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인터뷰]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취임 3개월째 '미인도' 안 봤다

2016.03.14

[뉴스1] 박정환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2016.3.10/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전문가 위임해 '미인도' 위작 논란 학술적 해결 도모.

"위작 논란에 관한 보고를 받았지만, 수장고에 보관된 '미인도'를 아직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50)은 지난 10일 서울관 집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위작 논란을 일으킨 '미인도'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마리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설립 이래 첫 외국인 관장으로 지난해 12월14일 취임했다. 수장인 그가 9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현의 당면과제인 '미인도'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마리 관장은 전문가에게 위작 논란을 해결하도록 위임하며 앞으로도 미인도를 직접 확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나는 천경자의 작품에 전문가가 아니므로 (진위논란에서) 내 의견은 크게 영향력이 없다"며 "전문가들에 의한 학술적 해결방안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국현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지난해 천경자 화백이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재점화됐다. 유족들은 지난해 12월 '미인도'가 위작임을 시인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통보문을 국현에 보낸 바 있다. 또한 1999년도부터 미인도 위작품을 그렸다고 주장했던 권춘식씨(69)가 지난 3일 '자신이 미인도를 그리지 않았다'고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마리 관장은 "지금 천경자 작가가 없는 상태에서 위작 결정을 뚜렷이 내리기 어렵다"며 "논란이 처음 발생할 당시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작가와 논의를 이미 마쳤기 때문에 국현이 미인도를 대중에게 공개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중인 '미인도' © News1

'미인도' 이외에도 마리 관장은 취임 초기부터 많은 도전과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메모가 빼곡한 노트를 보여주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루할 틈이 없다. 월요일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 하루하루가 바쁘다 보니 아침 일찍 출근하지만, 야근을 자주 하게 된다"며 "평일에는 서울관 집무실뿐만 아니라 과천관, 덕수궁관 그리고 외부에서 국현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주말에는 전시장에 가거나 메모를 살펴보며 할 일을 재점검한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이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취임 전부터 발목을 잡았던 '검열 논란'도 불식시켜야 한다. 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 재직 시절 스페인 군주제를 직설적으로 풍자한 전시를 취소하고 해당 큐레이터 2명을 해고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국내 미술인 718명이 그의 선임에 우려하는 성명을 내놓고 검열에 반대하는 윤리선언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술계는 오는 14일 마리 관장의 선임과 관련해 예술표현의 자유를 요구했던 과정을 정리하는 토론회 '예술 통제와 검열의 현재성'을 개최한다. 이에 대해 그는 "해당 의혹에 관해 취임 전부터 투명하게 설명했고 취임하면서 '검열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며 "추가적인 요청이 있다면 답변을 할 의향이 있지만 지금으로선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과거 문제에 얽매이기보다 한국미술의 현실을 파악해 미래로 도약해야 한다는 비전이 뚜렷했다. "국현을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으로 끌어올려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미술 생태계를 국제적 수준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한국미술의 현대성을 세계 곳곳에 알려주는 것이 내 의무"라며 "외국인인 내가 다른 외국인에게 한국미술의 살아있는 모습을 잘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대를 위해 우리 시대의 미술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준비와 내러티브가 필요하다"며 "한국 현대미술은 아직 내러티브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내러티브가 약하다'는 뜻에 관해 마리 관장은 "세계 미술계 현장에서 한국 작가 개개인은 잘 알려졌지만, 이를 일관되게 연결하는 고리가 모자란다"고 설명하며 "한국미술에 대한 글로벌한 담론이 형성되도록 미술관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미술관의 평가는 전시로 좌우된다며 2015년 강승완 국현 학예실장이 큐레이팅한 '소장품 특별전'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현 전시를 점수로 평가하자면 100점에 가까웠지만 이제 100점이 돼야 한다"며 "학예사들이 맘껏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외국인이라는 제약도 있지만, 한국에 파벌도 학연도 지연도 없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며 "이를 최대한 객관적 도구로 활용해 우아하고 독창적인 전시를 만드는 것이 첫 외국인 관장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 News1 최현규 기자

박정환 기자(art@)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