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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산(山)이 된 사람"…박고석 탄생 100주년 기념전

2017.05.08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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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길, 1982, 캔버스에 유채, 53×65.1㎝ (현대화랑 제공) © News1

"우리나라 화가들 가운데에는 산을 주로 그리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박고석만큼 산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산이 되는 경지는 없을 것 같다. 바라보는 대상으로서 산을 그린다기보다 산과 일체가 되는 경지, 인간과 자연이 분화되지 않고 일체화되는 경지에서 박고석 산 그림의 본령을 엿볼 수 있다"

'산의 화가'로 불리는 고(故) 박고석 화백(1917-2002)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앞서 미술평론가 오광수(뮤지엄산 관장) 씨가 박 화백의 산 그림에 대해 이 같이 평했다. 오 씨는 "박 화백이 구사하는 육중한 질료와 격한 필치가 자아내는 뜨거운 기운은 작가의 치열한 의식의 분비"라며 "그렇기에 그의 산은 단순히 바라보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온다"고 말했다.

박고석의 생애 전작을 아우르는 4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개최됐다. 현대화랑 측은 "기존에 뿔뿔이 흩어져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작품들을 엄선한 전시"라고 자신했다.

전시에는 박 화백이 30대 중반에 제작했던 1950년대 작품부터 1992년 작고하기 10년 전인 만년의 작품까지 총망라됐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박 화백의 부인인 김순자 여사를 비롯해 오광수 뮤지엄산 관장,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 신옥진 부산 공간화랑 대표 등 국내 갤러리 대표들이 힘을 보탰다.

전시에서는 경상남도 하동 쌍계사의 벚꽃 절경을 비롯해 설악산, 도봉산, 불암산, 백암산 등 한국의 명산(名山)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리듬감 넘치는 필치와 강렬한 색채 대비가 가슴 뻥 뚫리는 듯한 감동을 준다.

외설악, 1984, 캔버스에 유채, 60.6 x 72.7 cm (현대화랑 제공) © News1

공룡능선, 1978, 캔버스에 유채, 53 x 45.5 cm (현대화랑 제공) © News1

홍도, 1985, 캔버스에 유채, 45.5 x 53cm (현대화랑 제공) © News1

오광수 씨에 따르면 박 화백은 김환기, 이쾌대, 유영국, 이중섭, 자욱진, 김흥수, 권옥연, 정규 등과 함께 서양미술의 이입이 절정을 이룬 1920년대 일본에서 유학한 화가로, '서양화 3기'에 해당하는 이들은 당시 유행했던 인상파의 토착적 해석이나 습작 단계의 화풍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적인 작업으로 서양화를 수용했다.

박 화백이 산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말 부터다. 산악인 김원모 등과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면서 '산' 연작을 발표했다. 설악산 등반 중 폭설로 조난을 당하고, 도봉산 암벽 등반을 하다가 떨어져 척추를 다쳐 수개월간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산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1986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산 그림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박 화백은 "진실은 생활 주변에 있는데 산은 내 주변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공감을 주는 진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범일동 풍경, 1951, 캔버스에 유채, 39.3 x 51.4 cm (현대화랑 제공) © News1

1917년 평양에서 태어난 박고석 화백은 기독교 교역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고 박종은 옹(1885-일제강점기 작고)의 4남 중 막내다. 박종은 옹은 평남 대동군 하리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던 중 독립선언 연설과 만세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복역했고, 출옥 후에는 평양 YMCA를 창립하는 등 청년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1939년 일본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한 박고석은 1943년 일본 도쿄 사쿠하치 화랑에서 도시 풍경을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1945년 광복 후에는 평양에서 서울로 월남했고, 1946년부터 서울타임즈 문화부 기자생활을 하면서 배화여고, 대광중고, 부산공고 미술 교사 등으로 재직했다. 1954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를 비롯해 서라벌예대, 수도여자사범대학 등에서도 교편을 잡았다.

박 화백의 부인은 건축가 김수근의 누나이자 의상 디자이너인 김순자 씨이며, 그의 장남 박기태 씨는 디자이너로, 삼남 박기호 씨는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5월23일까지.

외설악에서 박고석, 1978년, 강운구 사진 촬영 (현대화랑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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