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Trend[‘아트픽 30’展 관람 설명서①] 박서보·김창열·하종현·윤형근·최명명·이강소 등 거장 한자리

2023.07.21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박서보·김창열·하종현·최명영·이강소·윤형근·강민수
뉴시스·아트조선·TV CHOSUN 연합 ‘아트픽 30’전시
8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전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뉴시스·TV CHOSUN·아트조선 공동기획전 ‘아트픽(Art Pick) 30’이 개막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한국 현대미술가 30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의 경제적 가치에 편향되지 않고 작가의 저력과 한국 미술사적 의미에 방점을 두고 기획된 전시이다. 2023.07.12. [email protected]

지난해 한국 미술 시장은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의 성공적인 개최부터 미술품 거래 총액 사상 첫 1조원 돌파에 이르기까지 한국 동시대 미술을 향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과 미래를 다층적이고 심도 있게 보여주는 전시 ‘아트픽 30(Art Pick 30)’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뉴시스가 TV조선, 아트조선과 손잡고 개최한 국내 최초의 미디어 연합 전시다. 20대부터 90대까지 세대를 망라한 국내 현대미술가 30인을 한자리에 모은 '아트픽 30'은 국내 최대 민간 통신사가 국내 최고 종합편성채널과 의기투합해 엄선한 작가들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작품성·대중성·시장성 3박자를 갖춘 동시대 한국 대표 현대미술 작가들로,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하종현 화백부터 한국 미술을 이끈 김창열·윤형근 화백을 비롯해 현대 국내외 미술계에서 가장 인기인 이배, 이강소, 최영욱, 김현식, 정영주, 김남표, MZ들에 핫템들의 등극한 이사라, 채민진, 다다즈, 권한나 등 국내 작가 30명의 150여 점을 전시 판매한다.

명작은 디테일의 차이다. '아트픽 30'전에 선정된 작품은 노동집약적이고 내공이 강한게 공통점이다. 그림은 모두 그림으로 보이지만 천차만별 차별화가 생명이다. '아트픽 30전'은 30인 30색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선함과 깊이감을 전한다. 다채로운 소재와 다양한 기법으로 무장해 고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30인이 참여하는 전시인 만큼, 3회에 걸쳐 전시장에 작품이 설치된 순으로 작가들을 소개하고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아트픽 30’전(展) 관람 설명서를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와 함께 연재한다.

아트픽30 전시 시작은 박서보의 거대하고 화려한 '묘법' 그림으로 시작된다. 사진=아트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색화 거장의 화려함...박서보의 ‘묘법’
‘아트픽 30’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박서보의 화려한 색감의 주황색 묘법 ‘Écriture (描法) No.150317’(2015)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단색화 거장인 박서보는 대표작 ‘묘법’ 시리즈를 통해 서양의 추상미술과 구분되는 단색화 고유의 특성과 개성을 국제 미술계에 소개하고 한국 미술이 해외무대의 중심에 안착할 수 있도록 주요한 역할을 한 미술가다. ‘묘법’은 말 그대로 ‘묘법(妙法)’과도 같은데, 불타오르는 단풍처럼, 때로는 수평선에 걸친 섬처럼 흡사 자연을 그대로 옮겨 화폭 위에 펼쳐놓은 것 같은 오묘하며 우미한 화면은 보는 이를 침잠의 심연으로 매혹하는 듯하다. 자연과의 합일이 오늘날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깨닫고 자연의 아량과 포용을 닮은 색을 구현해 현대인의 정서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치유의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다.

