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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그룹 '유목적 표류', "밀란 쿤데라 소설 키워드로 만든 퍼포먼스입니다 "

2015.08.06

[뉴스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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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그룹 '유목적 표류'의 퍼포먼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 작업은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작가를 찾는 8인의 등장인물'중 하나이며 지난 7월31일에 공연됐다. (사진제공 정진수)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작가를 찾는 8인의 등장인물' 중 '주인공들이 등장한다'전.

"배꼽 없는 천사, 무의미의 축제, 깃털, 스탈린, 알랭...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에서 5가지 열쇳말을 뽑아내 이번 퍼포먼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에 녹여냈어요."(곽고은)

프로젝트 그룹 '유목적 표류'(Nomadic Drift)는 김민홍(41), 곽고은(31), 정진수(28)가 2013년 10월에 결성한 퍼포먼스 팀이다. 지난 7월3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기획전 '8인의 작가를 찾는 등장인물'의 하나로 열린 퍼포먼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를 공연한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다양한 공간을 무대로 활용해 무용·음악·영상설치 작업을 해왔다. 이번 퍼포먼스도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에서 영감을 얻어서 탱탱볼 130개와 프로젝터를 통해 아르코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업이다.

'유목적 표류'는 자신들의 퍼포먼스 작업순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장소를 먼저 결정하고 ▲ 구성원 간의 논의를 거쳐 장소를 '무대'로 재구성해 ▲ 관객과 함께하는 퍼포먼스를 공연하고 ▲ 공연의 실황 형식으로 아카이브를 만든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의 최종작업인 아카이빙은 지난 1일 완료됐다. 이 공연은 가벽이 설치된 아르코미술관 1층 전시공간에 4개의 영상을 설치하고, 핸드볼 크기의 탱탱볼 100개와 벽에 부딪히면 LED불빛을 내는 정구공 크기의 탱탱볼 30개, 그리고 피아노와 드럼의 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을 추는 무용수로 이뤄졌다.

무용수가 100개의 탱탱볼 한가운데 자리를 잡자 50여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이미 서로 다른 가벽에 상영 중인 4개의 영상에는 같은 무용수가 탱탱볼을 이용해 춤을 추는 모습이 사전에 촬영돼 무한반복 중이었다. 무용수가 총 5명인 셈이었다.

정진수는 "소설 1부의 제목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를 영상 속 4명과 퍼포머 1명으로 표현했어요. 물론 소설의 주인공 5명은 각자 다른 사람이지만 우리는 5개로 분열된 1명으로 표현한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영화감독 봉준호를 쏙 닮은 그는 영상설치 작업과 전시장 전체 공간의 구성을 담당했다.

곽고은이 안무와 무용을 맡았다. 두두댄스시어터(대표 정영두) 단원인 그는 몸의 윤곽을 드러낸 복장에 탱탱볼과 같은 색인 파란색 모자를 썼다. 그는 "이번 안무는 소설을 파편화시켜서 해체하는 작업이죠. 전시장을 5개의 작은 단위로 쪼갰고 각각의 단위마다 배꼽 없는 천사, 무의미의 축제, 깃털, 스탈린, 알랭 등 5개의 열쇳말을 하나씩 표현해냈어요."

김민홍은 음악을 맡아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는 쿤데라의 소설이 잘 읽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전시장을 답사하자 그는 작업도 분명해지고 소설도 꼼꼼히 읽을 수 있었다며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간 속에서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내죠. 이 전시장에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명확해졌어요. 소설을 전시장에 녹여내기보다 아르코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소설의 어느 부분과 맞닿아 있는지 찾아내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민홍이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의 곡을 연주하자 무용수 곽고인이 조금씩 움직였다. 곽고은은 탱탱볼의 탄성을 이용해 몸의 중심을 잡았다. 100개의 탱탱볼은 무용수의 체중이 실리자 분자운동을 하듯 조금씩 서로를 밀쳐냈다. 이제 무용수가 탱탱볼을 손으로 던지거나 발로 차면서 전시장 곳곳으로 퍼트렸다.

