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뉴시스 초대석]김종덕 장관 "미술계, 예술을 정치문제화 하려는가"

2015.11.19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조성봉 기자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 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연말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미술품 시장정보, 미술시장 경향 분석, 작가 분석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본격적으로 미술품 거래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1.19. [email protected] 2015-11-18

"정치 검열을 할 사람을 뽑으려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는 폐쇄적 단면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작도 안 한 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압박을 하는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김종덕(58)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미술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현대미술하는 사람들이 보통사람들보다 더 폐쇄적"이라며 "그게 오히려 걱정"이라는 것이다.

최근 미술인 500여명은 새 국립현대미술관장 유력후보로 거론된 바르토메우 마리(49) 전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미술인들은 "예술의 자율성을 확고히 지켜야 할 미술관장 직에 왜 하필 검열 논란의 와중에 있는 인물을 선임하려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마리 전 관장의 '검열 전력'을 문제 삼았다.

김 장관은 그러나 "열린마음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뭐든지 오해하고 자신들의 주장에 유리한 쪽으로 말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면서 "미술계에 자신들 편한대로 해석하고, 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 장관과는 소통이 안 된다'는 미술계의 일부 반응에 대해서는 "내가 소통이 안 되는 건지, 그분들이 소통이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간 말할 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김 장관에게 반기를 드는 것인가. 김 장관은 "자리" 때문이라며 "미술계에서 유일한 공적 자리이다 보니 그 자리에 욕심이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국 현대미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그동안 그분들은 무엇을 한 건가? 도대체 뭘 했기에 이제 와서 관장을 새로 뽑는다고 하니까…. 그 분들의 의도가 오히려 의심스럽다. 그 뒤에 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예술에 대한 정치 검열로 변질시키는 것 같다."

"이런 폐쇄적인 생각은 곤란하지만 반박을 못하니까 자꾸 정치적인 이슈를 끌고 가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이 자리가 정치적인 걸로 결정하는, 또 그런 사람을 넣는 것은 아니잖는가?"

조성봉 기자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 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연말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미술품 시장정보, 미술시장 경향 분석, 작가 분석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본격적으로 미술품 거래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1.19. [email protected] 2015-11-18

김 장관은 "반대로, 묻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이쪽 아니면 저쪽 사람이 자리를 잡아왔다. 서울대에서 왔거나 홍대에서 왔거나, 그걸 계속 이어가고 싶어하는 건지."

"핵심은 그게 아니다. 능력이 있는 거냐 아니냐"라고 강조하면서 "걱정이 많은 줄은 알지만 이번에는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을 뽑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며 마리 전 관장에게 무게를 실었다.

1년째 공석 중인 '미술관 관장' 자리는 빨리 털어내야 할 숙제다. 정해지지 않은 자리 때문에 김 장관은 '문화 사이코패스'라는 극언까지 들었다. 지난 6월 문체부가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 후보였던 최효준(64)씨가 반발하며 "장관은 문화수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문체부는 외국인에게도 공모직을 개방했고, 마리 전 관장이 한국인 2명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늦출 필요가 없다. 일부러 늦춘다고 하는데 뽑는 과정,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다. 공모직이기 때문에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필수다. 해외에서는 신상조회에만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걸린다."

김 장관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 후보의 신상조회 결과가 다음주 스페인에서 올 것 같다"면서 "조회 결과를 받게되면 다음주 바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미술관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앞세웠다. "복잡한 국내 미술계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관점의 전시기획, 소장품 구입, 미술관 운영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미술관 등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대미술관 기획 전시의 교류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조성봉 기자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 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연말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미술품 시장정보, 미술시장 경향 분석, 작가 분석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본격적으로 미술품 거래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1.19. [email protected] 2015-11-18

김 장관은 "콧대 높기로 유명한 영국 대영박물관에서도 9월 말 독일 국적의 관장 부임 소식을 전한 바 있다"며 "외국인에게 기회를 준다고 우리 미술계가 자존심이 상할 이유는 없다"는 판단이다.

한국미술에 대한 전문성 부족, 미술계와 직원들과의 언어(소통) 문제도 큰 벽은 아니라고 봤다. "두고봐야 안다. 언어도 중요한데, 얼마든지 통역도 가능하다. 내가 듣기로는 마리 전 관장이 의욕을 갖고 있다더라. 한국어를 배워 1년 내에 극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한국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미술가들과 또 현대미술 장르와 얼마만큼 소통이 가능한가에 있다."

김 장관은 "미술관장직은 전시 기획력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 행정에 대한 이해지만, 미술관에 공무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행정은 중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미대 출신인 김 장관은 미술 분야에 신경을 쓰고 있다. 미술시장 규모를 2018년까지 63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지난해 밝혔다.

