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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자투리 천 조각보다 촌스럽다고요? 우리 의복에 평생바친 엄마처럼",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문체부 장관 표창받은 주선 초전섬유퀼트박물관 학예실장

2016.01.19

[머니투데이]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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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은 주선 초전섬유퀼트박물관 학예실장.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베틀로 짜고 천연 염색한 우리 의복의 귀함"

철쭉이 만개한 낙선재 뒤뜰. 보자기를 짓는 일을 업으로 삼은 여인은 그곳에서 운명으로부터 버림받은 두 사람을 만났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인 이방자 여사와 고종의 고명딸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였다.

햇살 가득한 날 나인 셋의 도움을 받아 겨우 뒤뜰에 나온 덕혜옹주는 그 산책이 당신에게 허락된 유일한 여행이라고 말했다. 14세의 나이로 일본에 시집을 갔다가, 치매에 걸려 파혼당해 38년 만에 다시 창덕궁으로 돌아온 뒤였다.

덕혜옹주의 애잔한 뒷모습을 보며 여인은 굳게 다짐했다. 덕혜옹주가 청춘을 바쳤지만 병든 몸과 마음만을 남긴 일본에 남아있는 그의 의복들을 꼭 한국으로 가져오겠다고.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돌아온 덕혜옹주 유품' 전시회는 그렇게 열린 전시였다. 김순희 초전섬유퀼트박물관 박물관장(85)은 이후 덕혜옹주의 의복을 소장한 일본 문화학교 이사장 등과 오래도록 교류하며 평생 공을 들여 환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공로를 인정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김 관장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고, 환수 추진을 적극적으로 도운 김 관장의 막내딸 주선(42) 초전섬유퀼트박물관 학예실장에게는 올해 1월 11일 박물관·미술관 신년하례회에서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서울 중구 초전섬유퀼트박물관에 전시된 오색밥상보와 자수보자기. /사진제공=초전섬유퀼트박물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립 박물관을 운영하며 우리 문화를 지켜왔다는 것을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박물관에서 만난 주 학예실장은 "조각보에 평생을 바쳤고, 아직도 엄청난 열정을 갖고 활동하시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문화학원에서 복장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박물관이 설립되던 1998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일하고 있다. "집에 딸이 셋인데 모두 공부한 뒤 학예사로 일하고 있어요. 저는 어머니를 돕고 있고요."

대한민국 편물명장 1호로 선정되기도 한 어머니 김 관장은 지난 60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나라 전통 조각보 300여 점과 해외의 자수와 퀼트 작품 등 1800여 점을 모았다. 남산 자락에 있는 자신의 자택 지하 1층(200㎡ 규모)을 전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조각보를 포함한 우리 의복의 매력에 대해 주 학예실장은 "우리 조상들은 천을 베틀로 짓고 천연 염색을 했기에 매우 귀하게 여겼다"며 "그런 만큼 자투리 천으로 조각보를 만들었고, 100세까지 살라는 의미에서 100개의 조각으로 아기 옷을 짓는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18년 동안 우리 보자기와 의복을 알리는 데 힘쓴 것을 좋게 봐주셔서 표창을 주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우리 의복과 조각보, 퀼트의 아름다움을 국내외로 알리는 일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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