진행요원이 전시장 곳곳으로 흩어진 탱탱볼 중 하나를 무용수에게 던졌다. 그는 공을 받아 다른 쪽으로 던졌다. 자유롭게 서서 지켜보던 관객들의 뒤 편으로 탱탱볼이 사라졌다. 그러자 또 다른 방향에서 탱탱볼이 무용수에게 날아들었다. 관객 중 하나가 호기심에 한 행동이었다.

이번 퍼포먼스의 특징은 무작위적 움직임을 활용해 전시공간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관객은 설치된 작품을 보러 전시장을 찾는다. 그림은 성인 관객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벽에 걸리거나 설치작품은 전시장 빈 공간에 놓인다. 전시장 천장이나 모서리 등은 전시공간에 있을 뿐 활용되지 않는데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관객의 시선이 탱탱볼을 따라서 전시장 천장, 바닥, 벽면을 쉴 새 없이 따라다녔다.

프로젝트 그룹 '유목적 표류' 김민홍(좌로부터), 곽고은, 정진수 (사진제공 두산아트센터)

무용수가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탱탱볼을 무작위로 던져댔다. 그를 쫓아가며 관객들도 탱탱볼을 발로 차거나 손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이제 관객의 시선은 무용수에 쫓아가기 보다 자신의 던진 탱탱볼을 쫓아다니느라 제각각 분열됐다. 곽고은은 "각자가 던진 탱탱볼이 배꼽 없는 천사인 셈이죠. 직선으로 벽에 부딪쳤다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다닌다"고 표현했다.

김민홍은 직선이 90도로 일제히 4번 꺾여 직사각형의 공간을 된 것으로 표현하기 위해 드럼 연주자를 섭외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에서 활동하는 그는 평소 친분이 있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드러머 서현정을 이번 퍼포먼스의 객원으로 불렀다. 서현정은 4박자의 강렬한 드럼 비트를 전시장 곳곳으로 퍼트렸다.

피아노곡 연주가 드럼으로 바뀌자 무용수의 움직임은 박자에 맞춰 더욱 격렬해졌고, 탱탱볼 130개도 마치 과학 수업에 배운 물의 분자운동처럼 전시장 곳곳을 어지럽게 튕겨다녔다. 무용수가 춤을 멈추고 프로젝터를 꺼내 자신의 배꼽에 갖다 댔다. 무슨 내용의 영상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의 밝은 빛이 무용수의 배를 관통하듯 빛났다. 무용수가 배꼽없는 천사인 셈이었다.

곽고은은 배꼽이 없다는 것을 어머니처럼 자신을 낳아준 근원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무용수가 프로젝터의 방향을 돌리자 밝게 빛나기만 하던 빛은 전시장 벽에 투사돼 액자 4개에 걸린 그림으로 형체를 드러냈다. 하얗게 텅 빈 벽은 그림 액자가 걸린 전시공간으로 변했다. 무용수가 프로젝터를 움직이자 전시장 천장이나 바닥도 액자가 걸린 전시공간으로 바뀌었다.

시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미술의 역사를 뒤바꿀 만큼 중요한 문제다. 일례로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한 원근법은 평면의 한 지점을 시선의 소실점으로 삼아 평면을 입체적으로 착시하게끔 만드는 기법이다. '유목적 표류'가 목적성을 갖고 시선의 역학을 실험하지 않았더라도 관객에게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음은 퍼포먼스 주요 장면과 포스터다.

프로젝트 그룹 '유목적 표류'의 퍼포먼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 작업은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작가를 찾는 8인의 등장인물'중 하나이며 지난 7월31일에 공연됐다. (사진제공 정진수)

프로젝트 그룹 '유목적 표류'의 퍼포먼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 작업은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작가를 찾는 8인의 등장인물'중 하나이며 지난 7월31일에 공연됐다. (사진제공 정진수)

프로젝트 그룹 '유목적 표류'의 퍼포먼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 작업은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작가를 찾는 8인의 등장인물'중 하나이며 지난 7월31일에 공연됐다. (사진제공 정진수)

프로젝트 그룹 '유목적 표류'의 퍼포먼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 작업은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작가를 찾는 8인의 등장인물'중 하나이며 지난 7월31일에 공연됐다. (사진제공 정진수)

프로젝트 그룹 '유목적 표류'의 퍼포먼스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 작업은 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작가를 찾는 8인의 등장인물'중 하나이며 지난 7월31일에 공연됐다. (사진제공 정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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