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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김홍주 개인전, 세필붓으로 숨긴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2015.12.19

[뉴스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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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주 개인전, 김홍주 작가와 '무제, 2014' © News1

"멀리서 보면 윤곽이 항아리처럼 보이시죠? 항아리 안에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그려 넣었습니다. 얘기하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바늘처럼 가는 붓으로 산등성이 하나하나 긁어내듯 그려나갔습니다."

세밀화로 유명한 김홍주(70) 작가는 17일 개막한 개인전에서 "무슨 의미나 이념을 부여하려고 숨긴 것이 아니라 즐겁게 그리려고 작품마다 대상을 정해 그려 넣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16년 1월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1관에서 열린다.

작품 1개당 평균 1개월이 걸려 완성된 13점은 모두 제목이 없다. 작가의 의도마저도 그림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방해하거나 의미를 한정시킨다면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제 그림에는 어떤 이론이나 이념도 없으니까 그냥 편안하게 즐기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홍주 작 '무제, 2014' © News1

고정관념을 싫어하는 그의 생각은 그림을 전시장 벽에 걸 때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홍주는 "추상화에 위아래가 어딨고 좌우가 어딨느냐. 제가 가로로 놓고 그렸지만, 전시장에는 세로로 걸어놨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작품은 위아래를 뒤집어 걸어놨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가치관은 1990년 6월에 쓴 작가노트에 잘 드러난다. "나의 사고가 그림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림들이 내 사고를 결정해간다. 창조라는 가면을 쓰고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신화는 정치로써 부침할 뿐이다."

김홍주는 1973년 평론과 퍼포먼스 등을 통해 실험예술을 추구하며 극사실적 회화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화단에 널리 퍼져있던 단색화와 거리를 둔 외로운 작업이었다. 그는 "70년대부터 바늘로 긁는 듯한 세필 붓만이 가진 특유의 감각에 매력을 느꼈다"며 "늙어서 눈이 나빠지니까 이젠 힘들다"며 웃었다.

무료. 문의 (02)735-8449.

겸재정선의 '금강전도'. 김홍주 작가는 겸재가 타원형 안에 금강산을 그려넣은 것을 보고 '무제, 2014'에 금강전도를 숨겨놓았다. (사진출처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

박정환 기자(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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