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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관객과 통 통 통하는 그만의 코드, ‘쉬운 그림장이’ 장진우 작가

2015.11.09

[머니위크] 오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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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작가. /사진=임한별 기자

"저건 나도 그릴 수 있겠다." 장진우 작가(35)가 관람객에게 원하는 반응이다. 팝아트 성향의 작품을 선보이는 장 작가는 '쉬운' 작법으로 미술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길 바란다. 장 작가는 디자이너 경력이 7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신한카드, SK 등 굵직한 기업들과 일러스트 아트워크(art work)를 진행했다. 그는 왜 '업'을 바꿨을까. 장 작가를 만나 예술계에 몸 담게 된 스토리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자이너에서 아티스트로

'2010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핫트렉스, 재즈피플 등 잡지와 포스터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도맡았던 장진우 작가는 수동적이고 창의력에 제한을 받는 디자인작업에서 벗어나 '창작'에 에너지를 쏟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디자인은 비즈니스에 특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필립 스탁(Philippe Patrick Starck)이란 스타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굉장히 유명한 제품들을 디자인했죠. 근데 그가 내가 디자인한 모든 것은 겉치레만 했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어요. 창작에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은 그런 맥락입니다."

올해 본격적으로 아티스트 활동에 나선 장 작가는 손 그림과 일러스트 아트워크를 통해 팝아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각 작품에는 자신이 매 순간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녹여내면서도 해학을 담아낸다. 그의 작품들은 쉬운 듯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작법이 적용됐다.

장 작가는 키스 해링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키스 해링의 작품들은 단순하지만 깊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내 작품들은 키스 해링을 쫓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함 속 깊은 의미

그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순수한 사람들'(pure people)에도 이러한 작법과 생각이 그대로 투영됐다.

'순수한 사람들'

'순수한 사람들'은 대략 4가지의 색이 사용돼 그림체가 복잡하지 않다. 덕분에 시선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작품의 의미다. 두 사람의 입을 물결 모양으로 그렸는데 이는 웃는 모습과 찡그린 표정을 합친 것이다. 양면의 모습을 갖고 살아가는 현대의 사회인을 풍자했다는 설명이다.

또 한 사람은 '순수'(pur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여성의 가슴 모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 가운데에서 작은 물체가 분출하는 것은 남성의 정액을 뜻한다.

"프리랜서로 오래 일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양면적인 사람이 많다고 느꼈어요. 겉으로는 순수한 척하면서 내면으로는 음흉한 생각을 품은 사람들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죠. 하지만 관람객은 작품에 대한 의미를 안 느껴도 됩니다. 형태나 색감에 대한 집중이 먼저예요."

장 작가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 장면을 그대로 표현한 '조제'를 통해 작품 감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조제'


"영화에서 여성 주인공인 조제는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조제의 남자친구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이별을 결심하죠. 이별을 직감한 조제는 남자친구에게 제일 '야한 짓'을 할 거라고 말하고 침대에 누워 공허하게 천장을 바라봅니다. 조제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뒷 배경에 거대한 물고기가 등장하는데 이 장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했죠."

◆ 그에게 예술은… "쉬운 자기 표현"

장 작가는 작품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선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유머가 섞인, 혹은 심하게 감성적인 작품으로 봐달라고 말한다. 대중들에게 '예술'보다는 쉬운 자기 표현방식으로 인식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아울러 자신의 작품이 미술계와 일반 대중과의 괴리를 줄이고 관람객의 직접적인 예술창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미술문화 자체가 아직 한정된 사람들만 즐기는 폐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요새 사람들은 마음 안에 화가 큽니다. 심지어 '헬조선'(지옥+조선의 합성어. 한국이 지옥에 가깝다는 의미)이라는 말까지 나오니까요. 무언가를 통해 이를 풀어야 하는데 술밖에 없습니다. 척박한 현실이죠. 예술·문화는 이런 화를 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일반 대중은 미술작품들을 어려워하며 단지 감상만으로 끝내요. 제 작품의 목표는 관람객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관람객이 직접 행동으로 나서면 점차 예술, 문화가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그는 자신의 작품들이 미술계의 성찰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제가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는데 미술계에 대해 도발적인 생각을 할 수는 없습니다. 미술계가 '벽 안에 갇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전문가 분야가 특화돼 있으니 반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이 커져야 한다는 입장인 거죠. 저 같은 사람, 미술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았던 사람도 겁내지 않는 미술이 존재했으면 합니다."

한편 장 작가의 작품들은 온라인 아트마켓 토철서비스 플랫폼인 '아트1'과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플랫폼 '그라폴리오'의 홈페이지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아트1에서는 장 작가의 '순수한 사람들', '조제', '소녀' 등 총 5개 작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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