h)㎝, Bronze, Iron, 1991) 16-05-11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가 11일부터 류인이 유작과 후기 미공개 조각 작품 9점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은 ‘경계와 사이’다. 삶과 죽음, 개인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 사이의 실존적 경계, 그리고 흙이라는 전통적 매체의 경계에서 범주를 확장해갔던 류인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아버지 류채경(1920~1995)과 희곡작가인 어머니 강성희(1921~2009) 사이에서 태어난 류인은 잦은 음주와 지병으로 마흔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나에게 흙은 곧 작업의 시작이자 끝을 의미한다.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조각에서 그 표현방식들의 긴 여행은 흙으로 시작해 흙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전시는 6월2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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