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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 그 이름만으로도 아련함이 밀려와 추억 돋는 배우. 가냘프고 여려 보이지만 우아함과 강단이 느껴지는 외모는 그녀의 성품과 인생을 고스란히 닮았다. 만인의 연인이자 여성들의 롤모델이기도 했던 그녀는 수 많은 아티스트들의 뮤즈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인물에 시간과 추억을 담아내는 정운식 작가(32) 역시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가지고 여러 차례 작업했다. 평면인 듯 입체적이고, 회화적이면서도 다각도의 형태를 드러낸다. 작가는 인물에 주목하고 그 중에서도 ‘얼굴’을 묘사한다. 미켈란젤로, 피카소를 시작으로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자코메티, 콩바스, 앤디워홀 등의 얼굴을 그렸다. 역사 속 정치가나 철학자를 비롯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최근 영향력 있었던 인물도 다룬다. “사람들은 서로의 기운을 주고 받잖아요. 역사 속 인물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지금의 저 역시 그런 관계와 영향력으로 형성됐고, 계속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얼굴이잖아요. 그래서 얼굴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1차원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얼굴이란 것은 묘한 구석이 있다.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던가. 얼굴에는 그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기도 하거니와 때론 세상의 이치를 말해주는 심오함이 담겨 있기에 그렇다. 작가는 그런 생각에서 낱개의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가며 얼굴을 완성시킨다. 스케치와 드로잉을 거쳐 그래픽 작업을 하고 철판을 레이저로 커팅한다. 그렇게 나온 조각을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서 때로는 바로 겹치다시피 연결하고, 때론 조각들 사이를 많이 벌어지게도 한다. 이 작업 과정에서 얼굴에 공간감과 깊이가 더해진다.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 2016.08.08
대학교수로 잘 있던 사람이 지역 문화재단 대표로 갔다. 뜻밖이다. 기관장을 한다 해도 중앙 무대가 어울리는 이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장으로 몇 차례 일한 적도 있다. 여러모로 지역 재단은 하향지원처럼 보였다. 정재왈(52)이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도 100일이 넘었다. “안양이 연고지가 아니니 매사 낯설었다. 길도, 사람도, 정서도, 문화도 다 그랬다. 때로는 모른다는 게 큰 장점이란 걸 알았다. 모든 걸 편견 없이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장점을 내면화하면서 지내다보니 조금씩 실체가 보이는 것 같다. 얼마 전 법륜스님이 안양에 와 평촌아트홀에서 특강을 했는데, 그분 말씀이 안양(安養)은 불교에서 극락을 뜻한다더라. 모든게 극락에서 일어나는 일이려니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한 단계씩 올라가는 삶이여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디에나 계층은 있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와 일하다가 지역, 특히 기초단체의 문화재단을 맡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나이도 젊으니 더 좋은 높은 자리를 욕심낼 수도 있었을 테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리보다 내용을 택했다. 지난 3월 대표 공모에 지원하려니 적잖은 상념이 떠올랐다. 문화예술계에서 한 일들을 되돌아보니 나름 치열하게 살았다 싶었고, 운좋게 다방면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싶기도 했다. 그래도 빈 공간이 보였는데, 그게 지역 문화행정이었다. 됐다 싶어서 응모했고 또 운 좋게 됐다.” 운칠기삼, 운이 7할이요 기회가 3할이라는 뜻이지만 실력이 아닌 이런저런 변수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자조가 깔려 있는 말이다. 문화예술을 공통분모로 한 정 대표의 행적을 놓고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출발, 전문기자 반열에 오른 뒤 어느날 갑자기 극장 경영을 배우겠다며 유명 공연장의 운영국장으로 이직했다. 몇 년 뒤에는 정부 산하기관장으로 변신하고, 대학에도 적을 두는 등 행로가 꽤 변화무쌍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거치지 않은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어코 빈 공간을 새로 찾아냈다.
