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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미술관은 사람을 위한 공간” [기관장 초대석]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2016.04.22

[더리더]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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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미술관, 네트워크를 위한 장으로 사랑 받았으면

1989년 캐나다 콩고디아 미술대학. 1992년 국내에서 첫 회고전을 가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학술적으로 조명한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의 주제는 ‘해프닝의 연장으로서의 백남준 비디오아트’.

이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지금까지도 ‘백남준 전문가’로 불린다. 그의 인생은 백남준으로 시작해 백남준으로 끝을 맺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 전위무용가 머스 커닝햄의 후원회장 바바라 툴 여사의 소개로 백남준을 만난 이후 오로지 백남준의 예술세계에만 매달렸다.

불문학도였던 그가 미술사로 전공을 바꾼 것도, 미술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모두 백남준에게서 받은 영향 때문이다. “내 연구의 화두 자체가 백남준, 테크놀로지 아트, 페미니즘” 이라고 본인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김 관장은 ‘백남준 바라기’다.

가능성과 실험정신으로 대변되는 ‘대안공간’으로 기존 예술계의 부조리를 뒤흔들려고 했던 김 관장. 본지는 그를 만나 변화 중인 서울시립미술관의 현재와 미래를 엿봤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결혼한 후 아이들을 키우다가 남편이 1979년 뉴욕문화원 문정관으로 해외근무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뉴욕생활을 했다. 뉴욕에서 미술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예술에 눈을 떴다. 당시만 해도 미술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 정도였다.

하지만 공부하다 보니 점차 빠져들어 전공영역까지 파고들었다. 그렇다고 큐레이터 미술관장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냥 미술에 대한 공부가 좋아 파고들었을 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뉴욕에서 마주친 백남준 선생과의 만남 역시 내 미술공부에 전환기를 만들어준 소중한 인연이다. 석사학위 논문을 ‘비디오아트’로 정한 것도 백남준 선생의 조언 때문이다. 뉴욕, 덴마크, 캐나다를 오가며 캐나다에서 미술사 석사를 10년 만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또다시 홍대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마쳤다. 1992년 한국에 귀국해 비평과 큐레이팅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큐레이터를 하면서도 백남준 선생의 일 역시 계속 거들며 관계를 유지했다. 백남준 선생이 ‘비디오 아트’를 하기 전 몸담았던 해프닝그룹 ‘플럭서스’(흐름, 끊임없는 변화, 움직임을 뜻하는 라틴어. 1960년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운동을 일컫는다)를 한국에 유치한 것도 이런 인연 덕분이다. 이후 백 선생의 도움으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베니스비엔날레’ 등 많은 국제전시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쌈지스페이스 관장, 경기도 미술관장을 거쳐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부임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10년 동안 대안공간인 쌈지스페이스를 운영하면서 기존 화단의 구도를 변혁하려고 노력했다. 당시만 해도 ‘비디오아트’ ‘페미니즘아트’는 주변 장르였지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활동의 폭이 좁았다. 그나마 지금은 미술계의 주류가 돼 할 일이 많아졌다.”

임기 1년 연장으로 만 5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소감 한말씀 부탁드린다

“임기가 1년 연장되면서 추진하던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년 기획을 이미 전년도에 끝내놓는 게 관례다. 매년 1년씩 앞서 기획하기 때문에 임기 1년 연장은 나에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후임으로 어떤 분이 오더라도 올해 만든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도록 프로그램을 다져 놓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1년 남은 임기동안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서 마무리해야 하는 전시가 있다면

“국내전으로는 한국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세마블루’ ‘세마그린’ ‘세마골드’라는 3색 전시를 마무리해야 한다. 신인 작가들의 등용 무대가 될 ‘세마블루’를 시작으로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세마그린’, 원로작가들이 참여하는 ‘세마골드’까지 1년에 2개씩 격년제로 나눠 열린다.

