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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그림이야? 사진 아니고…극사실화가 지석철 '의자로 쓴 스토리'

2015.10.18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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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철 '부다페스트, 헝가리' (78x101.6㎝, 캔버스에 유채, 2014) 2015-10-14

화가 지석철(62·홍익대 교수)은 33년째 '작은 의자'를 그리고 있다.

1982년 제12회 파리 비엔날레에 한국의 대표 청년작가로 초청되면서 선보인 '의자' 그림은 그의 '아바타'가 됐다.

'의자 작가'로 미술시장에서 브랜드를 구축한 그는 평균 2년마다 개인전을 열면서 '작은 의자'의 세계를 선보인다. 수십년째 변함없는 작업이지만 '지겨움'보다는 '신기함'이 아직까지 작용한다.

선명하고 명확하나 쓸쓸하고 애잔함이 흐르는 작품 덕분인 듯하다.

'부재' 시리즈로 명명된 작품은 '힐링의 시대'에 '기억의 윤회'를 재생한다. 생활소품에, 자연풍경에 들어앉은 작은 의자는 극사실적인 그림으로 아우라를 더한다. 데페이즈망(depaysement·엉뚱한 결합) 기법을 활용해 어디서 본 것같은 장면을 선사한다.

지석철 '부재의 대좌-카사블랑카, 모로코' (92 x137㎝, 캔버스에 유채, 2014) 2015-10-14

"100호짜리 그림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 4개월가량 꼬박 작업에만 매달릴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한 묘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붓질 흔적조차 없는 '귀신같은 솜씨'를 가진 극사실화 1세대 작가다.

2012년에 이어 3년만에 다시 연 전시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이전 일상의 사물과 마주했던 작은 의자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14일부터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 '의자로 쓴 스토리'를 연다. 지난 10년간 미국, 유럽, 아시아를 여행하며 만난 풍경을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담아냈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지만 그림에는 여전히 우울한 정서가 흐른다. 의자는 지금은 떠나고 없는 시간과 추억으로 저장된 존재감을 상징하는 기호다.

지석철 '부재의 기억' 2015-10-14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만난 여인은 쓸쓸함 그 자체다. '작은 의자'도 그 앞에서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이다. 거대한 원형탑 사이에서 여인을 바라보는 의자는 앙상한 그림자를 드러낸 채 조용히 여인과 마주하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위 낚싯배에 홀로 앉은 소년이 뒤를 바라보고 있다. 하늘을 마주하며 벌러덩 누워버린 '작은 의자'가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존재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게 하는 서정성이 무엇보다 감돌지만, 정치(精緻)한 묘사력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사진 같은 그림'은 전사, 즉 사진이나 그림을 특수잉크로 인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전시는 30일까지. 02-732-355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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