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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노소영 관장 "애매한 건 딱 질색…가장 무서운 '멘토'될 듯"

2015.07.02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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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멘토로 처음 참가하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

나긋한 목소리와 예의바른 태도를 갖췄지만, 가르칠 땐 다르다. 작품을 만들면서 그가 던지는 첫 질문은 늘 이렇다. “이건 예술을 만드는 거니, 상품을 만드는 거니?”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학생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머릿속 아이디어만 갖고 무모하게 덤비다 실패를 맛본 이들이라면 교육계 숨은 ‘호랑이 선생님’을 통해 ‘제대로’ 배울 기회를 갖게 될지 모르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4회째 이어가는 콘텐츠 인재양성 프로그램 ‘2015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이 처음 ‘멘토’로 등장한다.

노 관장은 지난 10년간 대학 교수 시절, 학생들 사이에서 ‘무서운 선생님’으로 유명했다. 예술 작품은 ‘독창성’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야하고, 그렇지 않은 상업 작품은 ‘보편성’에 근거를 둬야하는 그의 원칙 앞에 ‘애매함’은 무서움을 손쉽게 부르는 요인이다.

“무엇을 만들어놓고도 뭘 만들었는지 모르는 애매한 결과물들이 의외로 많아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성과없는 작품들은 결국 시간낭비일 뿐이잖아요. 이번 프로젝트는 그런 면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아마 참여 멘토 중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 되지 않을까요? 전 한 프로젝트만 맡았는데, 여러 프로젝트에 다 간섭할지도 모르겠어요.”

1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앞으로 10개월간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이끌 ‘멘티’ 169명은 ‘멘토’ 86명으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현장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

노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에서 교육 프로그램만 20개를 소화한 베테랑 멘토다. 오랫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가 얻은 노하우는 예술과 상품은 철저히 분리돼야한다는 것과 융복합 콘텐츠가 미래 산업의 먹거리라는 것이다.

노 관장이 맡은 멘티 2명은 게임대회 월드 챔피언과 미디어아트 엔지니어다. 두 게임 전문가가 제안한 색다른 게임 아이디어에 노 관장은 두 가지를 당부했다. 창작자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무용지물이라는 것과 RP(Rapid Prototype, 시제품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의 적용.

“미디어를 이용해 길거리에서 GPS로 보물찾기를 하거나 탐정놀이를 하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제 운용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인가하는 문제는 두고봐야하거든요. 그걸 제대로 시험해보기 위해 RP를 해보는 겁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한 달 단위로 만들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시연하고, 다시 피드백을 얻어 고치고 하는 식의 실패를 여러 번 경험하는 거예요. 성공의 요건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하느냐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조직이 큰 대기업에서 창의성이 가로막히는 이유가 80% 가까이 완성된 제품만을 대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 관장의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번의 축적된 실패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지름길이라는 것. 노 관장은 “이런 식의 고치고 만들고 하는 새로운 교육이 나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인공지능 관련 연구모임인 ‘싱귤레리티(singularity)99’를 발족한 것도 인간의 일자리를 넘보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었기 때문이에요. 결국 교육의 문제로 수렴되더라고요. 국·영·수를 인간보다 더 잘하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더 새로운 교육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노 관장은 지난해 스페인 방문에서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거짓말과 사기를 보고 “좀비의 세상이 온 것 같다”고 느꼈고, 얼마 전 방문 한 중국 심천(深?)에서 4~6주 만에 신제품이 나오는 신산업 생태계를 보고 ‘무서운 미래’를 발견했다. “그래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있어요. 우리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화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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