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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바이올린 끌고가 박살낸 김창열화백 "백남준씨는 천재"

2016.01.29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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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김창열 화백이 바이올린을 끌고가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16-01-28

28일 오후 4시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87)이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을 끈에 묶어 질질 끌고 걸어갔다.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갤러리현대까지 왼손엔 지팡이를, 오른손에 바이올린을 묶은 흰줄을 쥐고 느릿느릿 걸어가 갤러리현대에 들어섰다.

흰 테이블 앞에선 김 화백이 바이올린을 올리더니 내리쳤다. 빠삭 소리와 함께 작은 바이올린은 그대로 난자당한 모습으로 부서져 버렸다.

【서울=뉴시스】김창열 화백 16-01-28

갤러리 현대가 29일 개막하는 백남준 작고 10주기 추모전시에 앞서 선보인 행사다.

지난 1963년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이 바이올린을 끌고 '걸음을 위한 선'을 타이틀로 선보였던 퍼포먼스를 그대로 재연한 김 화백의 퍼포먼스는 너무 빨라 관람객들은 깜짝 놀랐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29일 김창열 화백이 바이올린을 내리쳐 순식간에 박살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16-01-28

김 화백과 달리 백남준은 당시 바이올린을 천천히, 5분간 들어올렸고, 1초만에 내리쳐 박살냈다는게 평론가들의 설명. 백남준의 이 퍼포먼스는 바이올린이 땅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 관객의 침묵, 바이올린이 부서지는 굉음등 음악의 시각화를 추구한 그의 초기 퍼포먼스 작품이다.

바이올린을 천천히 수직으로 들어올렸다가, 책상에 단숨에 내리쳐 깨부수는 행위는 1962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처음 행해졌다. 서양음악의 상징인 바이올린을 동양인인 백남준이 내리치자 당시 언론에서는 '동양에서온 테러리스트' 라며 대서특필했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백남준을 한국 미술계에 알리고 한국 첫 개인전을 마련한 박명자회장(가운데)이 홍나영 리움미술관 부관장(오른쪽), 백남준 전문가로 알려진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과 함께 나란히 앉아있다. 16-01-28

이날 김창열 화백 퍼포먼스는 현대화랑의 인연으로 마련됐다. 김 화백은 백남준을 한국미술시장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김 화백은 "김환기 선생의 소개로 백남준씨를 뉴욕에서 만났었는데 백남준이 무어살롯만 여성과 나타났다"면서 "백남준이 샬롯만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행동을 해 모자란 사람으로 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백남준이)천재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백남준 로봇 가족. 16-01-28

이후 김 화백은 1984년 현대화랑 박명자 사장에 백남준을 소개했고, 백남준의 한국 최초 개인전이 현대화랑에서 1988년 열리게 됐다. 백남준은1988년 이후 전시부터 소니 모니터에서 삼성전자 모니터로 교체가 되는데, 1987년 현대화랑이 백남준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만남을 주선하면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있는 다다익선은 백남준이 삼성전자로부터 TV모니터 1003개를 기증받아 제작됐다.

현대화랑과 백남준의 인연은 1990년, 1992년, 1995년까지 생전 개인전을 개최하며 이어졌다. 백남준은 2006년 1월 29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생을 마감했다.

【서울=뉴시스】1990년 7월 20일 현대화랑 뒷마당에서 백남준이 갓을 쓰고 '늑대 걸음으로'를 주제로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는 진혼굿 퍼포펀스을 펼쳤었다. 이 행사에는 보이스를 대신하여 망가진 피아노와 머리가 뚫린 중절모를 가져노다 놓고, 흥겨운 굿판을 벌였다. 고 김금화 무당이 함께 했었다. 16-01-28

이날 김창열 화백 퍼포먼스에는 백남준과 함께 했던 미술계 노화가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단색화 주자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화백을 비롯해, 1978년 한국 언론에 백남준을 첫 소개한 윤명로 화백과, 김동호 전 문화융성위원장, 이용우 상하이히말라야 미술관장,박래경 큐레이터협회 명예회장, 박만우 전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홍나영 리움미술관 부관장,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등이 자리를 지켰다.

10년만에 미술판에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이 행사는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의 부활과 함께, 백남준을 재조명의 첫발을 떼는 판이기도 했다.

이용우 상하이 히말라야 미술관 관장은 "백남준은 예술가로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비디오가 과학기술이 아닌 ‘인간화 된 기술’임을 보여준, 말하자면 비디오가 예술적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었던 최초의 예술가였다"면서 "이번 백남준의 작고 10주기가 백남준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주변부들이 함께 토론하고 미래를 모색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갤러리현대는 29일부터 백남준 작고 10주기 추모전시에 백남준의 TV로봇 시리즈를 비롯한 비디오 조각 작품, 평면작품등 약 40여점을 전시한다.

21세기 현재에도 독특하고 신기한 백남준의 작품은 그의 천재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TV 조각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는 백남준의 예술적 스승이자 동지인 존 케이지, 샬롯 무어맨, 요셉 보이스를 형상화한 작품, 그리고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로서 선택한 찰스 다윈, 아이작 뉴턴에 대한 작품이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현대화랑은 모두 국내 소장가에게서 빌려온 작품이라고 했다.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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