컬러 묘법 옆에는 작가의 ‘초기 묘법’이라고도 불리는 이른바 연필 작업들도 내걸렸다. 초기 묘법 시기의 연필 작업은 당시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했다. 연필 잡는 법조차 어설픈 어린 아들이 방안지 공책에 한글 쓰기 연습을 한답시고 작은 칸 속에 글자를 집어넣고 있었는데, 삐뚤빼뚤한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애써 쓴 글자를 연필로 죽죽 그어 찌그려 버리더라는 것. 여기서 박서보는 ‘체념의 미학’을 발견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름 그 자체로 예술세계가 온전히 설명되는, 한국 현대미술사를 선도한 박서보의 1970년대 작품부터 2000년대 제작된 후기 묘법, 그리고 프린트 에디션까지 감상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김창열 화백의 300호 대작 '물방울' 작품이 뉴시스가 선정한 '아트픽 30'전시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냥 물방울이 아니다...김창열의 ‘물방울’
故 김창열(1929~2021)화백이 일명 ‘물방울 화가’로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1973년 파리 놀인터내셔널(Knoll International)에서 물방울 그림을 첫선을 보이면서다. ‘아트픽 30’에서 이 시기 제작된 ‘Waterdrops’(1973)가 공개됐다. 작가의 초기 물방울을 볼 수 있는 귀한 회화다. 이번 전시에는 김창열에게 물방울만큼 중요한 화두였던 천자문을 소재로 해 제작된 1990년대작부터 2000대작까지 폭넓게 소개된다. 우주와 자연, 인간 삶의 이치 등에 관한 동양사상의 정수를 담은 고시(古詩)로, 무한한 우주적 상징 체계를 동양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조부로부터 배운 천자문과 유년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문명의 근본과 세상의 이치가 담긴 천자문을 깨치던 배움의 원점으로 돌아가 정신적 수행을 실현하고자 한 작가적 의지가 읽힌다. 그중에서도 천자문과 물방울이 서로 종횡하는 300호 대작 ‘Recurrence’(1993)는 놓치지 말아야 할 이번 전시의 백미다.

하종현의 대표작 배압법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접합' 연작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아트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뒤에서 밀어붙인 단색의 몸부림...하종현의 '배압법'
하종현의 1990년대와 2010년대 제작된 ‘접합’ 연작이 김창열의 회화와 나란히 걸려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이란 독창적인 방식을 구축했는데, 이를 통해 앞면으로 배어 나온 걸쭉한 물감 알갱이를 나이프나 붓, 나무 주걱을 사용해 자유롭게 변주한다. 캔버스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이 방법론에는 작가가 그간 추구해 온 기성 형식에 대한 저항적 태도가 담겨 있다.

그는 전위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를 결성한 196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석고, 신문지, 각목, 로프, 나무상자 등 오브제를 중심으로 물성 탐구 기간을 거치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 군량미를 담아 보내던 마대자루를 비롯해 밀가루, 신문, 철조망 등 비전통적 매체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업방식을 시도했다. ‘접합’ 시리즈는 마대자루를 활용한 이때의 경험에서 기인해 작가 고유의 기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포 고유의 색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검게 칠한 작품 ‘Conjunction 14-145’(2014), 자연적인 성향의 색채가 정겨운 ‘Conjunction 99-102’(1999)를 감상할 수 있다.

최명영 화백의 평면조건 3점이 나란히 걸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제작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사진=아트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순하고 담백한 가치 탐구...최명영의 ‘평면조건’
김창열, 하종현 작품으로 보고 오면 오른편에 보는 것만으로도 명상으로 이끄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회화들이 걸려있다. 최명영의 최신작 ‘Conditional Planes 23-30’(2023)와 종이 작업 ‘Conditional Planes 1621’(2020)이다. 최명영은 ‘평면조건(Conditional Planes)’이라는 대표작 명제이자 작업 주제로써 회화를 회화로, 평면을 평면으로써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을 완성하는 데 일평생을 몰두해 왔다. 이 ‘조건’은 2차원 평면의 필요 요건이자, 그 성립 요건을 통해 회화적 리얼리티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물음과 같다. 송곳으로 종이에 천공(穿孔)을 내거나 손가락 끝에 물감을 발라 지문 찍기를 거듭하는 식의 끊임없는 반복은 최명영의 작업 세계를 완성하는 중추적 요소 중 하나다. 화려하거나 과시적이지 않은 수행적인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물감과 질료의 정신화를 이뤄내는 것으로, 개성을 제거한 단일 색채와 질감만으로 회화, 즉 평면으로서의 존재 방식을 규명해냈다.

