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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관객이 마무리 짓는 회화'...노화랑, 한만영 개인전

2020.10.21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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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뉴시스] Reproduction of time-Lady _Acrylic on canvas _117x89.4cm _2019

마릴린 먼로의 섹시한 표정이 부끄러운 것일까.조선시대 화원 신윤복의 여인은 몸을 돌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녀 또한 웃저고리는 입지 않은채.

사진같은 마릴린 먼로와는 반대로 만화처럼 그려낸 혜원의 여인이 한 화면에서 묘하게 어우러졌다.

동서양이 합치된 그림의 특징은 따로 있다. 붓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섬세하고 깔끔하게 그려냈다는 점.

화가 한만영(74)작업의 특징이다. 팔레트를 사용하지 않고 캔버스 위에 그림물감을 짜서 바로 사용한다. 캔버스 밑부분에 팔레트로 사용할 공간을 마련하여 물감을 개거나 섞는다.

"이렇게 하는 것은 물질 존재인 아크릴 물감 덩어리가 하나의 오브제로 캔버스에 남는 것과 함께 캔버스에 그린 이미지는 물감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며 지나간 시간의 흔적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사진같은 그림'이지만 한 화백은 사진으로 대변되는 기술복제 시대에 반항하고 있다.

동서양, 구상과 추상이 혼재한 그림을 통해 ‘그린다’는 회화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캔버스라는 평면 공간을 2차원으로 혹은 4차원으로 확장해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Reproduction of time-Cloud.1_ Acrylic on canvas_ 117x89cm_ 2019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사물의 현존(오브제)을 통해 사물과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추상과 구상 등 성격을 달리 하는 화면이 하나의 작품에 공존하는 현상은 80년대 이후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이 깊다.

윤진섭 평론가는 "한만영의 작업을 미술사적 측면에서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라며 "그런 까닭에 끊임없이 뭔가를 환기시키며 새로운 의미를 파생시킨다. 그것들은 전적으로 관객들의 해석에 몸을 맡긴다"고 했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여는 한만영의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큰 틀에서 보면 기존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동서양 고전의 명화들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이 축소되거나(파이프를 문 반 고흐의 초상, 뭉크의 '절규', 르네 마그리뜨의 모자 등) 변형과 각색이 이루어지는(마네의 <올랭피아>,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새로운 시도들을 보인다.

[서울=뉴시스] Reproduction of time-Oiympia _Mixed Media on canvas , Object _193.9x1.2x130.3cm _2018

하늘에 떠 있는듯 한 마네의 '올랭피아'를 그려낸 작품은 누드보다 수퍼맨이 눈길을 끈다.

그림속 여인이 창녀라는 기존의 미술사적 시각에 남성의 힘을 상징하는 수퍼맨의 등장은 코믹함과 함께 또다른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낸다.

‘사건’의 중재자 혹은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화가의 감각 덕분이다. 배경없이 그려낸 작품처럼 그는 결론을 제시하지 않고 이미지나 오브제를 통해서 ‘힌트’만을 줄 뿐이다.

"한만영 작품의 해석자는 관객들이며, 그가 실물로 제시하는 사물(오브제)들은 관객들도 똑같이 사용하는 극히 대중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라는 윤진섭 평론가는 "이미지의 오브제화, 제시한 것들의 조합이 된 그의 그림은 ‘관객참여형’의 회화, 즉 '관객이 마무리 짓는 회화'"라고 했다.

한만영은 70년대의 명화 이미지의 차용 시기를 거쳐, 80년대 초반의 '시간의 복제' 연작에 상자와 오브제의 등장 이후 ‘오브제’와 이미지 간의 공존과 소외효과, 길항(拮抗)의 관계를 묻는 전략의 물꼬를 텄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만영은 여전히 이미지와 오브제를 다룬다. 어머니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한만영에 의하면, 자신은 아주 어렸을 적에 모친과 사별했기 때문에 기억 속에 어머니는 부재한다. 남이 들려준 어머니의 모습은 ‘조립되고 개념화된 형상’일 뿐이다. 따라서 자신은 모친을 주관화, 즉 나의 상으로 만들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상은 (타인으로부터) 주어진 ‘객관적인 것’(오브제)일 뿐이다.그 트라우마가 지금의 그림까지 이어진 것.

[서울=뉴시스] Reproduction of time-from Yi kye ho _Acrylic on canvas , Object _72.7x60.6cm_ 2020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직을 정년 퇴임한 이후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며 여전히 왕성한 작업량을 보여주고 있다.

쓰고 버린 작은 향수병, 휴대폰의 부품, 목걸아, 시계 부품, 장난감 등이 한만영의 캔버스 안에서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의 작은 파편들처럼 부유한다.

직접 마주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우리가 하찮게 대하거나 관심도 없던 사물들이 한만영의 캔버스에서 빛나고 있다. 전시는 31일까지.

[서울=뉴시스] Reproduction of time-Gogh Mixed _media on canvas _162.3x130.3cm _2018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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