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제안받았을 때, 뭔가 근사한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18개월째 그림 그리기를 멈춰있던 화가 진 마이어슨(44)은 '하나의 붓질은 다른 하나를 이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전시와 아트페어, 프로젝트를 위한 끊임없는 작품 제작으로 소진된 상태였다. "발견과 놀라움의 감각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벗겨져 나갔고, 탈진과 일상 노동만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로탱갤러리 디렉터인 부인 대신 딸을 보살피며 붓을 놓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고싶지도, 듣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25년만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화가로서 성공했지만 작업은 일상의 노동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에 남아야 할지, 아니면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야할지 갈등했다. 문화적으로는 향수병을 앓던"중이었다.
어느날, 밥 딜런의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like a rolling stone)을 듣다가, 노 디렉션 홈(no direction home)에 꽂혔다.
‘돌아갈 집도 없고,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가사를 들으며 자신의 삶과 작품을 봤다.
[뉴시스] 박현주 | 201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