[뉴시스] 신동립 | 2016.08.05
홍승표(36) 작가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작품에는 기계 속에 사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기계, 정확히는 기계 부품들이다. 언뜻 보면 기계 설계도면 같기도 하다. 복잡한 기계를 소재로 하지만, 복잡함을 감춰버린 세계를 들춰낸다. 그렇다고 기술의 발전에 메스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기술의 신비함 속에 숨겨진 사실을 객관적 실체로 드러낼 뿐이다. 그는 “내 작품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기계와 인간들의 이야기”라며 “특히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하나의 파편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즉 작품 하나에 모든 이야기를 담지 않고, 각각의 작품이 연결되도록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수영복 입은 여자를 표현한 ‘웨이빙 라인(Waving Line)’과 장난감 잠수함을 그린 ‘웨이빙 서브마린(Waving Submarine)’이란 작품을 하나로 묶는 식이다.
[뉴시스] 유상우 | 2016.08.04
물결의 움직임을 기계적 장치로 드러낸 전시가 열린다. 키네틱 아티스트 최문석이 오는 3일부터 서울 삼청로 스페이스선에서 'Mechanical Wave'전을 타이틀로 개인전을 펼친다. 나무, 알루미늄, 모터 기계장치를 사용한 작품은 점·선(평면)면(입체)으로 구성되어 물결치는 듯한 파동을 보여준다. 모터에서 시작된 하나의 회전이 직선운동으로 바뀌고 다시 평면에 시간차이를 두고 흩어져 리드미컬한 동세가 압권이다. 작가는 각각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Wave’ 시리즈 작품들과 새의 날개 짓, 물고기의 헤엄치는 모습 등 자연의 움직임을 기계적으로 해석하고 재현하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수많은 파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은 어디서 부터였는지에 궁금증이 생겼다"는 작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작은 입자들의 조합이고 수많은 물리적 법칙 안에서 움직이며 요동치듯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전시장에는 반복되는 비트와 약동하는 멜로디가 어우러져 묘한 파동과 진동을 느껴볼수 있다. 16일까지. [email protected]
[뉴시스] 박현주 | 2016.08.03
폭염때문일까. 커다란 가슴을 드러낸 홀딱 벗은 여인들이 장악한 호러물같은 그림이 다 팔려나갔다. 한국에 처음 온 영국 작가 데일 루이스(35)의 그림이 시원하게 홈런을 날렸다. 지난달 27일 독일에서 온 초이앤라거 갤러리가 서울 첫 개관전으로 선보인 작가다. 전시 개막하기도 전에 8점이 '솔드아웃'됐다. 작은 그림도 아니다. 가로 4m 세로 2m로 '함부로 애틋하게' 소장할 수 없는 크기다. 여체의 심란한 형상들과 기괴한 자세로 뒤엉켜 있는 사람들의 포즈와 장면들로 딱 보면 헉하는 그림이어서 더 놀랍다. 독일에 이어 서울에 첫 분점을 낸 초이앤라거 갤러리도 깜짝 놀랐다. 파리와 영국 독일을 오가는 이 갤러리 대표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팔기보다 "이런 그림도 있다 보여주자"고 선택한 작가였다. 전조 증상은 있었다. 지난 3월 부산에서 연 '아트부산'에서 였다. '팔기보다 보여주자'며 가져온 그림을 펼치던 중이었다. 꽃그림과 단색화 등 '보기 좋은 그림들'속에서 루이스의 그림은 좀 민망하기까지 했다. 빨간 입술색이 피흘리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맨몸에 괴상한 자세로 춤추는 듯한 그림을 벽에 거는 순간이었다. "이 그림 파는 거예요?" "아~. 네." 딱 2점만 가져온 그림, 다시 안에 있는 그림을 꺼내야 하나 생각이 스칠때, 손님이 다시 물었다.
