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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르포]"밤새 열정바쳐 일했는데…"…'문화창조벤처단지' 메운 분노와 상실감

2016.11.10

[머니투데이]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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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의 기획, 제작, 소비, 산업화까지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자생적인 창작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시작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최순실 게이트'로 차은택 광고감독이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문화창조융합벨트 홈페이지

[2017년 문체부 예산 손질 분주]'차은택주도' 문화창조벤처단지·문화창조아카데미 입주자들의 하소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가 안 가고 부당한 부분이 있지만 (저희는) 매일 밤 새고 주말없이 일하고 있었는데…대부분 건전하게 스타트업 통해 뭔가 해보려고 이곳(문화창조벤처단지)에 오신 분들인데 저희가 잘못을 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되는 건 속상해하시죠."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기업 대표 A씨)

"처음 (문화창조아카데미의) 비전에 공감해서 들어왔고 사업의 기본 취지는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도 매일 기사를 보며 놀라죠. (이곳의) 크리에이터(창작자)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문화창조아카데미 1기 입학생 B씨)

분노, 허탈함, 상실감이 맴돌았다.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에 입주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다. 혹자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하는데 딱 그 꼴"이라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두 기관은 이른바 '비선의 비선'으로 불리는 차은택 광고감독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 사업으로 '최순실 게이트'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실제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한 93개 기업 중 3곳은 최순실-차은택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문화창조아카데미의 이인식 총감독 등 교수진 임명에도 일부 차씨의 입김이 작용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최순실 게이트' 대표 사업으로 꼽히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문화창조융합센터 조성 및 운영(10억원)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86억원) △문화창조융합벨트 전시관 구축(35억원) △K-Style 허브(13억원) 등 관련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사업 자체를 폐지한 새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직격타를 맞은 것은 각 기관에 입주한 창작자들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제작시설과 투자 사업화, 유통 네트워크 형성 등을 지원한다. '문화와 기술을 융합한 인재 육성'을 기치로 내건 문화창조아카데미는 2년 과정으로 교육과 프로젝트 수행, 사업화가 함께 이뤄진다.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를 만들거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다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해 입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작 콘텐츠를 만드는 벤처기업 대표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한 A씨는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땐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 자랑스럽기도 했다"며 "대다수 회사들이 입주하고 싶어 (심사를) 며칠을 밤새서 준비했던 회사들인데 다른 이슈 때문에 본연의 취지와 목표들이 가려져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아예 이 사업에 집중하려고 대구에서 다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 열정을 불태우는 분들도 계세요. 다들 주말없이 일하죠. 저도 기업 대표지만 무보수로 계속 일하며 창작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차은택, 송성각 등) 상위 1% 분들 때문에 선의로 노력하신 분들까지 (비난을 받다보니) 상실감이 큰 것 같아요.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실무자들도 허탈해하죠."

A씨는 "검찰조사가 잘 이뤄져서 오히려 이번 기회에 명명백백하게 잘못된 부분 걸러내고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원래 취지대로 콘텐츠 벤처를 잘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분도 계시고 '우리는 열정을 가지고 고생했는데 이런 걸 당해야 하느냐'며 속상해 하는 분들도 계시다"며 입주 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3월 45명의 크리에이터가 처음 입학한 문화창조아카데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다가 문화창조아카데미에 지원, 입학한 B씨는 "'문화'가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며 "바로잡을 건 바로잡되 육성할 건 그대로 육성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만들어놓고도 그 콘텐츠가 순환하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1회적으로 (소비되고) 끝나는 것이 아쉬웠죠. 창작 콘텐츠를 순환시키고 미래의 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해서 기반 산업이나 제도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예산 등을 잘못 사용해 논란이 됐지만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기본 취지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죠."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성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4차산업과 문화를 연결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건데 지금껏 해보지 않은 분야다 보니 시간도 걸리고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몇 달만에 결과가 뚝딱 보이는 분야가 아니다.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바르게 운영할 수 있는 분이 맡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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