이강소의 일필휘지 회화는 오리작가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아트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회화란 무엇인가… 이강소 '바람이 분다'
최명영의 회화 옆으로는 이강소의 최신작 ‘바람이 분다-230106’(2023)와 함께 ‘청명-220504’(2022)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 특유의 춤추는 듯한 일필휘지 그림은 역동적이며 생명력 넘친다. 과감하며 거친 붓질로 완성한 자유로운 화면이 압권이다. 이강소는 실험미술의 새로운 움직임이 태동하던 19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설치, 퍼포먼스, 사진, 비디오, 판화, 회화, 조각 등 매체를 구분하지 않고 특정 사조나 형식적 방법론에 안주하지 않은 작가로 꼽힌다. 작가는 ‘아트픽 30’에 세련된 회색조의 대작 회화와 현대적인 초록 빛깔의 회화를 내줬다.

검은 그림 윤형근의 작품과 강민수가 달항아리가 어우러져 담대하고 고즈넉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뽐낸다. 사진=아트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담대한 절제미...윤형근의 ‘검은 기둥’ 
청색과 암갈색을 섞어 만들어진 오묘한 흑빛, 이른바 ‘청다색(靑茶色)’으로 대표되는 윤형근의 그림은 대담하면서도 절제미가 넘친다. BTS의 리더 RM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혀 MZ컬렉터에도 관심도가 높은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는 윤형근의 1990년대작 회화가 대거 출품됐다. 작가의 화업에서 언급할 만한 변곡점이 몇 개 있지만, 그중에서도 1991년 도널드 저드(Donald Judd)와의 만남은 빼놓을 수 없다. 윤형근은 저드와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단순화된 형을 추구하게 된다. 이를테면 검은 칼럼은 보다 엄정하고 단호해지며 또렷한 사각의 형태를 띠게 되며, 색채 또한 더욱 명백해진 검은빛을 내뿜게 된다. 한결 엄격하며 형상이 간결해진 것인데, 1990년대 중반을 넘어갈수록 이전 작업에서 보이던 엷은 번짐 따위는 서서히 종적을 감춘다. 저드 특유의 미니멀리즘에 미학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둘은 동료이자 친구로서도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이를 계기로 윤형근은 단순함과 질박함을 합일하며 동시에 동서양을 넘나드는 국제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하게 된 시기로도 평가받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뉴시스·TV CHOSUN·아트조선 공동기획전 ‘아트픽(Art Pick) 30’전에 선보인 강민수의 달항아리. 2023.07.12. [email protected]

강민수의 달항아리...열 개의 얼굴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윤형근의 회화와 강민수의 달항아리가 함께 자아내는 묘한 조화다. 엄정하고 단호한 검은 기둥이 도드라지는 윤형근의 1990년대작과 강민수의 달항아리를 병치해 놓음으로써 두 작품이 묘한 여운을 빚어내도록 한 것이다. 강민수는 전통과 현대적 조형미가 어우러진 달항아리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이 요구되는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하며 20년 넘게 담박한 달항아리를 선보여 왔다. 특히 그의 달항아리가 뿜어내는 설백색은 보는 이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 주는 특성이 있다. 번쩍이는 백색이 아닌, 차분하고 은은한 온백색으로도 보이는 달항아리는 소나무 장작으로만 때 굽는 전통가마에서 태어난다. 옛 달항아리에서 나타나는 그 색감을 낼 수 있어 과정은 지난하지만 오직 전통가마를 고집한다. 하나의 달항아리임에도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달라 보이기도, 색이 달리 느껴지기도 해, 흡사 열 개의 다른 달항아리로 다가오는 듯하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과 아름다움이 침윤하는 강민수의 달항아리가 윤형근의 회화와 ‘찰떡’인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