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작업...'무당벌레' 작가로 아트페어서 인기
선화랑서 20일부터 개인전...양귀비꽃등 신작 35점
'물방울'은 미술시장에서 '김창열'이다. 1970년대 파리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물방울은 김창열 화백의 독자적인 브랜드가 됐다. 2000년대 후반 국내 미술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물방울'은 돈이 됐고, '물방울은 그냥 김창열'로 통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물방울'을 그린다는 것은 화가들에게 무모한 도전이었다. 어느 장르보다 차별화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영수(59) 작가가 물방울을 그렸을때, 주변 반응도 시큰둥했다. 가장 가까운 지인조차 "김창열 '물방울'이 떴는데, 그걸 왜 그리냐며 말리기도 했고, 소재를 바꾸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갈등도 했다. 하지만 작가는 "내가 유명해지려고 소재를 바꾼다? 그러면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라면 내가 좋아서, 내가 느껴서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인데, 소재를 바꾼다는 것은 내 자신을 속인다는 느낌이었다."
15년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한 물방울은 이슬방울의 영롱함이 빛을 발한다.
"김창열 물방울과, 제 물방울은 완전히 다르죠. 김화백의 물방울이 명암있는 규칙적인 물방울이라면, 제 물방울은 자연 그대로, 우주를 품은 물방울입니다."
물방울을 담아낸 건 유년시절 추억때문이다. 정원있는 집, 막내딸이었다. 아버지가 퇴근해서 정원에 물을 주면, 막내딸은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 나뭇잎 가지에서 물이 똑똑똑 떨어지면서 찰나의 햇빛이 비추면 보석처럼 변하는 물방울 모습에 흠뻑 빠졌다.
숙명여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화가가 되면서 그 기억이 화폭으로 이끌었다. "물방울은 빛을 받으면 주위에 반사되는 우주를 담아요. 주변의 모든 것을 둥글게 다 품고 있죠. "
이영수 작가는 "미세한 자연이지만 커다란 우주를 품고 있는 것에 매료됐다"며 "물방울을 보면 내 마음이 착해지고 순수해지는데 그 느낌, 우주를 그대로 나타내는 순수함, 정화된 세상을 꿈꿔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18.06.18