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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제주Q&A]이건희가 사랑한 이중섭…그의 미술관이 여기 있는 이유

2021.07.04

[뉴스1] 오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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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피란 생활 중 만난 지상낙원, '서귀포'
19년간 민·관 노력 결실로 탄생한 '이중섭 미술관'

한국 대표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 뉴스1

편집자주 '세계의 보물섬, 국제자유도시, 세계자연유산…. 당신은 제주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제주는 전국민의 이상향이지만 때로는 낯설게 다가온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타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풍습과 문화, 제도, 자연환경 등을 지녔다. 뉴스1제주본부는 제주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제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독자라면 제보도 받는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한국 대표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이 1951년 서귀포 앞바다에서 그린 풍경화다.


어깨동무하듯 옹기종기 모인 초가들과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는 큰 나무들, 그 뒤로 펼쳐진 푸르른 바다, 바다 한 가운데 고즈넉이 자리잡은 섶섬까지. 화폭에 담긴 모든 것들이 따뜻한 황토빛 아래 지상낙원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대표작이다.

북한 평안남도에서 재력가의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이중섭은 그 당시 일본 도쿄로 유학을 갈 정도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북한에 공산 정권이 들어서고 6·25 전쟁이 혼전으로 치달으면서 그는 온 청년 시절을 피란 생활로 보내야 했다.

그렇게 이중섭은 29살 때 가정을 꾸리자 마자 북한 원산에서 흥남, 또 부산에서 서귀포까지 떠돌며 상당히 궁핍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의 나이 35살 때 1년 남짓 있었던 서귀포에서만큼은 모든 상념을 내려놓고 가족과 단란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섶섬이 보이는 풍경' 뿐 아니라 그가 서귀포를 떠난 뒤 그린 '그리운 제주도 풍경', 일본으로 간 둘째 아들에게 보낸 편지화 '길 떠나는 가족'에서도 잘 드러난다.

두 아들이 게를 잡으러 뛰어다니는 바닷가, 온 가족이 꽃과 비둘기를 날리며 소달구지를 타고 가는 곳은 모두 그가 이상향으로 삼은 '따뜻한 남쪽 나라', 바로 서귀포였다.

한국 대표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 뉴스1

김영삼 정부가 정한 '미술의 해'였던 1995년 11월, 당시 문화체육부와 국내 미술계는 이중섭 가족이 세 들어 산 초가가 있던 서귀포시 서귀동의 한 주택 앞마당에 이중섭 거주지 기념 표석을 세웠다. 표석에는 '그 역사성을 기념해 세운다'는 문구를 새겼다.

이후 서귀포시는 분주히 움직였다. 이듬해인 1996년 3월에는 표석 근처에 '이중섭 거리'를 만들었고, 1997년 9월에는 표석이 있는 주택을 옛 초가로 복원하기까지 했다.

발빠르게 2002년 11월에는 그의 작품을 모은 전국 유일의 '이중섭 전시관'도 열었다.

원화 한 점 없이 복제화들로 전시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나아트와 갤러리현대의 원화 기증으로 이중섭 전시관은 2004년 9월 1종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중섭 미술관'은 그동안 괄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관장도 없었던 데다 소장 중인 원화 대부분이 은지화나 엽서에 불과했고, 전시공간도 1·2층을 다 합쳐도 200㎡가 채 안 되는 등 여러 난제가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삼성가(家)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에 소장하고 있었던 '섶섬이 있는 풍경' 등 원화 12점을 제주도에 기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국 대표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의 '해변의 가족'.© 뉴스1

유화인 '섶섬이 보이는 풍경'과 '해변의 가족', '아이들과 끈', '현해탄', '물고기와 두 어린이', 수채화인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엽서화 3점, 은지화 2점이 그것이다.

우선 이중섭 미술관은 이중섭의 기일인 9월6일부터 개관 20주년을 맞는 내년 3월6일까지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을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이로써 관람객들은 이중섭에게 무한한 영감을 안겼던 서귀포에서 그의 작품과 작품 속 실제 풍경을 비교하며 그의 생애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서귀포시는 35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미술관 시설을 약 4배 가량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부지 9100㎡, 연면적 589.46㎡,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서귀포시는 소규모 재해영향평가 용역 등을 바탕으로 내년 1월부터 토지 매입과 설계 공모를 추진해 2023년 1월부터는 공사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이번 삼성가의 원화 기증을 계기로 증폭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중섭 미술관을 이중섭의 가치에 걸맞은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귀포시 이중섭 미술관 확충사업 위치도.(서귀포시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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