국민의 미술시장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제고하고 투명한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MOU를 체결하고 '한국 미술시장 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연말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미술품 시장정보, 미술시장 경향 분석, 작가 분석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본격적으로 미술품 거래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미술작가의 창작활동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미술인 보수지급제(아티스티 피)도 도입했다. 연구용역과 미술계 의견 수렴을 거쳐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시범 적용한다는 목표다.

조성봉 기자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 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연말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미술품 시장정보, 미술시장 경향 분석, 작가 분석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본격적으로 미술품 거래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1.19. [email protected] 2015-11-18

올해 처음 시작한 '작은 미술관'은 일상 속 문화예술 향유기회를 확대했다는 평가다. 옛 보건소, 폐공업단지 등 잠들어 있던 지역공간을 미술관으로 새롭게 조성했다. "미술은 전업작가의 전유물은 아니다. 공공전시장은 더 많아야 한다"는 게 김 장관의 생각이다.

작가 직거래 장터도 열었다. 작가에게는 미술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들에게는 미술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유통질서 혼란이라는 화랑가의 지적도 있다. 김 장관은 "작가 직거래는 좋지 않다. 하지만 온갖 수를 다 쓰고 있다는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교수에서 장관이 된 지 1년3개월, "장관직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능력이 필요한 자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국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신한다."

인사 잡음이 있었지만 소신은 확고하다.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힐 때는 그 일을 해낼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파악한다."

'문화가 있는 날' 얘기가 나오면 미소를 짓는다. '문화가있는날=영화 보는 날'이라고도 하지만, 한 달에 하루라도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최근 인지도 조사에서 문화가있는날을 국민 절반 가까이가 알게 됐다고 나왔고, 지난달에는 총 2055개 최다 프로그램이 참여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김 장관은 "국민들의 문화향유를 통해 민도가 높아지는게 나라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본다. "문화가있는날이 작은 일인 것 같지만 영화, 음악회, 연극 한 편 보는 것은 전체적으로 문화적인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는 일이다. 신이 나야 공연도 하고 볼 것 아닌가. 결국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일이 문화를 살찌우는 길이다."

조성봉 기자 =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 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연말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미술품 시장정보, 미술시장 경향 분석, 작가 분석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본격적으로 미술품 거래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1.19. [email protected] 2015-11-18

민간과 함께 해외홍보 마케팅 등으로 메르스 사태를 조기 극복해 방한 외래 관광객이 전년 수준을 회복(10월말 현재 1100만명)하고, 12월 발표 예정인 국가브랜드와 정부 상징체계 개발을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손꼽았다.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브랜드는 '코크레이션'이 핵심이다. 김 장관은 "치유의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 민족의 전통과 현대, 유무형의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찾고, 대한민국에 문화적 가치를 더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슬로건 하나 내놓고 따라하라는게 아니다. 문화는 '이게 문화다'라고 하는게 아니다. 계속 변하는 것"이라면서 "다이내믹 코리아 등 슬로건에 목매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언어는 뭔가 불확실할 때 정박하는 좋은 역할이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를 전세계에 보여주고자 할 때는 위축시킨다. 결국 함께 뭔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 장관은 17일 "요즘 몸이 안 좋다"고 했다. "장관되고 나서 앓아 누운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어제부터 배가 아프다. 아내가 피곤한데 운동을 그만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마저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

다른 장관들보다 현장이 유난히 많아 과로하기 쉬운 부처가 문체부다. 이전 장관들(유인촌 정병국 최광식 등)이 모두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했다. 김 장관도 새벽 5시면 일어나 하루 평균 5~6곳 현장을 돌며 강행군을 해왔다.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되고 매 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TV 화면에 얼굴이 비치면 시골에 있는 어머니가 '얼굴이 왜 그러냐'고 걱정스럽게 전화를 한다"며 빡빡한 업무로 어머니도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김 장관은 문체부 직원들 사이에서 'FM'으로 통한다. 딱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한다. 제스처도 단정하고 깔끔하다. 열정보다는 냉정에 가깝다. '차가운 인상'이지만 웃을 때는 아이같은 모습이 보인다. 1시간 가량 답변서 없이 술술 정책을 말한 장관은 얼굴이 상기됐다. "인터뷰 중 앉아있는데 식은땀이 났다"며 쑥쓰럽게 웃었다.

"국회에 갔더니 누가 그러더라고요. 어디 나가세요? 장관 퇴임설, 저도 처음 들었어요. 내년에도 문화향유 확산을 위해 열심히 뛸겁니다. 하하."

장관은 다음날 오전 7시 조찬포럼에 갔고, 병원에도 갔다. 대상포진은 아니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