올해에는 ‘세마블루’로 시작해 11월에 ‘세마골드’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세마그린’ 개최로 3색 전시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전으로는 ‘스칸디나비아’ ‘아프리카’ 등에 이어 내년 국제전 기획으로는 남아메리카 라틴미술을 준비하고 있다. 사전 기획을 잘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없더라도 차질 없이 잘 치를 것으로 믿는다. 이밖에도 미술후원회 ‘세마 人[in]’이 순조롭게 계속 유지되도록 강화하는 일에서부터 미술관 교육프로그램 완성, 미술관 소장품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다. 그동안 해오던 일들이 미술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포스트 뮤지엄’은 서울시립미술관에 임명된 이후 내건 슬로건으로 알고 있다. 관행과 굳어진 시스템을 깨고 ‘21세기형 미래미술관’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포스트 뮤지엄’은 ‘미술관 이후의 미술관’이란 뜻이 담겨 있다. 미술관의 한계와 관행을 뛰어넘자는 게 이 슬로건의 주된 목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술관은 일부 계층, 즉 엘리트 중심의 문화적인 향유공간으로 인식됐는데 이를 일반인에게까지 대중화하자는 게 ‘포스트 뮤지엄’의 취지다. 동시에 메시지 전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네트워크 확장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난 미술관이 사람을 위한 공간이자 사회적 네트워크를 위한 장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서울시립미술관이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으로 성장하면서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미술관이 됐으면 좋겠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울시민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이 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우리는 서울시민이 미술관을 친밀하게 느끼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서울시민들이 전시작품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홍보책자, 안내문, 작품해설 등을 배치하고 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넣으려 노력했다. 또 시민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강의, 대중 이벤트 등을 매주 개최해 미술에 조그마한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미술에 대한 지식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인근 직장인들이 미술관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점심시간에는 예술가와 함께하는 런치박스를 운영하고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해 일반인이 어렵게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장벽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음악회와 함께하는 미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외연을 확장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일반인이 미술관에 더 가깝게 다가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미술관에 오면 “즐겁다”라고 느껴야 한다. 이미 서울시립미술관은 일반인들이 작품을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이벤트를 마련했다.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미술관이 가진 문화적 분위기를 향유하거나 ‘아트숍’에서 미술관련 공예품을 구경하거나 음악회를 감상하면서 미술관과 친해질 수 있다.

얼마 전 대중 팝뮤직을 접목시키는 시도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드래곤의 공연을 개최한 적이 있는데 일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미술관 관람객들의 연령대를 많이 낮췄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미술관에는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충만하다는 것을 일반인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난 앞으로도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대미술은 알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는 없다.

단지 그런 물꼬를 터주는 게 미술관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에 와서 많이 보고 많이 들으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미술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지역별 거점화와 공간별 특성화란 전략을 세웠다. 각 지역마다 색다른 미술관을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서울전역의 미술관화가 서울시의 시정방향 가운데 하나다. 서소문본관을 비롯해 북서울분관, 남서울분관이 있다. 2000년 개관한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은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지로, 2004년 사당역 인근 구 벨기에영사관을 개조해 개관한 남서울미술관은 디자인과 공예 중심의 생활미술관으로, 지난 2013년 개관한 북서울미술관은 커뮤니티 친화적인 공공미술 공간으로 설정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여의도 지하벙커를 대안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서울시립미술관에는 구호가 있다. ‘아름다운 미술관’ ‘똑똑한 미술관’ ‘착한 미술관’이다. 누구나 찾아와서 문화적인 분위기를 향유할 수 있는 미술관, 현대미술의 기초를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는 미술관, 일반대중과 소외계층도 포용할 수 있는 미술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포스트 뮤지엄’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구호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서울시민들이 미술관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이용하면 좋겠다.”

김홍희 관장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캐나다 콩고디아대 미술사 석사
홍익대학교 미술사 박사
경기도미술관 관장
쌈지스페이스 관장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더리더(theLeader)에 표출된 기사로 the Leader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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