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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오롯이 회화에 집중하니 비로소 내가 보였다

2016.01.11

[머니투데이]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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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욱 'The Gesture-15025', 2015, mixed media on canvas, 162*97㎝

이강욱 작가 개인전 '역설적 공간: 신세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오는 3월6일까지.

이 선을 왜 그어야 하는가. 스스로 이해가 될 때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여섯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불혹의 화가는 "이제야 '내가 왜 그리지'라는 질문에 조금씩 답을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이강욱 작가(40)는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홍익대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국내의 권위 있는 공모전을 휩쓸던 지난 2009년, 홀연히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한국을 떠났다가 최근 돌아와 개인전을 열었다. 오는 3월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역설적 공간: 신세계'는 7년 만에 갖는 그의 귀국전이다.

이 작가는 런던에 가서 자신이 추구하던 세계에 더 깊이 천착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원과 타원, 사각형 등 선형 이미지를 빠르게 그린 화면 위에 유리구슬을 뿌리는 방식의 추상작품을 해 온 작가의 작업 방식은 깊이를 더해갔다. 작은 잎이 무수히 붙은 작은 도형들이 타원형의 구와 어우러지며 기하학적인 형태를 구성하고, 형형색색의 다른 색채들이 모여 톤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회화라는 것 자체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것이에요. 모든 작가가 공통으로 매달리는 삶과 죽음, 욕망과 관계 등 주제와 내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어왔는데 굳이 왜 고수해야 하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대신 그리는 행위가 가진 의미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어요."

스스로 이해되지 않는 작업은 하지 않았던 만큼, 작품에 대한 설명은 명쾌해졌다. "나는 작가지만 내면을 담았다고 설명하는 추상적인 작품들이 이해가 안 된다"며 그는 점 하나를 찍고, 획을 긋고, 색을 고른 이유에 관해 설명해나갔다.

그는 "어떤 색을 선택하느냐,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그리고 '제스쳐'라 하는 작가의 붓질. 이 세 가지가 회화의 구성 요소"라며 "고흐의 붓질에서 작가의 심정과 성격이 엿보이듯 나도 그림을 그리면서 나라는 사람을 오롯이 담아냈다"고 말했다.

큰 키, 뚜렷한 이목구비와는 대비될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한 작가의 말투는 자신의 그림과 닮아있었다. 이 작가는 "물감을 캔버스에 뿌리고, 문지르고, 닦아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 뒤에 그 위에 작은 점을 찍고 세밀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반복했다"며 "관점에 따라 아주 큰 것이 아주 작은 것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는 세상의 이치를 생각하며 그림에 담았다"고 말했다.

아라리오갤러리가 이 작가를 알아보고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은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65)의 선택의 결과였다. 김 회장이 "이강욱 작가라고 알아? 그 친구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라고 아라리오갤러리의 전시 기획자들에게 얘기했다는 것.

김 회장은 서울과 제주에 5개의 아라리오 뮤지엄, 서울·천안 및 중국 상하이에 3개의 아라리오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별한 안목을 바탕으로 국내외 미술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세계 100대 콜렉터' 안에 드는 미술 애호가다.

이 작가는 "인간의 손길이 들어간 가장 작위적인 표현 방식이 순전히 구현될 때는 가장 보편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어내고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고 그것이 회화가 가진 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람료 무료, 02-54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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