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장 "1년안에 한국어로 대화하겠다"

2015.12.15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리 리바스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14일 오후 2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49)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외교부 청사 203호실로 들어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회색 양복에 회색 넥타이를 맨 그의 흰 셔츠에는 파란 줄로 된 패용증이 걸려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신분증을 겸한 출입카드다.

'피카소의 나라' 스페인에서 온 관장을 위해 통역을 옆에 두고 이어진 기자간담회는 통역과 통역을 번갈아가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마리 관장은 이날 오전 10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마리 관장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면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로 판단하지 말고, 앞으로 서울에서의 결과를 보고 판단했으면 한다"는 취임 소감을 밝혔다. 국내 미술인 800여명이 자신을 반대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마리 관장은 2008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으로 활동하다 지난 3월23일 사임했다. 재직 당시 '정치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당시 사태와 관련, "큐레이터 두 명을 해고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거짓정보"라며 "공개적인 성명을 통해서 계속 오보를 낸다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3월23일 사임해 관장으로서 기능이 없었고, 큐레이터들은 임기가 4월1일 종료됐다"면서 "큐레이터들은 이사회에서 명령을 내렸다"며 "정치검열을 이유로 큐레이터를 해고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시 전시 부분이 지연된 것에 대한 책임과, 사태가 커졌기 때문에 관장직에서 물러났다. 스페인에서는 그렇다. 내가 사표를 내고 그만뒀다. 이런 내용은 공개적인 문서에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원한다면 문서를 찾아서 전달하겠다."

마리 관장은 "역동적이고 문화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한국에 매력을 느꼈다"면서 "미술관 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부임했다"고 말했다.

2005년 처음 한국에 온 후 정기적으로 방문했었다는 그는 "내가 감히 한국 미술에 대한 전문가라고는 말하지는 못하지만 한국 작가들의 열렬한 팬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이 신임 관장으로 취임한 게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2010년 한·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 소장품 전시를 기획하면서 국립현대미술관과 인연이 맺어졌다.

마리 관장은 관장직 공모에 낸 직무수행계획서를 공유하고 나누겠다며 "내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조목조목 발표했다.

30년 동안의 미술 제도 안에서의 경험을 한국에 가져오겠다고 했다. "나는 미술 비평가, 큐레이터, 교육자, 뮤지엄 관장, 또 설치 작업도 직접 해봤다. 설치 작업을 하면서 벽 페인팅하는 일까지도 해봤다. 또 25년 동안 다양한 미술기관에서 내가 활동한 경험을 내가 또 가져온다고 보고 있다. 유럽, 미국, 남아메리카, 아시아에 있는 다양한 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견고한 국제적, 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할 예정이다. "세계의 유수한 작가들, 큐레이터들, 비평가들, 컬렉터들, 후원자들하고 내가 아주 두터운 인맥을 쌓고 있기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에 이러한 네트워크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리 관장은 "콘텐츠에 집중하는 관장의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자신은 "관장 겸 큐레이터"라고 설명했다. "나는 직접 많은 작가들과 작업을 하면서 그들과 바로 옆에서 같은 활동을 아주 활발히 했었다."

마리 관장은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적인 역량을 강화시키고 업그레이드시키는 한편, 일반 관람객과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사해 컨테이너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미술관을 구축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인 출판물을 생산하고 배포해 학술기관들과 연계,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교육을 하는 미술관이 되고 싶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마리 관장은 "이용자들에게 '이렇게 생각해라', '이렇게 해라'고 절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다양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하는 미술관이 되고 싶다"며 "요즘 모든 미술관은 이렇게 일을 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정치 검열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어떠한 검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이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보장을 해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언제나 예술가들 옆에서 동반자처럼 일을 한 것이 나의 강점"이라면서 "나는 항상 동반자처럼 작가들과 상생을 한 덕분에 뛰어난 작품들, 뛰어난 담론들, 뛰어난 경험들이 나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내가 관장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싶은 것은 미술관이 뭘하든 항상 최고성을 지향한다는 것"이라면서 "무조건 최고의 선택을 해야한다. 가장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외국의 모델을 수입해서 붙여서 쓰지는 않을 것이다. 발명하고 창조하고 개조를 해서 미술이라는 것을 공공의 영역에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다."

통역과 통역을 번갈아하는 것을 의식했는지 마린 관장은 "네덜란드에서 일할 때도 1년 안에 대화할 수 있었다"면서 "1년 안에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상 첫 외국인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된 그는 정부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마리 관장은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에게 먼저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면서 "유럽인으로 한국의 반대편에서 온 나에게도 인생의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한국을 위한 유니크하고, 특별한 것을 선사할 것이다. 멋진 것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인사했다. 임기는 2018년 12월13일까지 3년이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