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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탈리아 국민화가 조르조 모란디의 예술세계

2014.11.19

[뉴스1] 유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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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0세기 미술의 거장 조르조 모란디(1890~1964)의 삶과 예술을 맛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직무대리 윤남순) 덕수궁관에서 20일부터 열리는 ‘조르조 모란디: 모란디와의 대화’ 전이다.

특정 유파에 속하지 않은 모란디는 국내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니스 비엔날레(1948)와 상파울루 비엔날레(1957)에서 수상할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화가다. 그의 예술세계는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여전히 영감의 원천으로 꼽히고 있다.

모란디는 결혼을 하지 않고 세 명의 누이와 함께 볼로냐 폰다차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다. 침실 겸 작업실이었던 작은 방에서 생활하다 생을 마감해 은둔 혹은 고립의 화가로 알려졌다.

그는 청년 시절 지오토(1267~1337)와 마사초(1401~1428) 등 초기 르네상스의 거장들과 세잔(1839~1906)등 인상주의 화가들을 연구했다. 조르조 데 키리코(1888~1978), 카를로 카라(1881~1966) 등 형이상학적 회화 작가들과 이상적인 이탈리아를 꿈꾸던 당시의 문화예술가들과 교류했다. 또 오랫동안 볼로냐 예술 아카데미에서 에칭전공 교수로 지내면서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병의 화가’라 불릴 만큼 모란디의 소재는 무척 제한적이다. 자신의 스튜디오와 스튜디오가 있는 작은 동네를 벗어나지 않은 덕 혹은 탓이다. 그가 선택한 것은 동네 벼룩시장에서 고른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병과 저장용기였다. 병의 표면에 붙은 레이블을 떼고 페인트를 칠해 익명의 사물로 전환했고 원래의 질감이 사라지고 형태가 변형될 때까지 선반 위에 놓아뒀다. 정물을 소재로 했지만, 물성이나 질감 등 사물이 가진 물리적 속성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화면에는 부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병이나 주전자, 컵 등이 지루할 정도로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럼에도 대상의 배열, 색의 조화, 빛은 물론 캔버스의 크기조차 같지 않다. 작품도 10호를 넘지 않는다. 캔버스는 단순화된 형태와 모노톤의 색조다. 단순함과 고요함 속에서 예술과 존재의 본질을 묻게 한다.

초기(1914~1915)에 시점과 세팅, 캔버스의 형태 등에 변화를 주고 대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한 그는 이후(1931~1940년) 크기가 다른 캔버스 위에서 유사한 구성을 반복했다. 1950년대에는 시점과 사물의 수와 구성, 비율, 전체적인 색조까지 미묘한 변주를 주제로 한 연작에 몰두한다. 말년에는 사물의 형태가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점진적으로 융해되고 단순화된다.

전시장에는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모란디 미술관 소장품 중 작가의 전성기(1940~1960)에 제작된 회화와 판화, 드로잉 40여 점이 나왔다. 모란디가 작업에 모델로 삼은 여러 종류의 병과 작품의 구도를 정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독특한 스케치 등이 포함됐다. 모란디와 같은 시대를 산 한국 근대미술 거장들인 박수근, 김환기, 도상봉 등의 정물화 40여 점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위해 방한한 로렌조 사솔리 데 비안키 볼로냐 미술관 협회장은 “미술사에서 시간의 흐름으로 20세기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피카소가 떠오르겠지만, 시간의 흐름이 아닌 양식이나 특징적인 면에서는 모린디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란디는 사물의 본질에 관심을 두고 그 사물을 시적으로 승화시켜 작품으로 만들었다. 특히 사물이 지닌 본질과 특징, 그리고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며 “그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관람자들은 모란디의 단순성에서 시적인 예술성을 찾아내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시 기간 마리오 체멜레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조르조 모란디의 먼지(Giorgio Morandi's Dust)’가 상영된다.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다. 02-202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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