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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서양화가 김중식의 만남]서진석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미술 대안공간 ‘1세대 독립기획자’

2016.04.28

[더리더] 김중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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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미술계 유무형 이익의 불균형적 분배, 민주적 대안 시스템 필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어떤 이는 백남준 스스로가 얘기했던 것처럼 졸부 사기꾼으로, 또 다른 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창조적인 아티스트로 평가한다. 어쨌든 백남준은 전 세계인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예술가임에 틀림없다. 백남준한테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동양에서 온 문화 테러리스트’ ‘기행을 일삼는 전위예술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도 ‘백남준’이라는 문화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데 한몫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경기문화재단이 백남준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설립한 ‘백남준 아트센터’의 관장직 역시 아티스트 백남준이 얘기하고픈 ‘예술혼’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선정되는 것은 당연할 터. 초대관장인 이영철 관장, 2대 관장인 박만우 관장에 이어 3대 관장으로 선정된 서진석 관장은 이런 면에서 가장 적임자에 가까워 보인다. 그 역시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발굴, 지원해온 대안공간의 기획자이자 1999년 국내 미술계 최초로 대안공간인 ‘루프’를 설립해 운영해온 1세대 독립기획자이기 때문이다. ‘창조’와 ‘혁신’이라는 두 단어로만 비교한다면 백남준과 서진석은 공통분모가 많다.

간략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1968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사는 곳은 반포이며 아직 미혼이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용인에 있지만 집에서 출퇴근하는 데 4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경원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라 시카고예술대학에서 섬유, 조각 석사하위를 취득했다. 시카고 유학은 2년 정도 걸렸다. 졸업 후 필라델피아로 옮겨 또다시 약 1년간 디자인 공부를 했다. 유학하면서 관심을 가진 분야는 순수미술이다. 귀국 후 관심분야가 같은 작가들과 모여 전시도 하고 작품활동도 했다.”

1999년부터 대안공간 ‘루프’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
“홍대에 위치한 ‘루프’는 국내의 몇 안 되는 대안공간 중 하나로 1999년 2월 문을 열었다. 대안공간은 ‘비영리 갤러리’로 유망한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공간과 더불어 전시관련 제반사항을 지원해준다. 문예진흥원과 기타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 개관 이후 매년 10여차례 전시와 공연을 했으며 티라나 비엔날레, 리버풀비엔날레 참여 등 다양한 국제교류활동도 활발히 했다. ‘루프’와 같은 대안공간은 정치,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성’, 새로운 창작을 선호하는 ‘실험성’을 우선시하는 문화공간이다. 따라서 실험적인 창작작업을 주로 한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루프’에서 손을 놓았기 때문에 다른 분이 책임자로 있지만 여전히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내놓는 것으로 안다.”

백남준아트센터로 부임한 동기는
“나는 미술을 공부하면서 ‘글로벌 디지털시대’에 대안적인‘미디어아트’를 선도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대안공간인 ‘루프’는 작은 공간이어서 이런 예술적 욕망을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백남준 아트센터는 얘기가 다르다. ‘백남준’이라는 브랜드 후광이 존재하며 확장영역에서 플랫폼을 만들수 있는 최고의 여건을 갖춘 곳이다. 나 역시 이런 자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모집 때 마다하지 않고 공모했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백남준의 미술사적 재정립과 그의 예술혼을 바탕으로 21세기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선도하는 ‘중심구’를 창출하고 싶다.”

백남준아트센터은 언제 건립됐나. 현재 어려운 점이 있다면
“백남준아트센터가 건립된 것은 9년 전이다. 초대관장으로 부임한 이영철 관장, 2대 관장인 박만우 관장, 3대 관장인 나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3명의 관장이 백남준아트센터를 이끌었다.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전 세계 미술계 추세가 자립형 미술관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미술관들도 이 추세에서 벗어나기 힘든 세계적인 대세가 됐다. 따라서 실험성을 추구하지만 대중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아야 하는 게 미술관 관장으로서 풀어야 할 숙제다. 백남준 아트센터도 이 시기에서는 과도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동안 전시기획을 많이 했는데 기억에 남을만한 전시가 있다면
“2013년 독일 ZKM에서 기획했던 아시아 무빙 이미지 페스티벌 ‘무브 온 아시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파키스탄, 필리핀, 싱가포르, 스리랑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13개국 작가 약 130명이 참여해 창의적인 비디오아트를 전시했다. 비디오아트 세계에서 잘 알려진 작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최신작까지 전시해 여러 의미를 남겼다. ‘무브 온 아시아’보다 1년 앞서 열린 미디어아트 ‘감각의 확장’전도 기억에 남을 만한 전시다.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아트 교류전 형식으로 진행된 이 전시는 고도의 기술발전이 예술에 어떠한 양상으로 개입돼 작품화되는지 보여준 전시였다. 아울러 전통적인 예술작품의 존재와 수용방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서진석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으로서 앞으로 기획하고 싶은 전시가 있다면
“장기적으로 백남준 선생에 대한 연구와 재평가를 충실히 하고 디지털시대를 선도하는 ‘아젠다’를 창출할 수 있는 전시를 열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백남준아트센터의 10주년을 기념해 미국의 수학자이자 전기공학자인 노버트 위너(NorbertWiener, 메사추세츠 공대 교수)가 개념화한 ‘사이버 넥티스 기술’과 인간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전시를 준비 중이다. 노버트 위너는 네트워크 중심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자연과학과 접목시키려 노력했다. 사이버네틱스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이 노동력, 지식노동력, 더 나아가 창작력의 영역까지 나아갈 수 있는 지를 질문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또 ‘랩어라운드 더 타임(Wrap-Around The Time)’이라는 전시가 곧 열린다. 이 전시는 1988년 백남준 선생이 인공위성시스템을 활용해서 개최한 ‘손에 손잡고(Wrap-Around The world)’ 프로젝트의 오마주 성격을 띤다. ‘랩어라운드 더 타임’은 전 세계 다른 문화권뿐만 아니라 과거 백남준과 동시대를 산 젊은 미술인들까지 융합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하게 새로운 ‘아젠다’를 실현할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다.”


