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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작가&작가] 민성홍, 버려진 것들로 회전목마를 만들다

2016.04.26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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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홍의 2015년작 '감성의 중첩, 캐러셀(회전목마)'(부분), 도자 작업, 나무에 아크릴 채색, 철, FRP, 나무, 모터, 직물, 조명 등. /사진제공=민성홍

<4> '박형근'이 말하는 '민성홍'…"불협화음으로 엮어낸 '잔혹동화' 연출자"

'잔혹 동화'의 연출자입니다. 기이한 것들간의 불협화음을 포착하지요."

현대미술작가 박형근(43)은 자신이 인정하는 동시대 작가인 민성홍(44)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민성홍은 자신이 입주한 안산 경기창작센터나 안산시 인근 주민들이 버린 물품을 주워 회전목마를 만들었다. '감성의 중첩, 캐러셀(회전목마)'라는 제목의 설치 작품 얘기다.

작품 속 무대 위 조형물들은 민성홍이 옷걸이, 식탁, 의자 집기 재조립해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몸통 위에 도자기로 빚은 새의 머리 형상이 올라갔다. 버려진 것들과 합체한 새머리 형상들이 지름 3.4m, 높이 3.1m의 회전무대 가운데에 자리했다. 작품 내부에 심어진 1rpm(revolution per minute·1분당 회전 수) 속도의 모터의 힘으로 무대가 천천히 돌아간다.

민성홍의 2015년작 '감성의 중첩, 캐러셀(회전목마)'. /사진제공=민성홍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함께 했던 집기들은 개인적인 취향, 기억과 추억이 함께 한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훼손되고 버려진 집기들을 다시 모으고, 재구성함으로써 개인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기억과 감성을 중첩시킨 무대를 만든 것입니다."

버려진 것들을 만나면 주섬주섬 모아 작업실에 가져다 놓고 붙여보고 떼어보길 거듭한다는 민성홍의 말이다.

이 작품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한 방향으로 향해가는 시간의 흐름을 일깨운다. 버려진 것들을 다시 조합해 빚은 조형물들이 다시 죽음을 향해 가는 셈이다.

민성홍이 캐러셀에 주목한 것은 인생에 대한 은유일뿐 아니라 어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캐러셀은 '작은 전투’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carosella’에서 유래한 것으로 유럽과 중동의 기사들이 말모형에 줄을 매달아 돌리면서 그 위에서 전투 훈련을 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18세기 이후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서 전쟁 연습용이었던 캐러셀이 아이들의 놀이기구로 탈바꿈한 것이다. 무대는 잔혹한 전장을 대비한 훈련 시설일뿐 아니라 동심의 상징이기도 한 셈이다.

"색이나 형상은 의도적으로 밝고 귀엽게 만들려고 합니다. 현 상태의 어두움에서 나아가 희망적인 요소를 제시하고 싶은 욕구도 있어요. 우리가 있는 환경 자체가 참담하다는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 즐거움, 유희적인 측면이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민성홍의 슬립캐스팅(Slip casting‧도자기 성형 주조) 기록물, 피그먼트 프린트.

1972년생인 민성홍은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 전공을 거쳐 센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회화 전공으로 졸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몬타나 및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경기도미술관, 대구미술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지에서 다수의 기획전을 가졌으며, 2003년 샌프란시스코 아트 파운데이션에서 수여한 더 머피 앤 코도간 펠로우십 인 더 파인아츠상을 수상했다. 현대차가 2014년 시각예술을 주도하는 3040세대 작가 30명의 예술 세계를 소개하는 프로젝트인 '브릴리언트 30'에 선정됐다.

민성홍을 추천한 박형근은 영국 골드스미스컬리지 시각미술대학원에 이어 이미지·커뮤니케이션 전공(MA)으로 수석 졸업했다. 2006년 영국 뉴아트 갤러리 워셜의 초대 개인전 이후 금호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미국 휴스턴 현대미술관, 프랑스 케브랑리 미술관, 영국 언스트 앤 영, 박건희 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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