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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작가&작가] 길거리의 '침'을 그린 '저항의 단색화'

2016.03.28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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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길 거리에서 포착한 침을 소재로 그린 아크릴화인 '멍든 침'. /사진제공=최선

<1> '이완' 말하는 '최선'…화단의 권력 된 '단색화'에 의문을 품다

'단색화에 저항하는 단색화를 그린다.' 현대미술 작가 이완(37)은 자신이 인정하는 동시대 작가 최선(43)에 대해 이 같이 소개했다.

최선의 작품들은 단색조이되 기존에 익히 알려진 단색화가 아니다. 거리 위에 사람들이 내뱉은 침의 형상을 캔버스 위에 표현한 ‘멍든 침’,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바닷물에 천을 담그고 말리기를 반복해 만든 '소금 회화'가 그의 작품이다. 서양화의 통념상 수용하기 힘든 재료를 '안료'처럼 활용해 새로운 시각 예술, 나아가 문화를 일구는 시도다.

최선은 '멍든 침'에 대해 "메모지에 양파를 문질러 염색시킨 후 거리의 침을 붙이면 탁본뜨듯 침의 형상이 채집된다"며 "그 침의 형상들을 조합하고 확대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발색력이 뛰어난 고급 보라색 물감으로 그려진 침의 형상이 화폭을 수놓는다. 보라색은 과거 왕족들의 성스러움과 사치를 대변하는 색인 동시에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아픔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최선 작가. /사진=정희승 작가

최선은 "굳건한 믿음의 대상에 생채기를 내고 싶다"며 "관람자에게 충격을 안기고, 자각을 일깨우려는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우상이 된 단색화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단색화에 대한 '저항'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저항에 나설만큼 강력하며 굳건한 미술계의 사조로 자신은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작품에는 서늘한 비판 의식 못지 않게 인간애가 녹아들어 있다. 그는 '소금 회화'에 대해 "서울의 한 여중에서 3년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때문에 (세월호 사건에 대한) 애틋한 느낌이 컸다"며 "그 바다엔 소금뿐 아니라 모든 것이 스며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선은 "최종적인 꿈은 '또 다른 미술'"이라며 "지난 2015년 미국 뉴욕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하던 시절 한국에서 ‘이게 뭐냐’라는 질문을 받던 작품들이 미국 화단에서 ‘평가의 대상’으로 인정받으면서 생긴 화두"라고 했다.

그는 "결국 내 자신도 미국 미술의 자장 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미국에 정신적인 충격을 안길 ‘미술적인 발상’에 천착하겠다"고 했다.

1973년생인 최선은 2003년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후 2004년 MIA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2013년 제12회 송은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그는 지난해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메아리 전'을 열었다. 오는 5월 경기도 파주의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또 다른 개인전을 갖는다.

한편 최선 작가를 추천한 이완 작가는 태국 미얀마 등지에서 설탕, 비단, 옷, 금을 직접 생산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담은 영상인 '메이드 인' 시리즈를 만들었다. 아시아 지역의 근대사를 관통하는 이 작업을 통해 삼성미술관 리움이 2014년 처음 제정한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수상했다.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곧 배움이다. 현대미술 작가들이 눈 여겨 본 '남다른 작가'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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