요즘 미술계가 힘든 상황인데 젊은 작가나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지금의 미술계는 물질적 환경이나 비물질적 환경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팽창했다. 팽창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현상이 일어나 미술계가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미술계에서 불균형적인 부의 분배는 고질병이다. 젊고 뛰어난 작가가 많아졌지만 자신의 작품세계를 인정받으면서 보상받는 작가가 많지 않다. 분배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술계가 과도하게 상업화되면서 인위적인 손길에 의해 좋은 작품이 비싸게 팔리는 시장이 아닌 좋지 않은 작품이 비싸게 팔리는 현상도 벌어진다. 증권이나 주식처럼 자본투자가들이 예술작품에 투자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는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지만 이 둘의 가치가 수평적으로 동등하게 인정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이런 불균형과 미술 투기현상의 범람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와 지원시스템 구축이다. 순수한 열정이 더 인정받는 시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젊은 작가에게는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내 시각만으로 미술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시각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립해야 한다. 나와 함께해야 할 혹은 경쟁해야 할 상대가 전세계 미술인이고 그런 시대가 됐으니 자기 열정을 불태우면 거기에서 성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또 기성세대 미술인들은 욕망보다 이런 열정이 인정받는 민주적인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외국작가와 한국작가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한국 화랑과 외국화랑을 비교한다면
“우리나라 화랑과 외국 화랑은 큰 틀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예술적 성향’ ‘운영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예술적 성향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화랑이 외국 화랑에 비해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운영방법에서는 한국 화랑보다 외국 화랑이 선택의 폭이 더 넓다. 외국 화랑들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화랑’ ‘예술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화랑’ ‘나이가 젊거나 많은 작가를 추구하는 화랑’ 심지어 ‘인종별로 나누는 화랑’ 등 운영방식에 따라 화랑의 색깔이 정해지는, 다양한 방식을 추구한다. 반면 우리나라 화랑들은 쏠림현상이 심하다. 현재 한국미술계가 세계미술계의 한 축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작품생활을 한 분들이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런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 화랑들의 생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화랑의 분위기에서는 작가조차 초심을 잃고 쏠림현상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금은 과거처럼 쏠림현상이 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쏠림현상으로 인해 작가들은 열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존감을 확인하며 작품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 대안공간인 ‘루프’를 만들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기획하고 싶은 큰 전시가 있나
“앞으로는 해외에 나가서 전 세계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는 전시를 열고 싶다. 지금 시대는 국경이 사라진, 경제적·문화적으로 모두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수평적인 시대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런 전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젊은 미술 아티스트들이 키워지는 그런 전시를 하고 싶다. 아울러 추구하는 방향이나 비전에 맞게 공간의 제약 없이 국내에 있든 국외에 있는 공동체형 전시를 많이 기획하고 싶다.”

▲서진석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한국 작가 중 세계적인 작가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다고 본다. 미술계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콘텐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프로모션, 마케팅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즉 ‘생산’ ‘유통’ ‘소비’ 3가지가 미술계에도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콘텐츠, 즉 창작적 역량이겠지만 유통과 소비도 함께 어우러질 때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도 많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의 아티스트들조차 우리나라 플랫폼이 아닌 해외기획자나 공간을 이용한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글로벌 플랫폼을 우리도 구축해야 한다.당연히 한국예술의 담론 활성화도 필요하다. 또 자국시장에서 뒷받침해줘야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자국에서 먼저 수용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탄탄하게 갖춰져야 세계적인 젊은 작가가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반대중에게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고 싶다.우리도 이제는 경제적으로 누구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다. 19세기에는 종교가 정신적 요구의 갈망을, 20세기는 이데올로기가 이런 갈망을 채웠다면 21세기는 문화가 채우고 있다. 한국 예술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서진석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한국미술계 최초 대안공간 루프 설립
––아시아창작공간 네트워크 운영
–– ‘무브 온 아시아(Move on Asia)’ 기획
––미디어 아카이브 네트워크 포럼 운영
––티라나비엔날레 기획
––리버풀비엔날레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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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식(KIM JOONG SIK) 화백
-1962 충남 공주 출생
-추계예술대 서양화과 졸업
-프랑스국립미술학교 졸업
-파리그랑쇼미에르아카데미 수료
-개인전 30회, 해외전 200여 회
-現 프랑스재불작가협회 회장
-국제창작예술가협회 회원(ICAA)
-한국미술협회 회원
-버즐국제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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