[뉴시스] 박현주 | 2016.08.02
<21> 이보윤 '집-인생은 아름다워'(2015) 조금 덜 마른 빨래, 여기저기 널려있는 화분들, 아직 버리지 못한 봉투 안의 잡동사니. 오후의 참새들과 고요한 구름. 매일 지나치는 똑 같은 길 익숙한 풍경. 너무나 소소해 눈이 마주쳐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그 모습이 저는 좋습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보다 빠르고 화려한 무언가보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느리지만 따스한 내가 있는, 나와 함께 해주는 그 풍경이 저는 좋습니다. 평온한 건 지루하고 시시한 게 아니고 소소한 건 값어치 없는 흔해 빠진 게 아닙니다. 그 평온하고 소소한 따스함이 우리를, 삶을 지속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집’은 우리의 소소한 행복을 유지시켜주는 엄마처럼 우리를 늘 품어주는 따스한 안식처입니다. 100평 아파트에 살지 않아도 마당이 있는 그림 같은 집에 살지 않아도 고단한 일 놓아두고 몸도 마음도 조용해질 수 있는, 내 마음 쉴 수 있는 그곳. 편히 걷다 보면 도착하는 익숙한 풍경이 진짜 쉼, 진짜 삶입니다. 설레서 그린 집 하나, 신이 나 그림 집 하나, 소중해서 그린 집 하나. 제가 그린 집 하나하나가 마음의 쉼, 안식처입니다. 제 그림에서 소소하지만 소중한 마음 내려놓고 따스하게 쉴 수 있는 평온한 그곳을 만나기를 바라봅니다.
[머니투데이] 이보윤 작가 | 2016.08.01
■ 북서울미술관 대표 기획전…올해 3회째 원로작가-청년작가 세대간 상생·소통의 장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주재환(75)과 김동규(38)의 '타이틀 매치'전이 열리고 있다. 북서울미술관을 대표하는 연례전으로 올해 3회째를 맞이한 이 전시는 한국미술계의 대표 원로작가와 21세기 차세대 작가를 초대하여 세대 간의 상생적 소통을 모색하는 전시다.
[뉴시스] 박현주 | 2016.07.28
[인터뷰] 노준의 토탈미술관장, 사상 첫 '서울시 미술관 협의회' 초대 회장에 올라 "서울 시내 공립‧사립 미술관이 처음으로 한 데 뭉쳤습니다. 이들의 협력을 이끌어내 서울에서 미술 문화를 전파하도록 자그마한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미술계 대모'로 통하는 노준의 토탈미술관장(여·70)은 지난달 정식 법인 등록을 마친 '서울특별시 미술관 협의회' 초대 회장에 오른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협의회는 서울 시내 정부 등록 공립‧사립 미술관 34곳의 협의체로 사상 처음 출범한 서울시 미술관 협·단체다. "전국 각지에 지역별로 미술관 협회들이 존재하지만 유독 서울만은 미술관 협회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시내 미술관들은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힘들었고, 대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일도 사실상 개별적으로만 추진해야 했습니다. 협의회는 이 같은 여건에서 서울 시내 미술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입니다.“ 노 관장은 지난해 10월 협의회 창립을 앞장서며 초대 회장에 올랐으며 2018년까지 3년 임기를 이어가게 된다. 그는 회장에 오른 배경을 '늙었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설명했다. "오랜 세월 미술관 일을 한 데다 활달하기 때문에 회원사들이 추천한 거지요. 별다른 능력 때문은 아니에요. '저 사람이 이리저리 얼굴을 다 아는 데다, 늙었으니 용기를 가지고 여기저기 전화도 걸 수 있겠다'하는 미술관 관계자들의 생각 덕분인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 2016.07.27
폭염속 보기만 해도 시원한 전시가 열린다. '얼음 그림'작가 박성민이 오는 8월2일부터 서울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개인전을 연다. '아이스 캡슐(Ice Capsule)-2016 ℃'를 타이틀로 얼음속에서 생생한 자태를 뽐내는 수박과 딸기, 블루베리 그림 20여점을 선보인다.
[뉴시스] 박현주 | 2016.07.27
김수자 작가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마음의 기하학' 개인전…내년 2월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27일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동시대 중진 작가를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중 김수자(여·59) 개인전 '마음의 기하학'을 서울관에서 선보인다. 김수자는 이번 전시에서 대형 설치 작업 '마음의 기하학'을 비롯해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조각 등 9점을 출품했다.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열린다. 국내 대표적 중진 작가인 김수자는 현대미술의 창작 방식뿐 아니라 이민, 망명, 폭력과 같은 사회적 쟁점들을 탐구해 왔다. 2014년 이불, 2015년 안규철에 이어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세 번째 선정 작가다. 김수자의 출품작인 '마음의 기하학'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와 얽힌 규범에 의문을 던진다. 이에 따라 관객이 직접 작품에 개입하는 참여형 워크숍이 '마음의 기하학'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