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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천하의 장 폴 고티에, 한복을 재해석하다…한불수교 130th

2016.03.28

[뉴시스]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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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64)는 '패션계 악동'으로 통한다. 관습에서 벗어난 독특하고 전위적인 스타일로 색다른 미적 감각을 뽐내왔다. 인종, 문화, 성별의 틀을 거부하는 것이 특징이다.

첫 내한한 고티에는 25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다양한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8세 때 패션계의 거물 피에르 가르뎅(94)에게 발탁된 고티에는 당시에는 스웨덴 금발미인이 전형적인 미녀였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그의 관점은 달랐다. "그때 붉은 머리, 검은 머리, 진한 피부색의 아름다운 여성을 봤다. 그녀들의 개성이 마음에 들었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패션쇼 런웨이에 오르는 모델를 뽑는 기준도 다른 디자이너들과 달랐다. "전형적인 모델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걸음걸이가 강렬하고 달라 보이면 모델로 썼다. 물론 수퍼모델들하고도 일을 해봤다. 그들도 아름답다. 하지만 미의 기준이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의 색다른 관점을 증명하는 예는 또 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통조림 뚜껑을 열었는데 그 뚜껑이 아프리카의 팔찌와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은으로 도금을 하고 팔찌로 만들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볼 때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뽑아낼 수 있다. 다른 모습에서 다른 미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름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번 전시는 고티에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캐나다 퀘벡 주의 몬트리올 미술관과 프랑스 파리의 장 폴 고티에 하우스가 협업해 2011년 처음 선보였다. 스페인 마드리드,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11개 도시를 돌면서 200만명을 끌어모았다.

한국에서는 현대카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로 주최했다. 이 전시의 아시아 첫 전시이자 월드 투어의 마지막 전시이기도 하다. 26일부터 6월30일까지 DDP에서 열린다. 고티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영감을 받아온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마네킹에 전시된 135점의 의상과 패션 스케치 같은 평면작품 72점, 오브제 작품 20점 등 총 220여점을 테마로 나눠 선보인다.

고티에에게도 미술관 형태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도별로 정리하는 장례식 같은 딱딱한 회고전이 아닌, 전시가 생동감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전시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기를 희망했다"는 것이다. "과거를 단순히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멋진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익살스럽기도 하다. 전시되는 의상들은 당장 입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전시를 계속 진행하다 보니 정돈이 됐다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 이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어 기쁘다."

개방적인 미용사 외할머니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고티에는 할머니가 보여준 TV 속에서 메릴린 먼로(1926~1962) 등을 보며 스스로 옷과 머리 스타일 등을 상상해서 그려봤다. 자신의 패션 주요아이템 중 하나인 코르셋은 외할머니 집에서 처음 봤다. "고문 같을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아이템 중 하나다."

인형을 갖고 싶었으나 그의 부모는 남자에게 인형을 사주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나나'로 이름 붙인 곰인형에게 옷을 만들어주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패션 아이콘 중 하나가 된 마돈나의 원뿔 가슴 장식 코르셋 의상 역시 그때 처음 시도했다.

학교에서는 카바레 등에서 본 여성의 망사 스타킹과 반짝이 의상을 수업 시간에 스케치했다. 그러다 교사에게 들켜 그 그림들을 등에 붙이고 학교 복도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내게 수치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당시 남자지만 축구를 잘 하지 못해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그런데 그 스케치를 보고 친구들이 좋다며 그려달라고 했다. 선생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난 거지. 하하. 이때 또 다른 기회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고티에는 1970년대부터 고급 맞춤 여성복인 오트쿠튀르에 발을 들였다. 기성복처럼 대량 생산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예술성을 중시할 수 있다. 자크 베케르 감독의 의상 디자이너를 다룬 영화 '팔바라스'(1945)가 오트쿠튀르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이 영화를 보고 매료돼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이후 독학을 해나갔다."

고티에는 다양한 분야의 셀레브리티와 협업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마돈나를 비롯해 카일리 미노그 등의 팝스타와 협업했고 뤽 베송의 '제5원소' 등 영화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4년 내한공연해 호평 받은 작품으로 '백설공주'를 현대 발레로 재해석한 '스노 화이트'의 안무가 앙줄렝 프렐조카주와도 작업했다. 고티에는 "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은 내가 존경하는 분들"이라고 전했다.

한국에는 처음 왔지만 프랑스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와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활력이 넘치고 멋진 것이 가득한 곳"이라고 했다. "우아하고 독특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더라.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같다. 건축물도 아름답다. 음식도 자극적일 때가 있지만 맛있다. 하하."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는 고티에는 아시아 영화도 즐겨본다. 인상적인 한국 영화로는 제목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대나무 숲이 나오는 영화가 기억이 난다"고 했다.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고, 영상미가 아름답다. 칸 영화제에서도 수상하는 한국영화의 산업은 건실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감독들이 아시아와 한국의 영화를 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영감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삶을 모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이 프랑스 사람, 미국 사람을 흉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모든 나라에는 독특한 각자의 미가 있다. 한국의 전통 의상은 매우 아름답다. 21세기에 살고 있다고, 미래 지향적인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통 의상의 미를 반영하고 가미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션은 과거, 현재, 미래를 섞는 것이 필요하다. 나 역시 디자인을 할 때 전통 의상의 요소와 현재를 반영하고 재해석하고 변형한다. 과거를 증오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로 눈을 돌리면 미래를 이해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걸그룹, 보이그룹 등의 아이돌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 "뮤직비디오가 신선하고 훌륭했다.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한류가 세계를 휩쓰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강남스타일'이 널리 알려져 싸이가 유명해졌는데 위트가 있어 사람들의 기억에 남으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같다. 문화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이날 오후 DDP에서 YG케이플러스의 연출로 패션쇼가 열린다. 고티에가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재해석한 디자인도 선보인다. "한국의 전통적인 의상이 고티에 식으로 나온다. 내게도 흥미로운 실험이었다"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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