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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조각가 최우람 "움직이지 않으면 재미없어요"

2012.11.16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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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 metallic material, machinery, electronic devices (CPU board, motor), 220(h)x360(w)x260(d)cm ⓒChoe U-Ram and Gallery Hyundai, Seoul

전시장에 들어서니 '이곳이 박물관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거대한 동물의 뼈가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은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온 듯하다. 이 동물이 살아있다면 꽤 무거워 장정 여럿이 잡아야 겨우 잡혔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

최우람 작가(42)의 기계 생명체,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이다. 최 작가는 "바다사자의 형상을 한 이 조형물은 남극 빙원 위에 사는 바다표범"이라며 "라틴어 단어를 조합해 이름을 지었고, '구멍의 수호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작품 제목을 라틴어로 지은 이유를 묻자 "한국어나 영어면 제목의 의미로 작품을 미리 규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 이해하기 힘든 라틴어로 그저 붙였다"며 "보는 이가 스스로 느끼고 재해석하길 바랬다"고 설명했다.

그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직접 만든 신화 같은 이야기에서 출발한 그의 모든 작업에는 생명력이 넘친다. 남극에서 사는 바다표범들이 얼음바다에 구멍을 뚫어 숨을 쉬고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데, 이 구멍은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연결한다. 그런데 자꾸 닫히려는 성질이 있는 구멍을 지키기 위해 수호자가 하나씩 있는데, 그게 바로 '구스토스 카붐'이라는 것. 또 이 몸통에서는 유니쿠스(Unicus)라는 날개 달린 홀씨들이 자라나고, 다른 구멍으로 날아가 새로운 쿠스토스 카붐으로 자라나 또 다른 구멍을 지킨다.

숨 쉬는 기계의 틈 사이로 비치는 조명과 홀씨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런 이야기가 세상의 반대편 어디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최우람의 작품들은 보는 이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만든다.

↑허수아비(Scarecrow), electric wire, metallic material,motor, hydraulic cylinder, custom CPU board, metal halide lamp, 370(h)x500(w)x240(d)cm ⓒChoe U-Ram and Gallery Hyundai, Seoul

'최우람에게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작품과 관객사이에 발생하는 에너지가 바로 예술이 아니겠냐"며 "활발하고 다양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품이 좋은 작품 같다"고 답했다.

그는 조소과를 나왔지만 사실은 로봇공학과에 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서양화를 전공한 부모의 영향으로 중앙대 조소과에 들어갔고,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하게 됐다. 그의 작품은 공상과학영화 속에 등장해도 제법 잘 어울릴 만했다.

그는 "어느 날 건물들이 쑥쑥 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기계적인 야생의 정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인간의 행복과 기계문명과의 관계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계문명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 신화와 종교의 영역까지 확대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스스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최우람 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기도 한 그에게 어떤 마음으로 학생들과 만나냐고 묻자

↑최우람 작가가 7세에 그린 그림. 캔버스에 유채·크레용, 91x72cm ⓒChoe U-Ram and Gallery Hyundai,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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